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의 시평] 갈대 / 신경림

박승일 승인 2023.03.08 16:07 의견 0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의 이미지는 흔들림이다 흔들리지 않는다면 갈대가 아닌 것 그리하여 자주 인간의 모습과 비유되곤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안다. 갈대와 인간의 흔들림은 단지 가벼워서 혹은 연약하여서가 아닌 보다 근원적인 슬픔 또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어떤 갈등과 고통에서 비롯되기도 한다는 것. 그걸 신경림은 바람과 밤과 달을 차용하여 이야기한다.

신경림 | 충북 충주
<뿔>, <낙타>, <농무>, <바람의 풍경>, <가난한 사랑 노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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