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태 박사의 길벗 명리학] 타고난 그릇을 아는 것이 현명함이다.

강경태 박사 승인 2021.11.10 15:08 의견 0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던 곡식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텅 빈 들판만이 자리를 하고 있다. 하늘에서는 한기(寒氣)가 내려오고 땅 위에 생명체들은 땅속으로 사라지는 계절로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入冬)이다. 가을에 추수한 곡물은 봄을 준비하기 위해 종자로 잘 보관하고 남은 것은 겨우내 식량이 되고 또한 남는 것은 시장에 내어 팔아야 한다.

입동을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는 수기(水氣)라 부르며, 수기를 음양(陰陽)으로 나누면 임수(壬水)는 陽의 기운에 속하고 계수(癸水)는 陰의 기운에 속하며, 입동을 주관하는 것은 임수의 기운이다. 임수는 화(火)의 반대되는 기운으로 온도로는 한기에 속하며, 만물(萬物)에게 작용할 때는 생장(生長)보다는 수장(收藏)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즉 낳고 기르는 기능보다는 맺어진 열매를 거두어 들여 저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입동이 되면 하늘에서는 한기가 몰려오므로 모든 생명체들은 성장을 멈추고 그동안의 결과물을 거두어들여 추위에 대비해야 하는 시절이 찾아 온 것이다.

入冬을 명리학에서는 해월(亥月)이라 부르며, 亥 속에는 戊土·甲木·壬水의 기운이 들어 있다. 戊土는 寒氣를 막고 만물을 보호하여 저장하는 기능이 있으며, 甲木은 소춘(小春)이라 하여 돌아오는 봄을 대비하여 자신의 성장을 준비하는 기운이 있으며, 壬水는 외부환경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표출하게 하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 甲木의 기운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따뜻한 햇빛과 같은 병화(丙火)가 있어야 미래를 대비하여 준비하는 정신을 갖출 수 있다. 또한 壬水의 기운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장 환경에 필요한 金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싶다면 다시 丁火와 木의 기운이 필요하다. 즉 사주(四柱)가 어떠한 구조로 이루어지는가에 따라서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명리학에서는 이와 같이 월령에 맞는 기본적인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또한 일간(日干)과 월령(月令)이라 하여 자신과 환경의 조건을 나누어 살펴보는 이치가 따로 있다. 日干은 자신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능력 정도가 된다면 월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같다.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자신의 근본적인 자질이 부족하다면 환경에 부적응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환경이 불리하면 자신의 능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능력과 환경의 조건이 조화를 잘 이루어야 부귀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癸 己 辛 丁 坤
酉 丑 亥 ○

이 사람은 부동산 개발과 분양을 전문으로 하는 여인의 사주이다. 입동에 출생하였으니 임수의 기운이 주관하고 있으며, 辛金이 있으니 시장에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丁火가 있으니 물건을 그냥 팔지 않고 기술이나 품질향상을 염두에 두고 유통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癸水의 기운은 丁火의 상품 개발능력을 방해하는 기운으로 작용하니 언제나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될 우려가 있는 사주이다. 또한 丁火의 개발능력 과정을 돕는 木의 氣運이 없으므로 부족한 경험으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할 우려가 있다. 즉 日干은 기축(己丑)으로 신왕(身旺)하여 독립적이고 어려운 일을 잘 견디어 내는 힘은 있으나 일의 처리 능력은 부족한 상태로 자신의 의지만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게 되면 많은 손실을 보게 된다.

“소개로 왔는데 잘 좀 살펴봐 주세요. 제가 개발을 진행 중인 일이 있는데 어떨까요?”

“혹시 일을 혼자 하세요? 혼자 일을 처리하시기는 어려우실 텐데요.”

“동업 형태의 남자 한 명과 같이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사주도 같이 보고 싶은데 어떨까요?”

乙 丁 己 壬
巳 未 酉 ○

“개인적인 능력은 있으나 타고난 복이 많지는 않네요. 똑똑하기는 한데 그 똑똑함이 어리석은 짓을 하니 영업이 힘들겠네요.”

“투자자들이 그렇게 잘 났으면 자기가 다하면 되지 왜 투자를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이 많아요. 그래서 이 사람하고 같이 가야 하나, 어디까지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은 丁火日干이 미토(未土)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추분(秋分)이라는 가을에 출생하였으니 상품에 대한 기획 및 개발 능력을 가지고 출생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을의 결과물인 경신금(庚辛金)이 천간(天干)에 오르지 않아 자신의 일보다는 타인의 일을 맡아 기획 및 개발에 참여하는 사주입니다. 사주에 임수가 있으니 시장 환경을 살피지만 己土와 壬水가 만나면 기임탁수(己壬濁水)라 하여 시장을 흐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丁火日干은 甲木의 生을 받아야 하는데 乙木의 生을 받게 되면 乙木의 인화능력(引火能力)이 오래가지 못하니 丁火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순간적인 재치나 순간적으로 무엇을 꾸며내는 일은 잘 할 수 있으나 장기간에 걸친 계획이나 능력을 발휘하기는 힘든 구조입니다. 즉 잔꾀는 있으나 사람들에게 신뢰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보시면 됩니다. 큰일에는 큰 사람들이 참여하게 마련인데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기는 힘들므로 이 사람에게 모든 업무를 맡기면 손실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업무에 한정(限定)을 두어 보좌 정도로 활용해야지 일에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 투자금은 얼마가 들어간 것입니까?”

“제가 끌어들인 돈이 20억 정도 들어갔습니다. 제 투자비용은 4억 정도 들어갔는데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일이 잘 될까요?”

“무리하게 투자가 들어갔네요. 일이 진행되고 결과가 나오려면 빨라도 2023년도는 돼야할 것 같은데 그때까지 견딜 수 있겠습니까?”

“허가가 나오려면 적어도 1년은 소요되니 그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문제점이 많은데 법적으로 잘 살펴보시고 경험이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진행해야 이번 일에서 조금에 이익이 남을 것입니다. 본인의 생각을 잠시 접어 두시고 주변에 전문가를 좀 더 알아보셔서 일의 진행을 같이 했으면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이 잘되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 사람을 소개한 사람에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고 법적으로 명의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고 들었다. 주변 사람과 친척의 돈을 끌어 들여 투자금을 모두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이 사주에서 보듯이 환경이 있어도 자신의 현명함이 부족하면 무모한 일처리로 주변 사람들까지 곤란을 겪게 한다. 이러한 사주는 日干이 身弱하여 크게 일을 벌이지 못하는 성품이 더 좋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존재하듯 많은 일들이 존재한다. 일의 성격에 따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의지만 높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잘못하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전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주를 보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환경을 잘 이해하여 자신에 맞는 일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명리학을 통해 자신이 가진 그릇의 정도를 알아 자족(自足)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어리석음은 벗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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