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칼럼] 호수 산책에 반하다

송은숙 승인 2021.12.09 16:46 의견 0

매주 주말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세종 호수 주변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올 초 운동을 꼭 해야 한다는 의사의 강력한 권고로 시작된 걷기인 만큼 분당 몇 걸음이 되는지 한 바퀴 돌면 약 몇 보에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가 궁금하여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늦봄부터 시작한 산책은 호수와 주변의 공원까지 산책 반경을 넓혀가게 되었고 재미도 쏠쏠하다. 수상무대섬, 축제섬, 물놀이섬, 물꽃섬, 습지섬 등 다섯 개의 테마섬이 조성되어 있고 금강 강물을 끌어와 인공호수를 만들어 공원으로 조성 된 곳이기에 깨끗하고 야간 조명이 들어설 때면 물에 비친 전경이 아름다워 퇴근 후도 가끔 찾는 장소가 되었다.

어느덧 잔잔한 호수의 물결도 보인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들과 조명에 비친 물결들이 다르고 하늘의 변화에 따른 물결의 색깔의 변화무상함도 내 시야에 들어온다. 수생식물이 자라는 물꽃 섬, 수질 정화를 위한 식물들이 자라는 습지 섬, 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하는 연꽃데크, 야생화가 자라는 야생초화원, 휴식공간인 감각정원, 팔각정 정자가 있는 수변 전통정원이 있다. 테마 산책로는 소나무길, 벚나무길, 은행나무길, 이팝나무길, 들풀 길, 나들숲, 가을 단풍숲, 살구나무길 등 다양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다양한 주제별 산책길을 제공한다. 중앙공원서로에서 시작하여 한 바퀴 돌다가 마지막으로 한 바퀴의 종점인 수변전통정원의 팔각정 정자에 올라 호수 주변을 바라보노라면 엉킨 마음이 풀리고, 고마운 사람들이 보이고, 자연의 이치가 보이고, 자연을 논하던 철학자들의 식견도 보인다. 자연을 나누고픈 마음에 셔터를 눌러보는 필자가 되어 있음도 발견한다.

물은 오래 전부터 철학의 소재였다. 철학은 본질을 묻는 학문이다. 약 2500년 전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다. 앎 자체가 목적인 질문에 대해 그는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는 답을 내었다. 또한 수없이 많은 철학자들이 자연에서의 깨달음에 대한 것들을 논하는 것을 접할 때마다 일반인 누구나 그 정도는 심오함은 이미 갖고 있을 거란 생각으로 무감각하게 살아왔는데 바라봄의 횟수가 더해 갈수록 평안한 내 마음에 물이 차오름도 느껴진다. 물빛이 초겨울의 깨끗한 하늘을 품으니 물에 대한 사색과 검색을 하는 나도 보인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 한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인 질소(N)의 화합물이다. 물과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 화합물인 생명체는 태양에너지로 성장하기에 행성의 생물체 탐사 시 제일 먼저 찾는 것은 물이다. 생물체는 질소의 화합물이고, 질소는 물에 녹아서 이동하기 때문에 식물이 질소를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흙이 물을 품어야 한다. 인간 역시 식물과 동물을 통해 농축된 질소 화합물을 먹고, 그것을 에너지원으로 살아간다. 인간이 죽으면 미생물은 인간의 몸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고, 이 물과 질소는 다시 흙과 공기를 되돌아가는 현상이고 생명체의 순환은 크게 질소의 순환이기에 생명의 근원이라 생각된다.

물은 느림의 미학이다. 표면장력이 커서 잘 뭉쳐지는 것이라고 한다. 용기에서 물을 따를 때 우리의 눈에는 물이 마치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유리구슬이 연이어 떨어지는 것으로 물이 구 형태며 구의 형태로 이동한다. 그래서 물이 빨리 이동하면 주변의 물체에 부딪혀 충격을 주니 이동하는 물의 규모가 클수록 충격도 커지게 되어 폭우와 홍수의 피해를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물은 천천히 적은 양을 이동시키며 이용해야 함을 가르치며 우리의 삶에 적용해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치수의 기본은 느림에서 시작된다. 물을 관리하는 이유가 여기 있으며 성난 파도가 무서운 이유이기도 하다. 물은 또한 많은 것들을 수용한다. 그 넓은 포용력을 담고 싶다.

지구에서 이용 가능한 음용수는 전체 지표수의 3% 내외라고 한다. 심오한 필요함에 한 모금의 생수 맛이 무척 달다. 호수에 빛나는 물결들은 어느새 성급한 인간에게 통찰하는 시선을 갖게 만드는 묘한 재주에 있음에 필자 또한 놀랍다. 우리가 자연을 대해야 하는 이유인가 보다. 호수전경이 바라보이는 그네에 앉아 그저 멍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저 좋다. 산책중인 한 쌍의 다정한 대화도 자전거 타는 아들을 바라보는 젊은 아빠의 시선도 온전히 전해지는 산책길이다. 세종 호수 산책길에 반한 내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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