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칼럼] 작은 도서관이 아름답다

이창기 총재 승인 2022.09.07 13:22 의견 0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하나가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버린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노인은 그 마을의 기억과 기록의 존재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 마을의 기억과 기록을 담아두기 위해서라도 물리적인 도서관이 필요하다. 더구나 마을주민들이 지역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정보를 나누며 책을 함께 읽는 소통과 학습의 공간으로서 도서관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마을 규모에 비추어 큰 도서관보다 작은 도서관이 필요하다. 슈마허의 말처럼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맥락에서 작다는 것은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이다.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에는 공공이나 민간이 설립한 작은 도서관이 여기저기 세워지고 있다. 그러나 신설되는 숫자보다 사라지는 작은 도서관이 더 많은 편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9년까지 6,672개소로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2020년부터 6,474개소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디지털시대에 정보제공기능이 다원화되다 보니 이용자수가 줄어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일제든 시간제든 직원이 있는 작은 도서관은 64.1%이고 41.9%가 1명이 근무하고 있으니 작은 도서관의 열악한 환경을 엿볼 수 있는 실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사서자격증을 가진 직원은 공립이 26.3%, 사립이 6.7%이니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전체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1.4%이고 운영비가 30.7%인데 반해 도서구입비는 17.8%에 지나지 않아 간접비가 82.1%를 차지하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신간도서를 제때 비치하기 어렵고 그래서 도서관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대전의 경우, 작은 도서관은 공사립 232개소인데 유성구가 74개소로 가장 많고 유성구는 사립 작은 도서관의 업무지원을 위해 순회사서를 파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시군구도 본받을 일이다. 물론 광주에서는 24시간 무인자동화 도서대출 및 반납시스템을 운영하여 더 많은 주민들이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작은 도서관들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등록만 하면 누구나 설치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는 하지만 이용률이 낮고 운영인력이 부족해서 방치되다시피 한다. 결국 예산지원도 거의 없고 전문사서인력도 부족하다보니 폐관의 길을 걷게 마련이다. 더구나 인터넷과 유튜브 이용 증가에 따라 기존의 관외대출과 도서열람기능이 축소되어 본연의 기능들이 상실된 측면도 없지 않다. 이제 작은 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해 시대의 변화와 주민의 요구에 맞는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마을공동체 중심장소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주민과 가까운 생활밀착형 독서사랑방으로 육성해야 한다. 예산제약 때문에 공립 작은 도서관 설립이 어려운 만큼 사립 작은 도서관을 육성하기 위해 철저한 평가를 통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특히 마을의 지리적 여건과 인구특성을 고려해 특화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여 차별성을 확보함으로써 경쟁력을 견지할 수 있다.

둘째, 지역커뮤니티 인프라를 구축하는 마을사랑방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 마을공동체 통합에 기여하고 지역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지역주민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와 함께 공부하며, 전시회나 공연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셋째, 도서관 본연의 기능인 정보수집 및 제공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민원서비스는 물론 일자리, 부동산, 지역행사 등의 정보가 활발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넷째,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책, 한 마을운동’을 추진해 지역주민들이 다함께 책 읽는 마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요즘 젊은 세대가 지나치게 인터넷에 의존하는 것에 비추어 책을 읽는 것은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 것이며 인생의 지혜를 얻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독서의 중요성이 작은 도서관을 통해 꽃을 피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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