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칼럼] 단절과 갈등을 넘어 이음으로

이창기 교수 승인 2022.05.11 14:51 의견 0

오늘의 공동체가 불행한 가장 큰 이유는 단절에서 찾을 수 있다.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왜 소통이 안 되며 외로움을 점점 더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까? 우리 모두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가만히 보면 모두가 다 스마트폰만 본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서로 어색하고 무안한 듯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이내 다시 스마트폰 화면을 보기에 바쁘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1969년에 출간한 ‘단절의 시대’라는 책을 통해 근대와 현대의 단절을 주장하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이야기했다.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이 곧 자본이요, 기업은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므로 그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심지어 세상을 부분적으로 보지 말고 전체를 조감하며 생각하여야 하고 예측보다는 현재와 다른 측면에서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고 현대에는 과거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던 세계관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설파했었다. 오늘의 상황에 비추어 참으로 탁월한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우리는 세대 간의 단절, 남녀 간의 단절, 지역 간의 단절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요즘 MZ세대는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한다. 성공의 기준도 행복의 기준도 내가 정한다는 ‘미제너레이션(me generation)’이다. 과연 나와 내 가족 만 행복하면 그만일까. 공동체가 불행한데 모른 채 하고 살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서 세대 간 사고의 단절이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개인의 행복과 개인의 행복을 더해서 공동체의 행복을 함께 만들어가는 덧셈의 법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우리 사회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앞에서 살펴 본 단절에서 비롯된 세대 간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계층갈등, 이념갈등, 노사갈등, 지역갈등, 남북갈등 등이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에서 터키, 그리스, 칠레, 이탈리아에 이어 사회갈등지수가 5위에 랭크되었다. 더구나 한국사회의 갈등관리능력은 34개국 중 27위로 꼴찌에 해당하며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246조에 달한다고 하니 사회적 비용이 이만 저만 아닌 셈이다. 또한 한국사회의 개인 간 신뢰지수도 56.9으로 매우 낮은 편이며 신뢰지수가 낮을수록 갈등은 심하고 이에 대해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증가하게 마련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사회는 사회갈등으로 인하여 국민총생산(GDP)의 26%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최근 발표한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8%로 집계돼 가장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식된 유형은 빈곤층과 중상층(85%), 근로자와 고용주(77%), 개발과 환경보존(67%), 노인층과 젊은층(62%), 수도권과 지방(59%), 서로 다른 종교(56%), 남성과 여성(49%)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의 갈등을 해소해야 할 정치가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이익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중재해야 하는 게 정치의 존재이유고 정치인은 그 소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정치인들이 갈등을 조장하고 편 가르기를 밥 먹듯이 한다. 이번 대선도 갈라치기로 재미를 보았기에 그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할 게 분명하다. 사사건건 국론이 반으로 나뉘는 구조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지금부터라도 과거 없는 현재가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대 간의 가치를 이어주려는 의도적 노력이 절실하다. 정치가 단절과 갈등을 넘어 이음의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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