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의 시평] 장미 / 송욱

박승일 승인 2022.10.11 14:19 의견 0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춤을 추리라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밭이다

핏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면은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붉은 꽃잎과 푸른 잎의 강렬한 대비. 장미는 매혹적 탐미적이며 관능적이다. 다짜고짜 ‘장미밭이다’라고 던지는 제시어조차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인데…….

장미는 핏빛 관능에 들끓는다. 그 핏방울에 의해 꽃잎이 푸르러지는 것이다. 마침내 기진하면 다시 살 묻은 꽃이 피는 것이다. 즉 이 시는 서정적이며 원초적인 관능을 장미를 통하여 적나라하게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송욱(1925~1980)
시집 <유혹>, <하여지향>, <월정가>, <나무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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