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필경사 바틀비

염홍철 교수 승인 2021.08.04 14:45 의견 0

코로나19로 심란하지만, 7월 휴가철이 되니 ‘여행’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여행의 그림이 바닷가나 산속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다 적응하지 못하여 영원히 저세상으로 ‘여행’을 떠난 ‘필경사 바틀비’가 생각이 납니다. 왜 즐거운 여행을 생각하다 죽음의 여행을 선택한 바틀비가 떠올랐는지 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필경사 바틀비는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주인공입니다. 그 소설은 타협적인 화자(변호사, 고용주)와 비타협적인 주인공(바틀비, 고용인)을 대비시킨 작품입니다. 평소에 유능하게 일 잘하던 바틀비는 어느 날 갑자기 고용주가 시키는 일을 거부합니다. 바틀비는 고용주인 변호사가 시키는 업무나 사소한 심부름도 거부하면서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자기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바틀비는 해고를 당한 후 교도소에까지 가게 되는데, 교도소에서도 식음마저 거부하며 결국 죽음을 맞는 내용이지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가당치도 않은 행동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틀비의 행동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인간의 삶이 노동에 예속되지 않았다는 점을 항변하고 있는 것이어서 간단하지 않은 문제 제기입니다. 노동 현실이 어떻든지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원합니다. 그런 점에서 바틀비의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우리는 바틀비의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의 주장을 통하여 무엇이든 당연시하며 살아온 자신의 존재 방식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인간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사회구조와 고용주들의 위선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떠나 고용주인 변호사가 ‘정상적’이고 ‘인간적’이었다면 바틀비가 ‘안 하는 편’을 택했을까요?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하는 새마을 정신에 답이 있습니다.

월요일 출근길에서 정상적이고 인간적인 고용주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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