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모쿼르텟의 리더 바이올리니스트 임경원

최성미 기자 승인 2021.10.08 15:21 의견 0
바이올리니스트 임경원

신선한 기획과 수준높은 연주가 돋보이는 대전의 대표적 현악4중주단 프리모쿼르텟의 리더로 대전의 실내악을 이끌어온 바이올리니스트 임경원. 그동안 가르쳐온 제자들이 국내 국외 곳곳을 누비며 활동하고 있는 숨은 스승이자 대전 실내악 연주 발전에 보이지 않는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10월 12일 제21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는 프리모쿼르텟의 리더, 바이올리니스트 임경원을 만나보았다.

◆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현악4중주 프리모쿼르텟을 이끌고 있고 가톨릭 대전교구 챔버오케스트라 단장 겸 악장, 대전 아트오케스트라 악장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임경원입니다.

◆ 어떻게 바이올린을 배우게 되었나요?

저는 1인 1악기를 하는 성모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제가 몸이 작고 약하니까 처음에는 가지고 다니기 쉬운 악기로 실로폰을 했었어요. 어느 날 참관수업으로 학교에 오셨던 아버지가 다른 아이들은 바이올린도 하고 첼로도 하고 있으니까 보시고 깜짝 놀라신 거예요. 하루에 20분 하는 중간 악기 시간인데 그걸 6년을 하면 얼마나 많이 쌓이겠냐고 말씀하셨죠. 피아노는 집에서 하는 거고, 바이올린을 또 배우자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때 저희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많이 혼났어요(웃음). 학교 다니면서 다른 애들 하는 것도 못 보고 다녔다고. 그날로 당장 선생님을 찾고 악기 사서, 내가 다른 친구들 보다 6개월 늦게 시작한 거니까 따라잡기 위해 매일 개인레슨을 다녔어요. 저도 정말 성실하게 다녔어요. 아파도 가고, 다른 아이들이 핑계를 대고 안 가도 저는 빠지지 않았죠. 한번은 손가락을 다쳤는데도 가서 레슨을 받다가, 선생님이 왜 그렇게 손가락을 살살 누르느냐고 하시는데 대답을 못했어요. 선생님의 꼭 누르라는 말씀대로 꼭 누르다가 칼에 베였던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일도 있었어요. 그렇게 제가 답답할 정도로 성실하게 배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게 제 장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임경원

◆ 무척 성실하고 순종적인 학생이었군요. 그 후 전공자의 길은 어떻게 가게 되나요?

그때는 어머니의 생각에 앞으로는 여자들이 직업을 가져야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365일 출근하는 직장은 너무 힘들지 않겠느냐며 음악을 하면 취미생활도 하면서 용돈벌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시키셨다고 해요. 저는 당시 바이올린에 큰 꿈을 가진 게 아니었고 나름 학과공부를 좋아하고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갔어요. 그러다 대학 진학 결정을 할 때 바이올린을 전공하기로 했고, 그렇게 대학을 갔어요. 저는 큰 고민을 하고 대학을 간 게 아니어서 오히려 대학에 가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대학교 1, 2학년 때 음악을 하는 것과 공부하는 것에 갈등도 있었고. 지방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였으니까 막상 서울을 가보니 세계적인 콩쿨에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오는 갈등이 있었어요.

◆ 역시 예술의 길은 멀고 오래 참고 인내하며 가야하는 길인 것 같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갈등을 극복하려고 하는 자세는 굉장히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자세가 있었다면 더욱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대학교 때는 갈등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바이올린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그제서야 확실하게 바이올린의 길에 들어선 것 같아요. 그때부터 뒤늦게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 귀국 후 대전에 와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셨지요?

제가 1988년 겨울에 대전에 왔어요. 육아 문제도 있는 때였기에 그때는 주로 학교에 나가서 가르치는 일을 주로 했지요. 크고 작은 무대에서 연주를 계속하는 상태였지만 제 이름을 걸고 정식으로 연주하는 일은 프리모쿼르텟으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많은 민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도 많이 했는데 프리모쿼르텟으로 인해서 더 많이 성장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경원

◆ 그 당시 다른 쿼르텟 단체나 실내악 팀이 있었을까요?

제가 알기에는 그런 실내악 단체가 없었어요. 지금은 연주하고 있는 실내악 팀들도 많고 새로 시작하는 팀들도 많은데, 한 이름을 가지고 20년 이상 오랫동안 활동하는 단체는 없었어요. 지금은 제가 그 한 부분에 작으나마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 연주활동도 많았지만 또한 많은 제자들을 가르쳐 오신 것 같아요.

네, 나이 많은 제자부터 어린 제자까지 많이 있죠. 제 제자들도 앙상블 팀을 많이 만들어서 활동을 하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기쁨과 보람이 있어요. 개인 리사이틀을 준비하거나 국내에서 활동 중인 제자들, 미국에서 유럽에서 각자 전문가의 위치에서 멋지게 활동하는 제자들을 보면 행복합니다. 좋은 제자들을 만난 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입니다.

◆ 대전아트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계시면서 대전의 민간 오케스트라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정말 너무 어렵죠. 클래식 음악 쪽으로 대학들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데 들인 노력에 비해서 대가가 부족한 부분이 있죠.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어떻게 해서라도 도와주고 싶은데 상황은 어렵습니다. 제가 대학 졸업 하자마자 생겼던 코리안 심포니도 민간 오케스트라로 자리 잡기까지 굉장히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후원자가 생기면 좀 나아졌다가 후원자가 물러나면 또 어려움을 겪고. 오케스트라가 자립하려면 유료공연 무대가 많아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메세나 후원이 활발하게 된다면 좋겠지만 경제도 어려우니까 어려운 일이죠.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연주자들이 위축되었는데 반면에 비대면 공연 등등 또 새로운 장르가 열리기도 하고 있어요. 앞으로 모든 영역에서 코로나로 인해서 전환점이 오는 것 같아요. 어떻게 적용하고 상황에 맞게 처신을 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 프리모쿼르텟으로 올해로 21년째 입니다.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느 해인가 연주 2주 전에 갑자기 단원 한 명이 연주를 못하게 된 상황이 왔어요. 앙상블은 갑자기 누구를 대치하기 어려움이 있어요.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연주자를 찾고 정말 고민하면서 몸무게도 빠지고 힘들었는데 다행히 잘 해결되어서 원래대로 연주를 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맘을 졸이던 그때가 기억납니다.

◆ 현악4중주에 대해서 알려주신다면?

현악4중주는 음악 장르 중 최고의 장르라고 생각해요. 교향악의 축소판이기도 하고 작곡가의 성향과 이념이 다 들어가 있는 장르예요. 또 음악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으면 듣기가 녹록치 않은 장르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즐기는 관객층이 넓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음악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현악4중주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현악4중주는 같은 현악기로만 하니까 트리오나 퀸텟, 피아노가 함께하는 쿼르텟 또는 관악기가 들어가는 쿼르텟과는 차원이 다른 하나 된 소리를 낼 수 있는 연주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고급스럽죠. 현악4중주는 오케스트라 파트를 그대로 축소시켜서 연주되기 때문에 교향곡의 뼈대이기도 하고 교향곡의 축소판으로 작곡가의 내면의 소리를 가장 잘 나타내는 소리예요. 그래서 대교향곡들을 썼던 작곡가들이 말년에는 다시 현악4중주 곡을 쓰는 일이 많았어요.

현악4중주는 스트링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부해야할 장르라고 생각해요. 자기도 모르게 성숙하게 하는 장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현악4중주의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현악4중주는 어렵죠. 싸우고 헤어지고. 외국의 어떤 팀은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4중주를 하다보면 정말 나를 죽여야 되요. 또 그렇다고 죽이기만 하면 안 되고요. 자기 의견을 충분히 내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중재해야죠. 결국은 의견이라는 게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피터지게 싸우지만 결국은 하나로 서로 의견을 모으고 그 의견으로 좋은 음악을 내기위해서 서로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통해서 음악을 만들어 나가야해요. 어쩌면 사회생활하고도 똑같아요. 사회생활도 내 의견도 내면서 조율해나가고 내 의견이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도 저 사람 의견이 더 좋은 거라면 그걸 받아들이고…. 그러다보면 이 사회도 훨씬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현악4중주를 하다보면 성격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 현악4중주 중에 제일 좋아하는 레퍼토리가 있다면?

많은 곡을 좋아하지만 특히 스메타나의 마이 라이프와 베토벤 현악4중주 15번을 정말 좋아해요. 이곡은 베토벤이 지병으로 작곡을 멈추었다가 회복을 해서 3악장을 썼다고 하는데 건강을 회복한 자가 신에게 감사하는 성스러운 노래라고 해요. 5악장에 나오는 방대한 코랄 악장도 너무 좋습니다.

◆ 이번 공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테마는 ‘음악으로 말하고 음악으로 춤추다’예요. 슈베르트의 마왕과 올해 피아졸라 서거 100주기를 기념해서 탱고발레를 연주합니다. 탱고발레는 사실 영화음악을 위해 작곡된 곡이에요. 탱고발레 곡에는 테마가 있어요. 카페에서, 거리에서, 만남, 고독. 마지막 곡은 라프의 물방앗간의 아가씨입니다. 공연을 기획하면서 늘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무용수와 무용영상, 시 낭송 등을 고민했는데 공연을 보시면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영상과 해설 등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끝으로 바이올린의 매력, 또는 음악의 매력이라면?

저는 바이올린이 절절하고도 다양한 표현들이 가능한 악기라는 것이 매력이라 봅니다. 그보다 음악의 매력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어요. 사실 음악이 어렵잖아요? 전공자의 길은 끝이 없고, 해도 해도 더 할게 있고 어렵기만 한데, 시간이 갈수록 술이 익어 더 맛있어지듯 음악의 맛도 그런 것 같아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되고, 그런 음악의 맛을 알아간다는 것이 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른이 되면 음식의 깊은 맛을 알게 되는 것처럼 음악도 그 맛을 알아가는 범위가 넓어지고 확장되면서 이해도도 높아지고, 더 사랑하게 되는 게 음악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경원

타고난 성실함과 예술적 감각으로 음악을 이해하고 교육하며 예술적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나누어 가는 바이올리니스트 임경원.

앞으로도 변함없는 활동과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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