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REBOOTING] 이인섭 전)중소기업벤처기업부 대전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도시어부, 퇴직 후 바다낚시 예찬론자로 다시 명함을

김경희 작가 승인 2022.01.10 16:06 의견 0
[인생 REBOOTING] 이인섭 전)중소기업벤처기업부 대전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현역의 짐을 벗어버리고 세월 낚는 강태공으로 변신했다. 2017년 12월 연말은 2주일 내내 두문불출 잠만 잤다, 원 없이……. 2017년 12월 공직의 현장에서 자리를 내려놓고 부족한 잠과 승부를 겨루듯이 자고 또 자고 다시 자고를 거듭하면서 2주일간 신선놀음을 했다.

30여 년간 현역에서 중소기업 지원업무에 몰두했다. 열심히 그리고 또 열심히. 몸에 축적된 피로보다 정신을 휘감은 피로도가 더 큰 여파로 밀려왔다. 현역 시절 중소기업 지원업무가 주 임무였다. 공직의 마지막 자리였던 중소벤처기업부 대전충남지방청장을 끝으로 정부 공무원 직에서 자리를 내려놓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옮겨 3년 동안 더 중소벤처기업 정책업무를 수행업무하였다. 지난 2021년 5월 말에는 공단을 퇴직하였다. 이로써 1988년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지 33년간의 공직 생활을 모두 마감하였다. 공직을 모두 내려놓은 후, 민간분야에서도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전 생애가 중소벤처기업과의 인연이다.

■ 바다낚시, 매력적인 삶의 미끼가 줄줄이

공직현장에서 퇴직 후에는 2주일 내내 잠으로 자유인임을 증명했다. 매일 칼 출근, 칼 퇴근을 하던 습관은 어쩔 수 없는지 2주일이 지나자 서서히 몸이 근질근질 하기 시작했다. 낚시 도구를 챙겨 바다로 떠났다. 출퇴근의 의무가 없으니 언제 떠나도 언제 돌아와도 간섭받지 않는다. 주말과부를 만든다는 강태공들의 이야기.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낚시, 그 가운데 특히 바다낚시는 그야말로 매력적인 삶의 미끼가 너무 많다. 줄줄이 거론 하자면 2박3일로도 모자란다.

드넓은 바다를 앞에 두고 낚시 대를 드리우는 것만으로도 이미 점수의 반을 딴다. 바다를 끼고 차를 몰다 좋은 자리가 보이면 바로 차를 세우고 산비탈을 따라 내려간다. 적당한 자리에 낚시 대를 드리우고 바다와 마주한다. 월척을 낚으면 낚아서 기쁨이요, 빈손으로 올라온들 허허롭지 않다. 드넓은 바다와 마주하며 황홀한 정경을 가슴에 품었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근육량을 늘렸다. 그날의 전략과 채비를 준비하며 상상의 폭을 넓혔다. 치매 예방에 그만이다.

퇴직 후,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지만 잠시의 신선놀음도 평소의 일벌레 습관이 다시 몸을 파고들어 자유인의 명함을 두 달 만에 내던지고 다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일원이 되어 진주로 내려갔다. 한려수도, 남해바다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진주가 나를 다시 바다낚시 예찬론자로 만들었다.

주나라 문왕과 강태공의 이야기는 수백 년의 세월을 거슬러 회자되고 있다. 강태공 왈

"낚시에는 세 가지의 심오한 이치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미끼로써 고기를 낚는 것인데
둘째는 좋은 먹이로써 더욱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는 법인데
마지막으로 물고기는 종류에 따라 요리법이 다르다.

강태공이 문왕에게 일러준 세 가지 이치는 정치인이 인재를 고르는 세 가지 비법이지만 우리네 인생의 방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나이 72세에 처음 문왕을 만났으며, 문왕은 그를 태공망(太公望)이라 칭하며 국사로 봉했다. 그가 바로 세월을 낚던 '강태공'이었다.

필시 세월을 낚는 동안 도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 강태공, 나또한 세월을 낚는 바다낚시 예찬론자이다. 낚시의 과정을 흥분하면서 설명하자 인문학 강의 같다고 응수해준 어느 분의 대답이 낯설지 않다.

[인생 REBOOTING] 이인섭 전)중소기업벤처기업부 대전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 인생 공부, 더불어 즐거움은 바다낚시로부터

처음 작은 중소기업 입사를 시작으로 사회 초년생을 보내고, 1988년, 조금 늦은 스물여덟에 공무원에 입문했다. 1996년 2월, 중소기업청이 개청하고, 상공부를 시작으로 호칭은 바뀌었지만 중소기업 정책업무는 해를 달리할수록 그 책임의 바운더리가 더 커지고 있다. 써야 될 돈은 많고 예산 확보는 중앙부처 공무원도 넘을 수 없는 산이다. 사업구상해서 이 사업 해보겠습니다 결제서류를 들고 들어가면 거의 되돌려 받기 일쑤였다. 업무가 스트레스라는 옷을 입을 때는 훌훌 벗어던지고 낚시를 떠났다. 바다낚시의 횟수만큼 스트레스도 줄여나가면서 바다낚시 예찬론자로 서서히 자리를 굳혔다.

현직의 공적을 들자면 대학과 중소기업 산학연공동기술개발 사업을 도입해서 중소기업과 지방대학에 단비와도 같은 산학협력 모델을 제시해주었다. 30년 전 19억으로 시작한 사업이 수천억의 예산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성과도 있었다 하겠지만, 현직에 있을 때 과연 무엇을 남기고 나왔을까 생각하면, 허허롭기만 하다.

공직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신분이 바뀌는 미묘한 사회적 포지션 사이에서 갈등할 때도 나는 낚시 도구를 챙겨 바다로 떠났다.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지만 드넓은 바다, 드리운 낚시대에 걸려 올라온 녀석이 감성돔이라도 되는 날이면 세상의 시름을 한 쾌에 날려버린다.

바다낚시가 취미였던 나에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황홀한 유배지 같은 곳이었다. 진흥공단의 본사가 진주혁신도시에 위치해서 나는 틈만 나면 바다로 떠날 수 있었다. 40여 분이면 거제 바다, 통영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 내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나 거제는 낚시 천국이다. 해금강, 장승포, 외포, 가조도는 나를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하는 강태공으로 만들었다. 혼자 다니면 자유롭고, 여럿이 함께 가도 즐겁다. 바다낚시는 무조건 행복하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65세,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현직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시기다. 준비하지 않고 맞이하는 은퇴는 직장보다 더 굳건한 올가미로 우리를 옥죄게 된다. 준비의 과정은 삶의 질을 높이는 취미일수도 있고 경력의 연장선인 자격증일수도 있다. 물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도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다. 굳이 내가 선택한 퇴직 후의 기쁨이라면 바다낚시라고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낚시는 단순히 바다라는 어장에 갇힌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작업이 아니다.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한 마리 돔을 잡기 위해서 수백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어제 오늘 물 깊이가 다르고 방향이 달라진다. 수온에 따라 타겟이 되는 물고기도 달라진다. 그날그날 현장에서, 조류와 바람과 수심에 따라 적당한 찌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심지어 낚싯줄 굵기도 바꿔야 한다. 바늘 크기도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찌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다.

[인생 REBOOTING] 이인섭 전)중소기업벤처기업부 대전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바다낚시는 치매 예방에도 효과 만점이다. 혼자 할 수 있고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더불어 적당한 근력운동과 드넓은 바다를 풍광으로 치매 예방까지……. 뭘 더 바랄까. 거기에 방금 잡은 돔으로 회를 떠서 초고추장만 발라도 회인지 꿀인지 분간할 수 없다. 혀에 착착 감기는 그 맛에 바로 다시 그래 이 맛이야 !

가조도로 갈까 해금강으로 갈까 고등어를 잡을까 돔을 잡을까? 생각만으로도 며칠 전부터 이미 행복하다. 그날이 오기 전부터 설레고 그날은 행복하고 다음날부터 다시 그날을 기다리는 바다낚시.

살면서 만난 탁월한 선택 중 세 손가락 안에 꼽는 바다낚시. 아직 퇴직 후의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찾지 못한 이에게, 아니 삶의 기쁨을 찾는 이들에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다낚시를 권한다.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2년 후 거제도의 한 바닷가에서 낯익은 모습의 한 사내가 가조도 바닷가에 자주 출몰한다면 그 사람의 이름은 분명 이인섭!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