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의 여행이야기]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 맑은 계곡, 푸른 산, 기름진 평야가 더욱 아름다운 곳

통일을 꿈꾸는 땅, 철원을 느끼다.

소천 정무영 승인 2022.07.13 14:10 의견 0

서로 안부인사로 차 안이 시끌벅적하다. 7~8년 전부터 매년 6월이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그 맘으로 2박 3일씩 함께 여행을 하곤 하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3년 만에 어렵게 다시 모였다. 차 뒷자리에는 시원한 음료와 커피, 안주거리, 간식거리가 한 가득이고, 주섬주섬 친구들의 배낭 속에서는 몸에 좋은 건강식품이 하나씩 나온다.

철원까지 올라가는 동안 청주에서 한 명, 안산에서 한 명, 서울에서 한 명……, 모두 9명의 역전의 용사들이 모두 모였다. 군대생활이나 학창시절 입영교육으로 추억이 있는 철원에 도착하고, 그 중 두 친구는 이곳 철원에서 군대생활을 했기에 벌써부터 신이 나서 마을 이름을 주르륵 외워나간다. 그 시절 다방 이름과 아가씨 이름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첫날 우리 일정은 ‘고석정’을 잠깐 둘러본 다음 통일을 꿈꾸는 ‘DMZ평화여행’을 하는 것으로 정했다. 우선 허기진 배를 채운 후 고석정 산책에 나선다. 전국 각지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신 듯 광장에 사람들이 한 가득이다. 코로나 거리두기는 모두 잊은 듯하다.

1만 년 전의 신비, 그 맛보기로 1만 년의 신비를 압축하고 당당하게 서있는 고석바위와 한탄강의 협곡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둘러 고석정을 뒤로하고 민통선 안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제2땅굴’은 일시폐쇄로 보지 못하고 먼저 ‘평화전망대’에서 북한 땅 평강고원, 선전마을과 백마고지를 바라다본다. 참 가까운 거리다 육안으로도 북한지역의 건물들이 보이고 오가는 인적도 느껴진다. 전망대를 내려와 남쪽지역 마지막 역인 ‘월정리역’ 플랫폼에 섰다. 그 유명한 사진 속 장면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빨갛게 녹슨 기관차와 열차가 서있는 곳이다. 이제는 그 기관차마저도 무너져 내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민통선 내 아우토반이라는 2차선 농로를 달려 철원평원 전망대 소이산 아래 ‘노동당사’에 도착했다. 아직도 건물이 웅장하게 서있다. 아마도 그 당시는 철원이 큰 도시였다고 느껴지는 여러 유적들이 있었다. 두세 시간에 걸쳐 돌아보는 동안 울컥하는 마음과 경건함이 느껴져서인지 민통선을 나오는 시간 시끌벅적한 요란함 대신 모두 차창을 바라보는 눈빛이 비장하다.

둘째 날 아침, 범인 찾기 작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드르렁 코골이한 사람 찾기, 샤워장에 고향의 향기를 남긴 사람 찾기 등 하하호호 웃음으로 아침이 즐겁다. 아침식사 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을 찾아간다. 오전 9시도 되기 전인데 순담매표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에 2021년 11월 세계적이고 역사적인 트래킹 길을 조성하여 거침없이 굽이쳐 흐르는 한탄강의 물줄기와 거대한 암벽사이로 칼로 벤 듯 수직을 이루는 높은 절벽에 아슬아슬한 벼랑 잔도길이 개통되었다. 주상절리길은 이곳 순담에서 드르니까지 총 연장 3.6km, 폭 1.5m로 한탄강의 대표적인 주상절리 협곡과 다채로운 바위로 가득한 순담계곡에서 절벽을 따라, 절벽과 허공사이를 따라 걷는 잔도로 아찔한 스릴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겸험하는 ‘느낌 있는 길’이다.

전망대 3개소와 출렁다리 13개소, 전망쉼터 10개소, 잔도 1,415m 및 데크길 2,275m로 조성되어 있으며 쉬엄쉬엄 한 시간 반 정도의 트래킹 코스다. 순담에서 출발하여 드르니로 가도 되고 드르니에서 출발하여 순담으로 오기도 하는데 우리는 순담에서 출발해서 드르니에 도착한 다음 셔틀버스로 다시 순담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순담게이트를 출발한다.

데크 숲길을 내려서자 널찍한 순담쉼터다. 쉼터에서 순담계곡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본격적으로 잔도길로 들어선다. 오전이라 맑은 날씨에 상쾌하고 나무그늘 아래로 이어지는 잔도길이 여유롭다. 오늘은 13개의 출렁다리와 함께 지질공부도 해 보기로 한다. 여유를 즐기기도 잠깐 반달모양으로 계곡의 중간까지 허공으로 이어지는 ‘순담 스카이전망대’가 발길을 멈칫거리게 한다. 계곡과 절벽 그리고 50~60m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찔하다.

화강암 절벽의 단층을 살펴볼 수 있는 첫 번째 출렁다리 ‘단층교’, 하천 활동으로 단단한 화강암 바위가 깎여 나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선돌교’, 하천의 암반 바닥에 생긴 원통 모양의 깊은 구멍을 볼 수 있는 ‘돌개구명교’, 하천 바닥이 급경사를 이루어 물의 흐름이 빨라지는 ‘여울’이 보이는 ‘한여울교’, 한탄강의 기반암인 다양한 화강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화강암교’, 한탄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화강암이 가로로 깨진 수평절리를 관찰 할 수 있는 ‘수평절리교’……. 굽이굽이 저마다 다른 모양의 출렁다리를 지난다. 전구간의 1/3쯤 지날 때 샘소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며 친절하신 지질공원 철원 미인 해설사님의 지질학 해설을 들으니 한탄강의 학문적 가치를 알게 된다. 아저씨들 특유의 능글맞은 말솜씨로 해설사님께 노래를 해달라고 떼도 써본다.

풍화작용으로 화강암의 안쪽이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박리현상을 볼 수 있는 ‘바위그늘교’, 잔도길 바로 위 한탄강CC 골프장의 2번 홀에서 골프공이 날아온다는 ‘2번홀교’, 그 2번홀교를 지나 걸어온 잔도를 뒤돌아 볼 수 있고 걸어갈 잔도를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는 ‘한탄강 스카이전망대’에 올라선다.

주상절리의 발달이 인상적인 기공과 현무암을 감상해 볼 수 있는 ‘현무암교’,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현화교’, 단단한 현무암 주상절리 틈으로 피어난 돌단풍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돌단풍교’, 건너편 바위 위에 두 마리의 자라모양의 바위가 조망되는 ‘쌍자라바위교’를 지나면 주상절리교 바로 전 ‘드르니 스카이전망대’에서 병풍처럼 펼쳐진 주상절리와 기암과 폭포수를 감상할 수 있다. 이어지는 ‘주상절리교’를 마지막으로 13개의 출렁다리를 모두 지나고 소나무 숲길을 따라 드르니 게이트로 올라 ‘한탄강 주상절리잔도길’ 트래킹을 마무리한다.

조선 전기의 문신인 ‘정극인’의 가사 ‘상춘곡’의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낸가, 조화신공이 물물마다 헌사롭다.” 새봄을 맞이한 자연의 풍경을 묘사하며, 칼로 재단하고 붓으로 그려낸 것처럼 조물주의 신비로운 솜씨가 사물마다 야단스럽다고 하는 표현이 어울리는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한탄강에서 눈도 마음도 호강한 힐링을 하고 간다.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주상절리잔도길’이 대한민국 최고의 트래킹 길을 넘어 세계적인 생태탐방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한탄강 물윗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한탄강의 주상절리를 물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트래킹 코스로 매년 10월 개장하여 다음해 3월까지 운영된다. 물윗길 트래킹 구간은 총 연장 태봉대교~순담 8km이며, 구간 중 부교(2.4km)를 설치하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의 기암절벽과 주상절리를 근거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있다. 또한 물윗길 트래킹은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얼음, 봄에는 야생화가 한탄강의 주상절리와 어우러진 뛰어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철원평화전망대(철원DMZ평화관광안내센터에서 출입신청 후 인솔방문)

2007년 8월 준공되었다. 2층 전망대는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비롯하여 평강고원과 북한선전마을을 전망할 수 있으며 태봉국의 옛 성터와 철원평야를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다. 철원평화전망대에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있어 올라가는 동안 철원평야의 농업용수를 대는 동송저수지도 볼 수 있다.

월정리역(철원DMZ평화관광안내센터에서 출입신청 후 인솔방문)

경원선의 간이역이었던 월정리역은 남방한계선에 최근접한 지점에 있으며 평화관광의 대표경유지이다. 현재는 객차 잔해 일부분만 남아있는데,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강렬한 문구의 팻말과 함께 분단된 민족의 한을 여실히 증명하여 주고 있다. 서울~원산간 221.4km를 연결한 산업철도로 철원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원산의 해산물 등을 수송하는 간선철도 역할을 했다.

노동당사

이 건물은 1945년 8월 15일 광복 후 북한이 공산독재정권 강화와 주민 통제를 목적으로 건립하고 한국전쟁 전까지 사용한 북한 노동당 철원군 당사로 악명을 떨치던 곳이다. 북한은 이 건물을 지을 때 성금이란 구실로 1개리당 백미(白米) 200가마씩을 착취하였으며 인력과 장비를 강제 동원하는 한편, 특히 건물 내부 작업 때는 비밀 유지를 위하여 공산당원 이외에는 동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2002년 5월 31일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2호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소이산 재송평

작지만 큰 명산인 소이산은 평야에 우뚝 솟은 362m의 작은 산으로 지뢰꽃길과 봉수대오름길로 나눠져 있으며, 정상에서 보이는 철원평야는 약 6천만 년 전 현무암 화산 분출로 생긴 용암대지로 넓은 평야가 발달해 제주도와 함께 현무암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전방지역으로는 각 고지와 태봉국도성지, 평강고원 등을 바라 볼 수 있고, 대마리 방향으로 보이는 봄철 풍광은 마치 염전에 물을 담아 놓은 것처럼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

■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찾아가기(https://www.cwg.go.kr/tour)

▷ 순담 매표소(0507-1431-2225):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산 78-2

▷ 드르니 매표소(0507-1374-9825):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산 174

■ 추천여행코스

▷한탄강 주상절리잔도길: 순담 ↔ 드르니(3.6km, 1시간 30분, 무료 순환셔틀버스 운행)

▷한탄강 물윗길(10월~3월): 순담 ↔ 태봉대교(8km, 3시간)

▷DMZ평화관광: 고석정 → 제2땅굴 → 평화전망대 → 월정리역 → 소이산·노동당사(2시간 30분~3시간)

■ 추천산행코스

▷금학산: 약수터 → 매바위 → 정승바위 → 호랑이바위 → 정상 → 용바위 → 금학정(2km, 2시간)

▷명성산: 용화저수지 → 느치계곡갈림길 → 약사령갈림길 → 헬기장 → 정상 → 회귀(4km, 2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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