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노무사 칼럼] ‘인센티브’의 임금성

이은정 노무사 승인 2021.08.04 14:47 의견 0

노무법인 정음 공인노무사 이은정

지난 달, 삼성전자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PS, PI)가 평균임금에 해당되므로 퇴직금 산정 시 포함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심판결과는 다른 결론이 나온 데다, 국내 최고의 대기업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소송이어서 판결에 따른 파장과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에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특정 금품이 ‘평균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다투는 사례는 지난 수십 년간 기업과 근로자들이 끊임없이 소송을 벌여온 단골 메뉴 중 하나다. 그렇다면, 그들은 도대체 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이 평균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다툴까? 주로 근로자가 퇴직 시 받는 ‘퇴직금’ 산정 때문이다. 얼핏 보면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근로자에게 퇴직금은 큰 목돈이므로 생활상 중요한 금품이다.

어떤 금품이 평균임금 산정 시 포함되는 항목으로 인정되면 작게는 수십만 원에서 크게는 수천만 원까지 퇴직금의 규모가 바뀌기도 한다. 근로자들에게도 상당히 큰 금액이지만 규모가 큰 대기업 입장에서도 근로자 수백~수천 명의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의 지출을 동반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근로자는 특정 금품이 평균임금에 해당하는지를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다. 해당 판례의 사안에서도 근로자 956명이 제기한 소송의 소가는 총 37억 원에 육박했다.

해당 사안에서 삼성전자 프린팅 사업부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은 2016년 회사 물적 분할 시 퇴직금을 받았는데. 퇴직금 계산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 산정 시 일부 인센티브(PS, PI)가 포함되지 않아, 근로자들은 “인센티브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이기 때문에 평균임금에 산입되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동안 법원은 PS, PI 등의 인센티브는 지급기준이 되는 회사의 경영성과가 동종업계 동향이나 시장 상황 등에 좌우되는 만큼 개별 근로자의 근로 제공과는 관련성이 낮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고, 해당 판결의 1심판결(수원지방법원)에서도 비슷한 논지로 이 사건 인센티브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48부)가 기존과 다른 결론을 내린 건 삼성전자가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경영실적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지급된 점과 함께 상당 기간 꾸준히 지급돼 노사 간에 성과급 지급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온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PS, PI 등 성과급의 명칭보다 그 실질을 따졌을 때 임금의 성격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해당 법리가 확고히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3심인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날 소송인만 다를 뿐 동일한 사실관계를 놓고 재판이 진행된 다른 법정에서는 기존 법원의 입장을 유지한 판결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기업이 퇴직금 산정 등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경영성과급’, ‘인센티브’ ‘성과상여금’ 등의 명칭을 붙여 임금성을 우회해온 관행이 존재한다. 평균임금과 관련된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각종 수당과 성과급 등 수없이 많은 항목으로 쪼개져 있는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체계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해당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다면 기업은 성과급 등 임금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