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노무사 칼럼] 임금명세서의 교부

이은정 노무사 승인 2021.10.08 16:24 의견 0

노무법인 정음 공인노무사 이은정

유년시절 아버지의 월급봉투를 기억한다. 한달 동안 땀흘린 아버지의 노고가 깨알 같은 숫자로 적혀있던 미색의 그 봉투. 월급을 현금으로 받는 것이 일반적이던 그 시절, 아마 어느 때 보다 기분 좋은 날이었을 그날의 월급봉투의 앞면에는 한 달간 수고했다는 문구와 함께 지급액과 공제액이 기재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월급봉투 앞면에 일일이 기재하던 임금명세는 지금은 어떠할까.

그동안 임금명세서는 법상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근로기준법은 임금대장의 작성은 사용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이를 3년간 보존하도록 하고 있었으나 임금명세서는 의무로 규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근로자는 임금을 지급받고도 본인의 임금이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 쉽게 알기 어려웠고, 이를 확인하고자 임금명세서 지급을 요청하는 것도 괜히 눈치를 봐야하는 일이었다. 또 임금명세서를 지급받았다 하더라도 의문점은 임금담당자에게 일일이 물어봐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랐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임금명세서 교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약 7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었는데,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2021.5.18.)에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되었다(제48조 제2항). 2021.11.19.부터 근로자(1명 이상)를 고용한 사용자는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 공제사항이 포함된 임금명세서를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교부하여야 한다.

구체적 기재사항(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7조의2)은 ① 성명 ② 생년월일·사원번호 등 근로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일용근로자 제외 가능) ③ 임금지급일 ④ 근로일수 ⑤ 임금총액 ⑥ 총 근로시간수 ⑦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시킨 경우에는 그 시간수(4인 이하 사업장 또는 근로기준법 제63조의 적용제외자는 제외 가능) ⑧ 기본급/각종 수당/상여·성과금/그 밖의 임금의 항목별 금액 ⑨ 임금의 각 항목별 계산방법 등 임금 총액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사항 ⑩ 공제 항목별 금액과 총액이다.

이와 같은 법개정에 대해 필자가 직접 청취한 사용자들의 현장여론은 사실 부정적이다. 최저임금의 인상, 근로시간 단축, 공휴일의 유급휴일화 등 최근 노동관계법이 계속하여 강화된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타격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의무사항의 추가는 너무나 가혹하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서비스업계의 볼멘소리가 크다.

고용노동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이러한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너무나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근로자가 임금을 지급받고서도 “도대체 내 월급이 어떻게 계산이 된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깜깜이 월급관행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금산정을 투명하게 하고 그 내역을 정확하게 고지해주는 것이 당장의 행정업무를 늘리는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의 노사관계를 만드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일정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임금명세서를 미교부한 경우 1차 위반 30만 원, 2차 위반 50만 원, 3차 이상 위반 100만 원, ▲임금명세서 기재사항 중 일부를 기재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여 교부한 경우는 1차 위반 20만 원, 2차 위반 30만 원, 3차 이상 위반 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니 사용자는 이에 유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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