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부모님 마음 자녀 교육

김형태 박사 승인 2022.09.07 13:23 의견 0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한 이래 어디서나 가정이 있어 왔고 생육과 번성의 단계로 자녀를 낳아 길러 왔다. 인종이 달라도 성별이 달라도 사는 곳이 달라도 직업이 달라도 자식을 튼튼하고 지혜롭게 기르고 싶은 마음은 똑같았을 것이다. 김현승이 쓴 <아버지 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바쁜 사람들도/굳센 사람들도/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세상이 시끄러우면/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어린 것들도 아버지의 나라다-아버지의 동포다//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는다/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폭탄을 만드는 사람도/감옥을 지키던 사람도/술 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이런 부모님이기에 옛날의 청소년 교육 지침에는 효도를 구체적으로 가르쳤다. 최초로 배우는 교과서 <사자소학>의 내용을 읽어보면 얼마나 구체적으로 자세히 자녀의 도리를 가르쳤는지 놀랍기만 하다.

① 侍坐親前 勿踞勿臥 부모님 앞에서는 걸터앉거나 눕지 않는다.

② 獻物父母 跪而進之 부모님께 물건을 드릴 때는 꿇어앉아 드려라.

③ 與我飮食 跪而受之 나에게 음식을 주시면 꿇어앉아 받아라.

④ 器有飮食 不與勿食 그릇에 음식이 담겨 있어도 주시지 않으면 먹지 마라.

⑤ 若得美味 歸獻父母 만약 맛있는 음식을 얻게 되면 집에 돌아가 먼저 부모님께 드려라. 이런 교육이 있기 때문에 박인노(1561-1642)의 다음 시조 ‘조홍시’가 나온 것이다.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이 고와도 보이나다/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는/품어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노라”(소반 가운데 놓인 일찍 익은 감이 먹음직스럽게 보이는구나/이것이 비록 귤이나 유자는 아니라도 품에 품고 돌아갈 만도 하지만/품 안에 넣고 가도 반가워할 이(부모)가 없으니 그것을 서러워한다).

⑥ 衣服雖惡 與之必着 옷이 비록 나쁘더라도 부모님이 주시면 반드시 입어라.

⑦ 飮食雖厭 與之必嘗 음식이 비록 싫더라도 부모님이 주시면 반드시 먹어라.

⑧ 父母無衣 勿思我衣 부모님이 옷이 없으시면 내 옷을 생각하지 마라.

⑨ 父母無食 勿思我食 부모님이 먹을 것이 없으시면 내 먹을 것을 생각하지 마라.

⑩ 身體髮膚 勿毁勿傷 자기 몸과 머리털과 피부를 훼손하거나 상하지 마라.

⑪ 衣服帶靴 勿失勿裂 옷과 허리띠와 신발을 잃어버리거나 찢지 마라.

⑫ 父母愛之 喜而勿忘 부모님께서 우리(자녀)를 사랑하시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잊지 말라.

⑬ 父母責之 反省勿怨 부모님께서 꾸짖으시면 반성하고 원망하지 말라.

⑭ 勿登高樹 父母憂之 높은 나무에 오르지 말라. 부모님께서 걱정하신다.

⑮ 勿泳深淵 父母念之 깊은 물에서 헤엄치지 말라 부모님께서 염려하신다.

⑯ 勿與人鬪 父母不安 남과 싸우지 말라. 부모님께서 불안해하신다.

⑰ 室堂有塵 常必灑掃 집안에 먼지가 있거든 항상 물을 뿌려 청소하라.

⑱ 事必禀行 無敢自專 모든 일은 여쭈어보고 하며 감히 제멋대로 하지 말라.

⑲ 一欺父母 其罪如山 한 번이라도 부모님을 속이면 그 죄는 산과 같다.

⑳ 雪裏求筍 孟宗之孝 눈 속에서 죽순을 구함은 맹종의 효도요,

㉑ 剖冰得鯉 王祥之孝 얼음 깨고 잉어를 낚음은 왕상의 효도다.

나 자신이 능히 어질면 그 칭찬은 부모에게 미친다(我身能賢 譽及父母). 내 자신이 어질지 못하면 그 욕이 부모에게 돌아간다(我身不賢 辱及父母). 효도의 실천 항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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