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만난 ‘JANE’, 진천 ‘힐링 플레이’ 유혜선 대표

김경희 작가 승인 2022.01.11 15:11 의견 0
숲에서 만난 ‘JANE’, 진천 ‘힐링 플레이’ 유혜선 대표

숲은 글씨부터 숲이다. 나무를 닮은 글씨, 생각만으로도 나무사이를 걷고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50살이 넘은 필자의 유년 기억 속에 미국 드라마의 주인공 ‘타잔’은 숲속의 영웅이었고 타잔의 연인 제인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인이자 용감한 여인이었다. 추억 속의 제인을 진천 숲에서 만났다.

유혜선 대표 그리고 그녀의 동생 유진선 실장. ‘형제는 용감했다’라는 영화 제목이 있지만 형제들 그 이상 용감한 자매들이다. 그녀들은 나무 사이를 밧줄을 타고 자유로운 비행중이다.

숲에서 만난 ‘JANE’, 진천 ‘힐링 플레이’ 유혜선 대표

진천 2천 평 국유림에 모여 밧줄을 타고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시계의 태엽이 바로 소리를 냈다. 째깍째깍!

2021년 가을날 어머니와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의 강 앞에서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르면서 어머니를 숲으로 모셨다. 숲에 갈 때마다 어머니를 그리워할 수 있고 어머니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매일 어머니를 만나는 딸들, 그날은 어머니를 숲으로 모시고 자손들이 모여서 다들 즐기고 어머니를 가슴에 한 번 더 묻었다.

진천 ‘힐링 플레이’


아이는 자연에서 키워야 한다는 책 속의 진리를 숲에서 실행하다

자연은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사랑스럽고 빠져들게 된다. 자연, 그 광대한 이름 앞에서 숲으로 다시 눈을 돌려본다. 숲은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숲은 누구에게나 에너지원이다.

숲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 견학과 교육의 경험을 쌓았다. 2018년도에 숲 활동의 원조인 네덜란드에 가서 선진 숲 프로그램을 배웠다. 밧줄은 보기보다 튼튼해서 200kg 하중을 견딘다. 건장한 남자들도 밧줄 체험을 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하다.

사고의 위험을 우려하지만 전문가가 장비 점검 후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많은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큰 사고가 나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진천 ‘힐링 플레이’

종종 숲으로 온 이유를 질문받는다. 나도 여느 청년들과 다르지 않은 20대 30대를 보냈다. 공무원 시험도 준비해보고 사회에서 한 귀퉁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청년의 기간을 보냈다.

그 여정 안에서 진천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진천으로 터전을 옮기게 됐다. 진천에서 신혼 시절을 보내면서 아이를 낳고 책 속에서 육아에 대한 기본기를 익혔다. 그 속에서 터득한 진리는 바로 아이를 자연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진천 ‘힐링 플레이’

2015년에 숲 해설가 자격증을 땄다. 숲 해설을 같이 공부하던 멤버 5명이 같이 협동조합 준비를 하면서 단체를 형성하고 다시 지금의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2017년 3월 17일 힐링플레이가 태동하면서 집라인, 트리 클라이밍, 트리텐트, 빅스윙 바이킹, 해먹, 슬랙라인(무릎높이 밧줄을 손으로 잡고 건넌다) 등의 숲 밧줄 체험 활동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슬랙라인은 우리 선조들이 즐기던 외줄타기와 비슷해서 우리나라가 그 원조라고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시각장애인 조카의 든든한 친구가 된 숲

자연은 수시로 변화하는 생물이라 삶의 대처능력을 배울 수 있다. 조카인 영래는 시각장애인이다. 영래가 밧줄을 타며 시범조로 선을 보일 때는 저절로 환호성이 나온다. 힐링플레이의 실장을 맡고 있는 동생 진선이가 용기 있는 결단을 하고 영래를 숲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도심의 아스팔트 길과 흙으로 덮인 산길은 다르다. 영래는 시각장애인이라 숲에서 냄새를 맡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놀아본 아이가 잘 논다. 엄마들이 위험하다고 몸 사리며 키운 아이들은 숲에 와서도 머뭇머뭇 긴장하느라 오히려 다치기도 한다.

영래는 지금은 열 살이지만 더 어릴 때 처음 로프를 잡고 나무에 올라 살려달라고 소리소리 지르던 아이다. 그렇게 시작된 영래의 용기 있는, 아니 영래 엄마 유진선 실장의 용기 있는 행보가 시각장애인 아이들이 숲에서 성장의 한 가지를 뻗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 민수도 어릴 때는 매일 숲에 왔다. 민수가 송충이를 보더니 송충이를 손으로 집고 물에 떠내려 보냈다. 꿈틀거리는 작은 물체를 두려워하지 않고 친구처럼 생각한다. 자연은 최고의 친구다.

진천 ‘힐링 플레이’

숲을 이동하다. 도심으로 가져가는 숲

장애인 아이들도 누릴 수 있는 숲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숲까지 오기 힘든 여건이라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숲을 갖다 주기로 했다. 숲의 개구리 곤충 나비 애벌레 물고기를 직접 가져다주었다. 봄에는 온갖 꽃들을 가져가서 아이들한테 직접 느껴보고 만지게 해주었다. 향기는 덤이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만지면서 숲을 만났다. 영래는 잠자리를 잡으면 여기저기 사정없이 만져본다. 이제는 친구처럼 같이 놀다가 놓아주는 영래, 자연과 친밀해지면서 훨씬 더 행복해졌다. 개구리와 두꺼비를 채집통 안에 넣고 결혼하라고 앙증맞은 행동을 한다. 둘이 결혼하면 ‘개꺼비’가 나올 것이라며 상상력 풍부한 이름까지 짓는다.

학교에서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나무에 올랐다가 무서운 마음에 높은 곳에 자기를 올려놨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해프닝이 있었다. 내려와야 신고하지 않겠냐고 겨우 달래서 30분 만에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 중에 아까 그 녀석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나무와 친구가 된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 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자연과 빠른 교감을 한다.

진천 ‘힐링 플레이’ 유혜선 대표

처음 시작은 숲이 좋았을 뿐이지만 이제 ‘힐링 플레이’는 시대적인 사명과 만났다. 장애인 아이들을 위한 열린 공간의 장을 마련한다. 더불어 기후위기와 환경의 숙제가 이미 ‘우려’의 단계를 넘어선 지금. 자연 친화적인 삶만이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열린 공간 숲에서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연과 친구가 되는 작은 변화들이 우리 아이들이 짊어질 미래의 짐도 조금 덜어낼 수 있다. 숲은 이제 숲 넘어 미래의 생존이며 희망이라는 이름을 하나 더 얻었다. 그 길에 ‘힐링 플레이’가 항상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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