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 여행이야기]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마이산 벚꽃 엔딩

소천 정무영 승인 2022.05.11 15:39 의견 0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마이산은 호남의 지붕이라고도 불리는 진안고원의 한가운데 우뚝 솟은 두 개의 암봉으로, 각각 동봉(숫마이봉)과 서봉(암마이봉)이라고 한다. 두 봉우리의 모양이 말의 귀처럼 생겼다 하여 마이산이라 하였다 하며, 마이산은 그 특이한 형상으로 이국적인 모습의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꼽힌다. 봄꽃시즌이면 마이산 산행과 신비한 탑사 그리고 벚꽃길이 어우러진 벚꽃 엔딩의 성지로 우리나라 명산 중 명산이다.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마이산 이름은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차례 바뀌어 왔다. 서다산 또는 솟다산에서 한자음을 빌려 신라 때에는 西多山(서다산), 고려시대에는 공중으로 솟았다고 용출산, 조선 태종 때 비로소 馬耳山(마이산)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며 음과 양을 갖춘 부부봉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이산도 금강산처럼 계절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르다. 봄에는 안개 속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 사이에서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 귀처럼 보인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文筆峰)이라 부르기도 한다.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높이는 암마이봉이 687m, 숫마이봉이 681m이다. 천황문은 분수령으로 남부주차장쪽으로는 섬진강 물줄기의 시작이고 북부주차장쪽으로는 금강 물줄기의 시작이다. 지질은 백악기의 역암(礫岩)이며, 숫마이봉으로 150m 올라가면 바위가 떨어져 나가 생겼다는 하나의 작은 동굴이 있는데 이곳이 화엄굴이다. 옛날 어느 이승이 굴에서 蓮花經(연화경)과 華嚴經(화엄경)을 얻었다고 화엄굴이라고 하며 사시사철 맑은 석간수가 흘러나와 이 약수를 마시고 치성을 드리면 옥동자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으나, 최근에는 조류(비둘기 등)의 서식지로 오염되어 음용수로는 사용할 수 없다.

암마이봉은 오를 수 있어 정상석이 있으며, 숫마이봉은 등산이 불가능한 바위다.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은 가까이서 보면 군데군데 크고 작은 구멍들이 벌집같이 뚫려 있고, 산 덩어리 전체가 마치 시멘트 콘크리트를 버무려 놓은 것 같은 뻐끔뻐끔한 수성암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아주 옛날 이 지역은 호수였다는 흔적이라고 한다. 그 증거로 바위에서 쏘가리 형태의 민물고기 화석과 고동, 조개화석 등이 발견되어 바위의 형질이 담수성 역암으로 판명됐고, 지각변동에 의해 바닥이 솟아올라 봉우리가 된 것이다. 벌집같이 뚫려 있는 바위를 타포니(Tafoni) 지형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바위가 형성될 때 밖에서 안으로 패여 들어간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비눗방울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표면으로 터지듯이 생긴 것이라 한다.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지금처럼 모양새를 갖게 된 전설도 전해지는데 아주 먼 옛날 산신부부가 자식들과 함께 살다가 하늘로 되돌아갈 때가 되었는데 남자산신은 사람이 보면 안되니 밤에 오르려고 했으나, 여신은 밤에는 무서우니 새벽에 일찍 오르자고 하여 여자산신의 말대로 새벽에 하늘로 오르는 찰라, 공교롭게도 새벽에 물을 길러 나온 어느 아낙네가 산신부부가 자식들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승천에 실패하고 굳어서 돌이 되었답니다. 떨어져 주저앉는 순간 화가 잔뜩 난 남신이 여편네 말을 듣다가 이 꼴이 됐다며 두 아이를 빼앗고는 여신을 발로 차버렸기 때문에 지금처럼 두 봉우리가 거리를 두게 됐고, 숫마이봉은 아이들이 붙어 있는 모습이고, 암마이봉은 죄스러운 마음에 돌아앉아 머리를 숙인 모습을 하고 있다 한다.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 천황문에서 남부주차장쪽으로 긴 계단을 내려서면 미륵의 모습을 한 숫마이봉의 턱 부분에 은수사가 자리 잡고 있다. 좌측에 大寂光殿(대적광전) 우측엔 無量光殿(무량광전)이 있으며 중간에는 국내에서 최대크기인 법고가 자리하고 있는 마치 마이산 안뜰과 같은 이곳은 매년 마이산신제가 거행되고 있다. 은수사라는 이름은 태조가 이곳의 물을 마시고 물이 은같이 맑다고 하였다 하여 지어진 것이라 한다.

마이산 절벽에 붙어 자라고 있는 줄사철나무와 640살 이상으로 추정되는 청실배나무는 은수사에서 꼭 보아야 할 천연기념물이다. 겨울철에는 청실배나무 밑동 옆에 물을 담아두면 나뭇가지 끝을 향해 거꾸로 고드름이 생기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탑사는 어릴 때부터 효성이 지극했다는 이갑룡(李甲龍 1860~1957) 처사가 부모의 상을 당함에 묘 옆에 움막을 치고 3년간 시묘살이를 마친 뒤 인생의 허무 무상함을 통탄, 전국 명산을 전전하며 수양을 쌓다가 25세 때 마이산에 들러 솔잎을 먹으며 생식을 하면서 수도하던 중 신의 계시를 받아 쌓은 만불탑이라고 한다. 이 탑은 천지 음양의 이치와 팔진도법으로 축석하였고 이갑룡 처사는 용화세계 억조창생의 구제와 만인이 짓는 죄업을 대신 속죄하는 기도를 성업으로 일생을 보내시다 1957년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마치셨다. 사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갑용 처사가 평생을 바쳐 쌓은 탑들이다. 대웅전 앞으로 월광탑, 일광탑, 중앙탑이, 대웅전 뒤의 절벽 쪽으로 오방탑·천지탑 등이 조성되어 있다. 당시에는 절 이름도 없었으나 그가 평생 동안 만불탑을 축성했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탑사(塔寺)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갑용은 평생 108기의 탑을 완성했으며 현재 80여 기의 탑이 남아 있다. 이 탑들은 마이산탑(馬耳山塔)이라는 이름으로 전라북도기념물 제35호로 지정되어 있다.

마이산 벚꽃길은 진안 고원의 독특한 기후로 인하여 전국에서 가장 늦게 벚꽃이 피기로 유명하다. 이산묘에서부터 탑사에 이르는 2.5km의 벚꽃길에 벚꽃이 만개하면 화려한 장관을 이룬다. 이곳 벚꽃길에서는 드라마 <산이라 불리운 사나이>, <49일>, <남자가 사랑할 때>, <옥탑방 왕세자> 등이 촬영된 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하다.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봄꽃의 대표… 벚꽃이 늦게까지 환상적인 마이산 탑영제 벚꽃길

올해는 빨리 핀 벚꽃이 주중에 내린 비로 인하여 빨리 떨어졌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달래려 오늘은 일출산행으로 마이산 산행에 나선다. 3시 기상, 4시 출발, 5시 반 남부주차장에 도착. 부지런히 탕금봉 부근 일출조망터로 올라간다. 벌써 조망터에는 일출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이 오셨다. 6시가 조금 지나자 암마이봉 뒤로부터 온 세상을 빨갛게 물들이고 수줍은 듯 암마이봉 오른쪽으로 붉게 타오르는 멋진 일출을 온몸으로 맞이한다. 왼쪽부터 비룡대 나봉암 그 오른쪽으로 삿갓봉 오형제들 앞으로 봉두봉 그리고 그 뒤로 태양이 감싸 안은 암마이봉이 경이롭다. 발 아래로는 남부주차장부터 금당사를 끼고 굽이돌아 탑영제를 지나 탑사까지 이어지는 2.5km 마이산 벚꽃길이 벚꽃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보다 아름다운 아침은 다시 못 볼 듯 황홀한 아침을 맞이한다.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연신 찰칵 찰칵 울리던 사진작가들의 카메라 소리와 여기저기서 나오던 감탄사가 조용해지고 하나둘 자리를 일어나 발아래 벚꽃 터널 찍으러 가간다며 이동하는 뒤로 나는 가슴 가득 벅찬 발걸음으로 멀리 암마이봉울 향해 진달래가 만들어준 꽃길 능선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나옹암 황금빛 고금당, 나봉암 비룡대, 삿갓봉을 지나 성황당, 봉두봉에서 암마이봉 정상에 오르고 천황문으로 내려와 화엄굴을 보고 은수사를 거처 탑사로 하산하여 벚꽃길을 따라 탑영제를 보며 남부주차장으로 복귀하고자 한다.

신비의 마이산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다

연두연두한 꽃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암마이봉에 다가설수록 엄마 치마폭 뒤에서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미는 숫마이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성황당 지나 봉두봉 너머 암마이봉의 옆구리를 돌아 손에 닿을 듯 마주 서 있는 숫마이봉을 바라보며 정상에 다가간다. 정상 바로 전 숫마이봉 전망대에서 두 자녀를 좌우로 한 명씩 끼고 연두연두 고깔모자를 쓰고 있는 숫마이봉을 바라본다. 숫마이봉 전망대에서 멋진 젊은이를 만났다. 서울에서 왔다는 정민 님이다. 마이산이 100대 명산 83번째 등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정상까지 올라온 멋쟁이 아가씨이다. 100대 명산 완등 시까지 안전한 산행을 당부하고 바로 위 개나리가 반겨주는 암마이봉 정상에 오른다. 발아래 탑영제 벚꽃길과 걸어온 능선길을 되돌아본다. 참 아름답고 신비로운 산이다. 천황문으로 내려와 화엄굴에서 암마이봉을 파란 하늘 배경으로 담고 남쪽 계단을 따라 은수사로 내려간다. 은수사 청실배나무가 화려하게 만개하여 사람들이 줄줄이 사진 촬영이 한창이다. 청실배나무를 뒤로하고 탑사로 내려와 만불탑을 요리조리 돌아 돌아 천지탑까지 오른다. 올 때마다 신비로움에 또 감탄한다.

탑사를 빠져나오면 바로 오늘의 주인공 벚꽃길이 시작된다. 역시 오늘도 만개의 타임을 조금 놓치긴 했어도 마이산 벚꽃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꽃비 내리는 벚꽃길을 따라 발걸음이 신이 난다. 탑영제에서 벚꽃터널은 푸른 호수와 반영되어 비치는 마이봉과 오리배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그 화려함의 절정을 이룬다. 마이산에서 올해 가장 멋진 벚꽃엔딩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일출산행을 하여 조금 이른 시간, 암수마이봉을 멋지게 한 프레임에 담아보고자 북부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사양제에 비친 암수마이봉을 카메라에 담고 가까이 조성된 꽃잔디동산에서 멀리 마이산을 바라보며 돌아간다.

추천코스

가족산책코스

o 남부주차장 → 탑영제(벚꽃길) → 탑사 → 은수사 → 천황문 → 화엄굴 → 천황문 → 은수사 → 탑사 → 탑영제(벚꽃길) → 남부주차장: 5km(1:30~2:00 소요)

o 북부주차장 → 가위박물관 → 천황문 → 화엄굴 → 은수사 → 탑사 → 은수사 → 천황문 → 가위박물관 → 사양제 → 북부주차장: 4km(1:15~1:30 소요)

힐링산행코스(암마이봉 정상 등반)

o 남부주차장 → 탑영제(벚꽃길) → 탑사 → 은수사 → 천황문 → 암마이봉 → 천황문 → 화엄굴 → 은수사 → 탑사 → 탑영제(벚꽃길) → 남부주차장: 6.5km(2:30~3:00 소요)

o 북부주차장 → 가위박물관 → 천황문 → 암마이봉 → 천황문 → 화엄굴 → 은수사→ 탑사 → 은수사 → 천황문 → 사양제 → 가위박물관 → 북부주차장: 5.5km(2:15~2:45 소요)

건강산행코스(비룡대, 봉두봉, 암마이봉 정상 등반)

o 남부주차장 → 고금당 → 비룡대 → 성황당 → 봉두봉 → 암마이봉 → 천황문 → 은수사→ 탑사 → 탑영제(벚꽃길) → 남부주차장: 9.5km(3:30~4:00 소요)

장거리등산코스(상급자 종주코스)

o 합미산성 → 광대봉 → 고금당 → 비룡대 → 성황당 → 봉두봉 → 암마이봉 → 천황문 → 화엄굴 → 은수사 → 탑사 → 탑영제 → 남부주차장: 13km(6:00~7:00 소요)

o 덕천교 → 태자굴 → 광대봉 → 고금당 → 비룡대 → 성황당 → 봉두봉 → 암마이봉 → 천황문 → 화엄굴 → 은수사 → 탑사 → 탑영제 → 남부주차장: 12.5km(6:00~7:00 소요)

o 마령(원강정) → 보흥사 → 광대봉 → 고금당 → 비룡대 → 성황당 → 봉두봉 → 암마이봉 → 천황문 → 화엄굴 → 은수사 → 탑사 → 탑영제 → 남부주차장: 11.5km(6:00~6:30 소요)

※ 개인의 산행능력에 따라 소요시간이 다를 수 있으며, 일부 구간은 산불방지구간으로 폐쇄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동절기나 기상악화 시 암마이봉 정상은 폐쇄합니다. 사전에 탐방지원센터에 확인 후 등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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