[김종진 전문가 칼럼] 나는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

김종진 작가 승인 2021.07.13 15:44 의견 0

김종진 동화작가, 시인, 심리상담사
여락인성심리연구소 소장
저서, <인성으로 성공하라>,
<똥차라고 내가?>, <엄마 제발> 외

나는 학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한다. 요즘 코로나에도 수업은 조금씩 늘어 매주 독서논술 수업만 10회다. 내가 준비한 활동지에 학생들의 이름을 쓰면 무조건 100점. 그냥 이름 대신에 ‘소중한 내 이름’이다. 처음에 어색하던 학생들은 점차 ‘소중한’에 익숙해진다.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은 나와 만나는 날부터 모두 소중한 사람이 된다.

학생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도 처음에는 내가 정해 주입시킨다. “나는 멋진 사람입니다. 나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를 수업하기 전에 큰 소리로 말하게 한다. 숙제로 잠자기 전에 한 번 더 하게 하여 마음과 몸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나중에는 스스로 문장을 만들게 하여 자존감 있는 사람이라고 주입한다. 점수를 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100점 만점을 주는 대신에 통 크게 1개에 100점을 준다. 그렇게 되면 50점이어도 500점을 넘는다. 이미 소중한 내 이름에 100점을 받았으니 600점을 받는 셈이다. 학생들의 입이 귀에 걸린다. 생각과 느낌이 25개인 학생은 2,600점, 그렇게 하다 보니 학기 초와 학년 말의 글쓰기 실력은 모수대나무처럼 쭉쭉 커진다. 추가적인 나의 주입 방식은 칭찬이다. “글씨도 잘 쓰는구나.” “지난 주 보다 바르게 앉았구나.” “이 표현은 형들이나 할 수 있는 건데.” 수업 중간에 개별적으로 칭찬을 주입한다.

내가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미리 나와서 기다리거나 뛰어나오거나 팔과 다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색종이로 접은 하트 선물을 제일 많이 받는다. 물론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귀여운 글씨가 삐뚤빼뚤~~ 설레게 만든다. 처음에는 독서논술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이 독서논술 수업 있는 날이 제일 좋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나를 ‘소중한 사람’으로 만든다.

교류분석을 만든 심리학자 에릭 번은 ‘인생각본’이란 독특한 이론을 만들었다. 사람은 각자가 자신의 인생각본을 스스로 만들어 살아간다는 이론인데. 그가 말한 인생각본이란 것을 줄여서 정리하면 ‘사람은 각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 썼던 초기 각본을 재연하면서 거기에 살을 붙이면서 완성해 간다.’라는 것이다. 그럼 초기 각본이란 어떤 것일까?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엄마가 “너 낳을 때 엄마가 아파서 죽을 뻔했어.”라는 소리를 듣고 짜인 초기 각본은 ‘나는 엄마를 죽일 뻔한 위험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또 아빠나 할머니께서 계속해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초기 각본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아이는 몸이 약해요.”라는 것은 “나는 건강하게 살 수 없을 거야. 일찍 죽을 수도 있어.”라는 각본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또 어두운 곳에서 큰 공포를 느꼈거나 길을 잃었을 때는 그때의 공포를 자기 각본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각본이 써졌더라도 성인이 되면서 사라지기 마련인데, 어린 자아로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꿈을 키우는 학생들, 꿈이 커가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주입(?)시킬지는 어른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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