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의 단상] 밥심과 국력

힘이 없는 국가는 언제든 당한다

홍경석 편집위원 승인 2022.05.11 15:33 의견 0

지난 2월, 애청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은 내용이 예사롭지 않았다. 출연한 대학교수는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2년 연속 비대면 졸업식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졸업장마저 우편(택배)으로 보내다 보니 그럴 만도 했다. 3년째 우리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코로나의 장기화 사태는 우리 사회와 주변을 크게 변모시켰다. 배달업은 성업이었다지만 대부분 자영업자는 매출의 반 토막도 모자라 문을 닫은 곳 또한 부지기수였다.

여행은 화중지병(畵中之餠)이었으며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는 어렵사리 구한 예식장에서조차 결혼식을 아예 할 수 없었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책이 ‘그때그때 달라요’ 식으로 마치 고무줄을 늘였다 당겼다 하듯 그야말로 조변석개(朝變夕改)한 때문이었다.

세상이 이처럼 하 수상함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세계적 경기 불안을 야기했다. 그 바람에 물가고가 습격했으며 각종 원자재 가격까지 폭등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난기류까지 형성되었다.

이런 사이 대선이 다가오자 문재인 정권은 어이없게도 방역의 고삐를 매우 느슨하게 풀어버리는 이해하기 힘든 정책을 남발했다. 고작 수백 명의 확진자가 나와도 온 나라를 꽁꽁 얼어붙게 하더니 돌변하여 이제는 매일 수십 만의 확진자와 함께 매일 수백 명씩 사망자가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여전히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전국의 주요 대학이 지난 3월부터 개강하면서 2년 만에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엔 대학마다 구내식당 밥값이 날개 돋친 듯 올라 학생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충남대 학생 식당의 경우, ‘알밥’이 2019년까지는 3,900원이었지만 현재는 4,800원이라고 한다. 서울대의 학생회관 식당에서 파는 ‘갈비탕’ 가격은 2019년 3월만 해도 3,000원이었지만 지금은 5,000원으로 올랐다. 자그마치 20~40%까지 폭등한 대학식당 밥값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팽배하다고 한다.

사람은, 특히 장차 미래의 동량인 학생들로선 밥심이 최고의 자본임은 불문가지다. 밥을 먹고 나서 생긴 힘을 일컫는 ‘밥심’은 자신감의 근원을 이룬다. 그런데 이처럼 각종 메뉴와 밥값이 일제히 천정부지로 오르고 반대로 양까지 감소하는 ‘수상한 현주소’의 아이러니에 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편한 현실이 못마땅하여 훌근번쩍(눈을 함부로 흘기며 번쩍거리는 모양)하는 와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다시금 막말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4월 3일 서욱 국방부 장관을 겨냥해 “미친놈”, “대결광”, “쓰레기” 등 험한 말을 쏟아내며 맹비난했다.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막말 파동으로 쏠쏠한 재미를 거둔 바 있던 터라서 이 같은 김여정의 막말은 5월에 새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까지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자 명분 쌓기라는 관측까지 분분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르고 있는 만행에서 볼 수 있듯 힘이 없는 국가는 언제든 침략을 당하기 마련이다. 이런 관점에서라도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비루먹은 강아지’가 되어선 안 된다.

또한 대학교는 소상공인에 분류되지 않아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해 재정난을 극복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의 밥심은 궁극적으로 국력이다. 빨리 손을 써서 대학교 역시 우선 학생 식당만이라도 소상공인에 포함해 미래의 강군(強軍) 초석인 학생들의 배를 곯리는 일부터 막아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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