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칼럼] 공동체정신의 회복과 충효운동

이창기 총재 승인 2022.12.09 15:54 의견 0

요즘 우리 사회는 분열과 적대감으로 극화되어 있다. 상대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큰지 일부이겠지만 상대가 잘못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다. 물론 적대감의 원인은 정치적 신념의 차이가 가장 크다. 무릇 정치란 국민을 어떻게 하면 잘 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국민을 갈라치고 국민이 국가를 걱정하게 만드는 구조다. 심지어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국민들 마저 정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어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데 앞장 서고 있다. 그들은 오로지 자기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쫓다 보니 확증편향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공동운명체가 어떻게 되든 자신의 신념과 편견을 공고화하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 칼럼에서도 지적했던 것처럼 일본 시민들은 깨어있지는 않지만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시민들은 깨어 있으면서도 개인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사회는 공동체 의식이 매우 박약하고 공동체붕괴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38개 OECD 국가 중에서 인적자원개발지수는 최고를 기록하면서도 공동체 의식은 맨 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교육을 많이 받아도 공동체 의식이 길러지지 않는다면 교육의 내용이나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연대감이 부족하니 사회갈등지수도 그리스, 튀르키예를 빼고 끝에서 세 번째다. 사회갈등비용만 연간 260조 원이 넘는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이다. 그야말로 우리 사회가 갈등을 조정하는 기술이나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이다. 가끔 우리 민족을 모래알 같다는 비유를 많이 하는데 크게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개인의 경쟁력은 우수하지만 집단경쟁력은 열등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본래부터 개인지향적이었을까? 아무래도 유목민족은 살아남기 위해서 연대의식이 높은 반면 위기감이 덜한 정착민들은 연대감이 부족하다는 해석에 비추어 보면 그럴 듯하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성경에 사상적 기초를 둔 서양은 공동체지향성이 강하고 유교에 사상의 바탕을 둔 동양, 특히 한국사회는 개인지향성이 강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십계명을 보면 첫 계율부터 네 번째 계율이 신과 인간의 관계를 논하는데 신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집중되어 있다. 비록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면서도 신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함으로써 효보다는 충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을 대리하는 왕이나 국가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유교에서는 효를 백행의 근본으로 여겨 충보다 앞선 개념으로 여긴다. 가족 차원의 효가 확대되어 국가의 충성으로 발전한다는 논리다. 소위 수신제가한 자만이 치국하고 평천하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 전쟁 중 상을 당한 고위관리들이 전장에 나가기보다는 시묘살이에 더 가치를 두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면서 충효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국가가 없이 가족이 존재할 수 있느냐는 주장과 부모에게 효도하지 못 하는 인간이 국가에 충성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다. 따라서 국가와 개인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공동체의 개념 속에 포괄하게 보면 둘 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도덕성을 강조하게 된다. 마치 국가나 집단을 강조하면 개인이 매몰되고 개인을 강조하면 이기주의에 빠지듯 국가와 개인을 포괄하는 공동체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맹자는 ‘어버이를 친함으로써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며 사람들을 사랑함으로써 다시 만물을 애호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자식과 신하의 도덕적 의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부모의 잘못을 간하여도 부모가 듣지 않으면 울면서 부모를 따르는 것이 도리이나 신하의 경우는 군주가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떠나는 것이 신하의 도리라는 것이다. 이 말은 충효사상이 권위주의에 바탕을 둔 도덕규범이면서도 아랫사람의 도덕적 주체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에 충효 교육을 본격화해서 효와 충은 하나의 연속선 상에 존재하는 개념이고 충의 핵심적 가치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고 공정이며 효의 핵심적 가치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신뢰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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