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환의 편집위원] 골퍼와 캐디의 관계

육동환 편집위원 승인 2022.12.12 13:48 의견 0

골프장과 골퍼와 캐디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가 윈윈하면서 공존하는 관계다. 플레이하는 동안 아주 가까우면서도 민감한 사이로 골프장에서 라운드하는 동안 캐디는 18홀 4시간에서 5시간 동안 골퍼와 밀착된 상태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는데, 경기 보조가 골퍼의 라운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만큼 두 사람의 관계는 즐거운 라운드를 위한 중요한 사항이다.

80년대 5천 원이었던 캐디피가 골프장 입장료보다 높은 150,000원을 넘어 수도권은 170,00원에 이르러 골프장 입장료보다 비싼 캐디피로 골퍼들도 캐디동반을 꺼리고 셀프 카트를 희망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캐디는 과거 1인 1백에서 1인 2백을 수동카트에서 1인 4백의 전동카트에 골프백을 실은 카트의 운전과 골프채를 날라주는 전문직업인 되었다.

골프장에서도 시대 흐름에 걸맞게 캐디에게 친절교육으로 서비스가 질적으로 많은 향상을 가져온 것인 사실이지만, 골퍼의 입장에서 문제 있는 캐디를 만나면 정말 기분 엉망이고 그날의 플레이를 망쳐 오히려 캐디에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한, 불필요한 오해로 성희롱에 연루되는 사례가 있어 그동안 쌓아온 덕망이 일시에 망신당하는 사례가 있어 서로가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

○ 고객의 입장에서 캐디의 불친절한 사례를 살펴보면

- 고객의 즐겁고 진지한 라운드는 뒷전이고 오로지 빠른 경기 진행만을 독촉하는 캐디

- 샐쭉한 표정, 도도한 태도, 성의 없는 대꾸를 하는 공주병 캐디

- 첫 홀에서 손님들에게 골프장 쪽의 일방적인 라운드 시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녹음한 것처럼 길게 늘어놓는 캐디

- 무표정한 얼굴로 마지못해 억지로 대하는 기색이 역력한 무표정으로 서비스하는 캐디

- 동반자보다 공을 잘 못 친다고 눈에 띄게 차별해서 대하는 불공정한 캐디

- 남은 거리나 그린 경사를 번번이 틀리게 알려주고도 미안해하는 기색조차 없는 캐디

- 티샷하자마자 세컨샷 할 때 두세 개 빼서 나눠주고는 카트 끌고 다음지점으로 휙~ 가버리는 캐디

- 공 칠 때 딴 데 보고 있다가 공이 어디로 갔는지조차 모르는 캐디

- 러프로 들어간 공을 같이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멀찌감치 카트 옆에 서서 공 찾는 손님에게 우로 좌로 방향 지시만 하는 캐디

- 긴장한 비기너 골퍼를 무시하듯 대하는 태도로 멀리건이나 퍼팅 기브를 자기 맘대로 선언해 동반자를 머쓱하게 만들어 버리는 캐디

- 손님들끼리의 얘기에 슬슬 끼어들거나 농담이나 하고 자기 입장을 잊어버리는 캐디

○ 캐디의 입장에서 손님을 보면

- 동반자 안 볼 때마다 볼을 툭툭 쳐내서 좋은 위치로 옮기고 그린에서 마크하고 다시 놓을 때는 홀컵쪽으로 한 뼘 이상 옮기고 때론 동전을 공 앞쪽에 휙~던지고 볼 집어들고는 캐디쪽으로 던지며 깨끗히 닦으라는 골퍼

- 피우던 담배를 연기 나는 채 들고 있으라 하고 피고 난 담배꽁초는 버리라고 캐디 손에다 쥐어주는 골초 골퍼

- 그린에서 숏 퍼터가 홀컵을 뺑 돌아 나와 멈춰 있는데 기분 나쁘다고 주어 오라는 말도 없이 다음 홀로 가버리는 골퍼

- 티샷한 공이 산에 올라갔는데 볼을 같이 찾을 생각은 않고 밑에 서서 “거기 말고 좌측 잣나무 뒤로……. 아니 조금 더 위쪽으로…….” 하며 뒷짐 지고 기다리는 골퍼

- 벙커에서 공의 반대편에서 쩌벅쩌벅 걸어 들어가서는 벙커에 여기저기 돌아다녀 발자욱 남겨 놓고 정리하지 않고 그냥 나가는 골퍼

- 그늘집에서 먹어보란 말 한마디 없이 지네끼리만 자장면 먹고 티샷 후 다음 홀 가는 도중 모자 떨어뜨리고 왔다고 뛰어가 꼭 찾아오라는 골퍼

- 캐디가 달고 나온 명찰 뻔히 보이는데 성이 ‘박’이냐 ‘백’이냐며 가슴에 단 명찰 뒤집어 보는 느끼한 골퍼도 싫고

- 화장실도 아닌 러프에서 소변보다 서너 방울 바짓가랑이에 묻혀 얼룩이 생겨 쳐다보기 민망한 골퍼

- 골프 실력은 백돌이면서 공 치는 것보다 작업에 열중하여 집이 어디냐, 몇 학년 몇 반이냐, 마누라하고 같이 와 라운드 중인데도 마누라 안 볼 때마다 번호 알려달라고 보채는 골퍼

골프는 ‘멘탈스포츠’로 매너 나쁜 골퍼와 캐디로 인하여 기분이 상하면 그날 라운드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정색하고 주의를 주려니 분위기 썰렁해질 것 같고 모처럼 같이 라운드하는 동반자들 생각해서 꾹꾹 누르고 공을 치다가 몇 번 반복되면 결국 못 참고 폭발하는 경우도 생겨 라운드하는 동반자와 캐디 모두가 기분이 나빠진다.

어떤 사람은 캐디에게 잘 보여야 점수도 잘 적어주고 공도 잘 찾아준다는 얘길 하지만, 골퍼가 캐디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건 그야말로 ‘주객전도’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물론 캐디의 입장에서도 매너 나쁜 손님을 만나 라운드를 하다 보면 서비스할 마음은 고사하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예도 있지만 진정한 서비스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그것을 제공받고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과의 관계로 서로가 대등한 입장에서 설정된 관계가 아니라면 일단은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고 유연한 마음가짐과 몸에 밴 서비스 자세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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