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출근길 단상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승인 2022.02.09 16:08 의견 0

국민배우로 알려진 김혜자 씨는 에티오피아의 참혹한 가난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신을 원망했는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이보다 더 강도 높게 “자신 안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고”, “천국이 아무 의미가 없다”라는 놀라운 발언을 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 두 분이 ‘신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바로 가난의 현장을 보면서 토로한 역설입니다.

김혜자 씨는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소말리아, 보스니아, 인도, 케냐, 우간다, 북한, 시에라리온, 아프가니스탄 등을 찾아다니며 가난 속에 고통 받는 아이들을 돕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그런데 참혹한 가난의 현실을 보면서 신을 원망한 것이지요.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자신도 인간 사회에서 짓밟히고 내버려진 사람들과 함께 혹독한 시련을 경험하였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고, 사랑하지도 않고, 돌보지도 않으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민들의 상태가 그분에게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에 자신 안에 하나님은 없다는 극단적인 반어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 사회에도 가난에 신음하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가난은 임금님도 해결할 수 없다’라는 옛말이 있는데, 이것은 가난은 자신의 능력, 노력, 자세 등에 기인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물론 가난은 개인적인 요인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외적요인에 의한 영향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아니면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난을 짊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지요. 그래서 현대사회에서의 가난은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와 사회가 책임을 공유해야 할 공공의 문제입니다.

새마을운동의 시작은 1차적으로 가난의 극복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시점에서 가난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은 다소 달라졌겠지만 아직도 가난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현재는 상대적 빈곤이라는 빈부 갈등도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데, 우리는 그 짐을 떠안고 있지요. 생명운동이나 평화운동을 열심히 전개하면서도 새마을정신을 구현하는 우선적인 과제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돌봄과 나눔의 확대가 무엇보다도 절실합니다. 그래서 공동체운동이 중요합니다. 새마을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을 생각하며 월요일 출근길에 오릅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