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용 칼럼] 언론 윤리강령 지켜라

한평용 회장 승인 2022.10.07 15:15 의견 0

민주국가에서 언론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다. 보루는 적을 막기 위해 쌓은 견고한 성(城)을 가리킨다. 정의를 지키며 때로는 부당한 권력과 부정부패와도 싸워야 하는 언론의 막중한 역할을 말한 것이다.

과거 우리 언론 선배들은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의기와 자존심 하나로 살아왔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던 선배들이 많았다. 군사정권시절에는 언론 탄압에 저항했고 저녁이면 무교동 대포집에 가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시름을 잊었다.

사무실에는 ‘직필정론’이니 ‘춘추필법’이니 하는 액자를 걸었다. 스스로 올바른 글을 쓰고, 권력에 아부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언론인 사무실에서 이런 액자를 찾아 볼 수 없어 금석지감이 든다.

언론인들이 지켜야 할 신조를 정의한 것이 신문윤리강령이다. 이는 모두 7개조로 되어 있다. 제1~3조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독립을 강조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언론의 책임(제2조)으로서 건전한 여론 형성, 공공복지의 증진, 문화의 창달,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4조에서는 언론의 진실 보도, 객관 보도, 공정 보도를 결의하고 있다. 과거 선배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말은 바로 이 조항이었다. 특정한 당파 이익을 챙기지 않아야 하며(불편부당) 공정한 보도를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5조는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존중을, 그리고 제6조에서 반론권의 존중과 매체접근권의 허용, 제7조에서 바른 언어 사용을 포함한 언론인의 품위 유지를 명시하고 있다.

오늘날 언론은 이 강령을 잘 지키고 있을까. 진영논리에 빠져 특정집단을 옹호하고 사주를 받아 진실을 호도하는 행위는 없을까.

이번 MBC의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발언에 대한 조작 혐의는 한국 언론의 치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앞으로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겠지만 행사장에서 대통령의 개인 발언에 자막까지 붙여 사실과 왜곡된 방송을 했다는 것은 공정보도를 명시한 윤리강령 제4조에 배치되는 것이다.

MBC 보도는 야당과 유착설까지 의혹받고 있다. 방송 보도가 나가기도 전에 야당회의에서 논의되고 SNS에 유포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역전 된 상황에서도 야당은 대통령의 미국 발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외무장관 탄핵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다수당의 횡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언론은 특정 정당과 유착하지 않아야 하며 진영논리에 빠져 불편부당 자세를 잃어서는 안 된다. 언론이 네 편 내 편하며 정도를 이탈하면 국민들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정치 사회가 통합하지 못하고 서로 갈등하며 때로는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언론이 진보와 보수 두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 영향으로 금리는 치솟고 서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회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국민들의 삶에 대한 현안부터 우선 토의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당은 내홍으로 중심을 잃고 있으며,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방법만 찾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불편부당, 정직한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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