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의 시평] 새벽 편지 / 곽재구

박승일 승인 2023.02.07 16:09 의견 0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 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의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암울하고 고통스런 현실. 그래서 시인은 새벽에 일어나 편지를 쓴다. 반짝이는 별무리를 보며 곧 떠오를 희망의 해를 기다린다. 생은 쉬이 버려지거나 저물어서는 안 될 거라며, 깨서는 안 될 안타까운 꿈은 아닐 것이라며…….

곽재구 | 광주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 아리랑>, <서울 세노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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