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구 트럼펫 독주회] 겨울 찬바람에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는 트럼펫 연주, 들어보실까요?

공연일시: 2023년 1월 17일(화)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최성미 기자 승인 2023.01.06 15:49 의견 0

금관악기 중 가장 고음역 악기로 일반적으로 소리내기가 어렵다고 알려진 트럼펫. 작은 체구에서 뻗어 나오는 우렁찬 소리에 트럼펫 소리는 악기 중에 승전가를 연주하는 대표적인 악기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관악기를 배우고 직업으로 연주자의 길을 선택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트럼펫을 선택하고 성실하게 그 길을 열어가고 있는 임승구 교수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전시립교향악단에서 트럼펫 수석 단원을 역임하고 현재 충남대학교 관현악과 교수로 있는 임승구입니다.

현재 연주 무대에서도 활동하시고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맡은 역할이 크실 텐데요, 교수님께 트럼펫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와 트럼펫은 애증의 관계인 것 같아요. 제가 결정적으로 좋아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오로지 이 길만 너무 좋아서 한 건 아니었어요. 최선의 공연 무대를 준비하다 보면 실제로 연습과정에서는 진짜 힘들고 짜증날 때가 많기도 하거든요. 음악에는 사람마다 만족하는 게 다 달라서 좋을 때도 있고 속상하고 힘들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함부로 못하겠지만 마음 속 깊이엔 애정이 있고 가끔은 얄미울 때도 있어서 제게 트럼펫은 애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보다 관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들도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한창 소리를 잘 내고 활동할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소리만 낼 수 있으면 잘한다는 기준이었어요. 높은 소리 고음을 내는 게 어렵기 때문에. 20년이 지난 지금은 일단 소리를 못 내는 사람이 없어요. 이제는 소리를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가 기준이 된 거죠. 그만큼 금관악기가 발전해 왔어요. 높아진 수준과 트렌드,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변화하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그렇게 하면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고요. 발전된 모습에 뿌듯함이 있지만 요즘 잘나가는 애들은 너무 쉽게 잘하니까 자괴감에 빠지기도 해요. 그래도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12월 청주시향과 함께하는 송년음악회 무대를 비롯하여 어떠한 활동을 하셨나요?

21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많이 위축되었었는데 22년에는 많이 완화되어서 트럼펫 앙상블 정기연주회와 초청 연주로 세종에서 성재창 선생님을 협연자로 모시고 함께 연주도 했어요. 대전시향과 함께 송년음악회로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을 연주하기도 했고요. 대전시향의 지휘자 제임스 저드 퇴임 연주회로 말러 교향곡 제2번을 연주할 때는 제가 무대 뒤 트럼펫 연주로 함께 했어요. 제게 가르침을 많이 주신 분이시고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차원으로. 제가 연습을 다 참여하기는 힘든 여건이라 최대한 마지막 연주 같이하고 인사드렸죠. 또, 충남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음악회로 말러 교향곡 2번을 연주했어요. 같은 해에 말러교향곡 2번을 두 번 연주한 것은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말러 교향곡 속에 트럼펫 파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기 때문에 떨리고 긴장되기도 했고 그만큼 보람은 컸어요.

이번 독주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독주회는 현대음악 작곡가 중심의 레퍼토리를 준비했어요. 후기 낭만에 속하는 프란시스 폼의 환상곡을 제외하면 모두 현대음악 작곡가의 곡이에요. 현대음악 중에 감상하기에 좋은 곡들을 골라보았는데요,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는 영국의 현대 작곡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에요. 정말 어렵고 난해하고 괴기한 곡을 쓰는 작곡가인데 이 작곡가가 굉장히 아름다운 곡을 하나 썼어요. 선율이 예쁜 페어 웰 투 스트롬니스라는 곡이에요. 스코틀랜드에 스트롬니스라는 작은 항구 마을이 있어요. 그곳에 우라늄 채굴 계획이 세워지자 지역 주민들의 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반대하는 입장을 표현한 곡이에요. 자연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실어서 작곡한 곡이죠.


비올리스트 박미영 선생님과 같이 하는 곡은 리로이 오스몬의 트럼펫과 비올라를 위한 소나티나에요. 유럽 코리아 솔리스트라는 팀으로 비엔나에서 연주를 하면서 비올라와 앙상블 연주를 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리고 이 곡을 만났는데 악보가 구해지지 않아서 작곡가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직접 답장을 받고 악보를 받아 비엔나에서 연주를 했어요. 국내에서는 초연이 될 것 같아요. 저도 비올라와 트럼펫이 듀엣이 된다는 거 자체가 신기했어요.

작곡가 필립 스파크는 관악 합주로 굉장히 유명한 미국의 작곡가로 관악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 유명한 작곡가에요. 맨해튼이라는 곡인데 피아노 반주만으로 그 맛이 살아나진 않지만, 곡이 너무 좋아서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의 계획과 좌우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올해도 트럼펫 앙상블 준비해서 잘 하고 싶은 것이 우선입니다.

저희 구성원이 거의 대전에서 트럼펫을 시작해서 공부하고 학교를 나왔는데 내가 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연주를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해요.

저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성실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려고 해요. 항상 내일 당장 연주가 들어오더라도 준비가 되어있어서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게 늘 제 목표거든요. 트럼펫이라는 악기가 자주 협연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고, 연주의 기회가 많지 않다보니 당장 써먹을 데가 없으면 준비를 성실히 안하게 되기 쉬워요. 하루하루 성실하게 연습하면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제 바람이고 계획입니다.

에릭 오비어 교수님과 함께

임승구 교수는 코로나 위기를 지나오면서 악기를 그만둔 제자들이 많아져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문화예술 부문에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 무미건조한 삶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길은 문화예술이 활성화되고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젊고 시작하는 발걸음이지만 큰 길 위에 성실하게 걸어나가는 임승구 교수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며 트럼펫 독주회에 많은 관심을 보낸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영국 왕립음악원(Postgraduate Diploma) 졸업
프랑스 훼일 말메종음악원(Perfectionement Degree) 졸업
동아음악콩쿠르 1위, 제주국제관악콩쿠르 3위
대전시향, 수원시향, 코리안 심포니, 충남교향악단, 제주시향, 금호챔버뮤직소사이어 등과 협연
대전시립교향악단 트럼펫수석 역임
대전시장상(문화예술부문) 수상
現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관현악과 부교수

트럼펫앙상블 세종 연주 후

■ 프로그램

Fantasy for Bb trumpet and piano - Francis Thomé

Farewell to Stromness - Peter Maxwell Davies

Sonatina for Trumpet and Viola - Leroy Osmon
I. Allegro moderato
II. Molto espressivo
III. Presto Viola - 박미영

휴식

Centennial Horizon - Kevin Mckee
I. Aspen Grove
II. Roaring Gunnisjon

Manhattan - Philip Sparke
I. Saturday Serenade
II. Sunday Scher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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