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구용자(九容者)/구사자(九思者)

김형태 박사 승인 2022.07.12 14:51 의견 0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12.26.~1584.2.27.) 선생은 5천 원권 지폐에 그 초상화가 들어있어서 익숙한 얼굴이다. 조선 시대 명종에서 선조 때까지의 대학자요 대 정치가였다. 그러나 그는 어느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철학 정치, 경제 및 교육까지 아우르는 박학다식의 인물이었다. 1536년 어머니 사임당 신씨(師任堂 申氏)가 용꿈을 꾸고서 낳은 아들이다. 아명은 현룡(見龍)이며 3세 때 말과 글을 배웠고 7세 때 ‘진복창전(陳復昌傳)’을 썼고, 8세 때 ‘화석정시(花石亭詩)’를 지었으며 10세 때 경포대에 올라 긴 ‘경포대부(鏡浦臺賦)’를 쓴 신동(神童)이었다. 13세 때 진사초시에 장원급제한 것을 비롯해 9번이나 대·소 과거에 장원급제(수석합격)하여 9도 장원공(九度壯元公)으로 불릴 정도였다. 29세 때 호조 좌랑을 초임으로 출발해 매년 승진하여 승지, 부제학, 사조판서(이조, 호조, 병조, 형조, 판서/4개 부처 장관)를 역임했다. 서원향약(청주)와 해주향약을 만들었고 당쟁의 조정과 10만 대군 양병설과 대동법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의 학설로 태극설(太極說), 이기설(理氣說), 사단칠정설(四端七情說) 등이 있으며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정치, 처세관을 가진 선각자였다. 청소년들의 교육용 교재로 <격몽요결(擊蒙要訣)>이란 책도 썼는데, 본서 내용으로 10개 장(입지장, 혁구습장, 지신장, 독서장, 사친장, 상제장, 제례장, 거가장, 접인장, 처세장)과 부록으로 8개 항목이 있다. 그중에 청소년의 몸가짐 지신(持身)에 관한 구용자(九容者)와 구사자(九思者)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늘날 지식과 기술을 중심으로 교육하다 보니 사회생활에서 남을 배려하고 욕망을 절제할 줄 아는 기품 있는 인격자로 길러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기에 이런 율곡의 교육 내용이 더욱 그 빛을 발휘하는지도 모른다. 먼저 구용자의 9개 덕목은 처신할 때 외적인 용모와 동작을 다루고 있다.

① 발은 무겁게 놀려야 한다(足容重). 이것은 경솔하게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뜻이 있어야 한다.

② 손은 공손히 놀려야 한다(手容恭). 손을 아무렇게나 방치하지 말라.

③ 눈은 단정하게 떠야 한다(目容端). 무엇을 볼 때 정확히 보고 흘려보거나 곁눈질하지 말라.

④ 입은 다물고 있어야 한다(口容止). 말할 때와 음식 먹을 때가 아니면 다물고 있으라. 침묵을 지키고 말을 할 때는 가치 있는 말만 하라.

⑤ 목소리는 조용하게 내라(聲容靜). 기침이나 하품 같은 잡음을 내지 마라.

⑥ 머리는 곧게 세우라(頭容直).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머리를 기울게 하지 마라.

⑦ 기운은 엄숙하게 가져라(氣容肅). 부드럽게 숨 쉬고 호흡소리를 밖으로 내지 마라.

⑧ 덕이 있게 서있으라(立容德). 똑바로 서있어서 기품을 지니라.

⑨ 얼굴빛은 장엄하게 가지라(色容莊). 게으르거나 거만한 모습을 갖지 마라.

이어 내용(인격)의 9개 덕목(九使者)도 일러주었다.

① 물건을 볼 때는 밝고 정확하게 보라(視思明).

② 소리를 들을 때는 귀 맑게 들으라(聽思聰).

③ 얼굴빛은 온화한가를 생각하라(色思溫).

④ 몸 자세는 공손한가를 생각하라(貌思恭).

⑤ 말할 때는 충성된 것인지 생각하라(言思忠).

⑥ 일할 때는 공정한지를 생각하라(事思敬).

⑦ 의심이 나면 물어볼 것을 생각하라(疑思問).

⑧ 화가 날 때는 어지러운 것을 생각하라(忿思難).

⑨ 얻는 물건이 있을 땐 정당한가를 생각하라(見得思義). 특히 어떤 유익을 취할 때 정당한가를 생각하라.

시편 128편은 ‘축복받은 가정’을 규정하고 있는데 첫 번째가 손으로 수고해 얻은 소득으로 먹고사는 것이 축복이라고 했다. 수고 없이 얻은 것은 재앙이요. 도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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