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 ‘보령해저터널’ 개통식

‘보령해저터널’ 개통 직전 별세한 이완구 전 총리 작품

시사저널 청풍 승인 2022.01.11 14:50 의견 0
국내 최장 ‘보령해저터널’ 개통식

보령해저터널이 11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12월 1일 오전 10시 무료로 정식 개통하는 가운데, 충남도가 서해안 신관광벨트 조성에 시동을 걸었다.

2019년 개통한 원산안면대교에 이어 이번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국도 77호선이 최종 완성된 만큼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수도권과 중부권, 전라권 등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최장 ‘보령해저터널’ 개통식

보령해저터널이 문화관광, 해양레저 등 전반 분야에 걸쳐 서해안의 획기적인 대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는 ‘사람을 이어주고 문화를 연결하며 세계로 뻗어가는 서해바닷길’ 완성을 계기로, 앞으로 서해안 신관광벨트 조성에 행정력을 집중시켜 충남이 중심이 되는 국내 관광 지도를 새롭게 그린다는 방침이다.

해저터널 교차로

세계 5번째 길이의 보령해저터널은 건설되기까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당초 바다에 터널이 아닌 다리를 놓을 예정이었고, 건설 계획 자체가 무산될 뻔한 상황도 있었다. 이때마다 동분서주하며 문제를 해결했던 사람이 있었다. 지난 10월 14일 세상을 떠난 이완구 전 충남지사(전 국무총리)다.

보령해저터널은 국도 77호선 태안~보령 연결도로 공사(총 14.4km)의 한 구간이다. 이 가운데 터널 구간은 보령시 신흑동 대천항에서 원산도까지 6.9km이다. 나머지 원산도에서 태안군 영목항까지 1.8km는 해상 다리, 나머지 5.4km는 접도 구간이다.

이 사업은 1998년 12월 충남도가 추진한 서해안 산업관광도로(태안~안면~보령) 기본계획 용역에서 출발했다. 심대평 충남지사와 이명수 개발담당관(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때 계획에 해저터널은 없었다. 대천항과 원산도를 연결하는 구간도 다리를 놓을 예정이었다. 2002년 예비타당성 조사에 이어 2005년 기본설계까지 마쳤다.

그런데 2006년 8월 기획예산처가 사업 타당성 재검증을 추진하고 나섰다.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와 비교해보니 사업비가 4171억 원에서 5884억 원으로 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업비 증가로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기획예산처는 판단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당시 재검증 결과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면 보령해저터널은 지금까지 건설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2007년 충남도청에서 보령해저터널 건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이때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나섰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완구 지사는 기획예산처를 찾아가 “(과거 함께 일했던) 내가 충남도지사인데 선물하나 달라”고 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사무관 시절 경제기획원에 근무한 적이 있는 이 지사는 당시 기획예산처 장·차관 급 간부들이 과거 직장 동료였다.

이와 함께 재검증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진 설득에 나섰다. 이 지사와 충남도 국장급 간부 등은 20여 차례 KDI원장과 연구진을 만났다. 이 지사 등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와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 건설과 태안·태안·당진 등 충남 서북부 지역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교통량과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교통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라도를 가봐라.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가 부지기수로 많다. 충청도 홀대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완구 지사는 또 건설교통국장 등 충남도 실무진에게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실무진은 “교량 일부 구간(2.4㎞)을 터널로 만들면 대형 화물선 통행로도 확보하고 약 1000억 원의 사업비가 절감된다”는 민간 연구 기관 용역 결과도 얻었다.

국내 최장 ‘보령해저터널’ 개통식

“다리 대신 터널 건설하면 1000억 절감”

이 지사는 이런 연구 결과를 기획예산처에 제출했다. KDI는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B/C(비용·편익 분석)가 0.59로 사업시행 결정 기준(0.5)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런 결과가 나옴에 따라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고, 해저터널 구간은 충남도가 예상했던 2.4km에서 나중에 6.9km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2.4km 구간만 해저터널로 건설하고 바다 중간에 인공섬 등을 만드는 계획도 한때 검토되다가 아예 대천항에서 원산도까지 터널을 뚫기로 최종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완구 지사는 보령해저터널 개통을 보지 못하고 혈액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71세. 그는 “우리 국민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완구 지사가 원했던 대로 보령을 중심으로 한 충남 서해안은 신산업과 신해양 관광 시대를 여는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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