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 요가의 3인3색… 이진숙, 홍유경, 김건형

그녀들은 이방인―행복에너지의 시작점에 같이 서다

김경희 작가 승인 2023.03.10 14:47 의견 0

그녀들은 서로를 몰랐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생활체육 강사였던 이진숙 씨는 난데없는 코로나의 습격으로 생활체육의 존립이

위협받을 때 그녀 또한 운동의 무대를 잠시 접어야 하는 안타까움과 직면했다.

충주가 집이지만 음성에서 체육 강사 활동을 하던 이진숙 씨는 힙합 패션이 너무 잘 어울리는 50대 요가, 필라테스, 핍팝 강사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젊은 감각의 그녀가 음성 사람들에게 운동의 즐거움을 한창 맛보여주던 차에 들이닥친 코로나의 도발은 음성 사람들의 운동에 대한 갈증을 증폭시켰다.

그녀는 거울과 마루만 있으면 운동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마침 발레학원 한곳이 폐쇄되면서 그곳으로 무대를 옮겼다. 회원들을 리드하면서 스스로 몸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마루에서 발휘했다. 그녀를 따라 생활체육을 하던 회원들이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르던 꼬마들처럼 그녀의 요가 교실로 운동의 장을 옮겼다.

■ 요가매트가 인연이 된 세 여인

그 틈에 두 여인이 함께 했다. 강원도가 고향인 유경 씨. 서울에서 온 건형 씨. 요가매트가 인연이 된 세 사람은 음성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요가를 통해 자신의 몸을 알아가고 서로를 알아갔다.

이진숙 강사

요가 강사인 이진숙 씨는 충주에 살면서 음성으로 달려와 음성사람들에게 요가로 행복 에너지를 찾아준다.

개원의인 남편을 따라 음성에 온 건형 씨는 막내로 요가에 입문하면서 낯선 음성 생활에 활력을 얻었다. 혁신도시가 조성되어 있지만 음성은 서울 강남에 살던 그녀에게는 낯설고 황량한 들판 같은 곳이었다. 24시간 불이 밝혀진 강남과 달리 저녁 8시면 도시가 적막에 둘러싸이는 음성은 그녀에게 낯선 곳이었지만 그 빈자리를 메워준 공간이 바로 요가매트였다. 육아와 외로움을 같이 견뎌야 할 시기에 요가는 그녀에게 에너지원이었으며 남편도 적극적인 응원군이었다. 자격증을 따고 훗날 요가원도 직접 해보고 싶어 하는 요가마니아로 근육을 키우고 있다. 건형 씨는 여섯 살 딸의 엄마이자 주부지만 몸의 근육을 키우면서 마음의 근육까지 키워갔다.

운동이 주는 힘이다. 단순히 몸을 만드는 과정이 아닌 힘을 내어주는 과정이다.

몸이 달라지면 자세가 달라지고 삶의 질이 달라진다.

홍유경 강사


유경 씨는 사업가로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요가와 필라테스 자격증을 따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마음까지 다지면서 2년 넘게 요가를 하고 있다. 50살이 넘어서 뻣뻣해진 근육을 감수하면서 요가에 도전하는 것도 벅찬 일인데 재능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그녀를 요가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사업체을 운영하고 요가 자격증까지 도전하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몸 만들기에 성공했다. 부단한 노력의 결실이다.

이진숙 강사

행복에너지의 메신저인 이진숙 씨.

수십 명의 음성 사람들이 그녀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있다.

■ 근육이 연금이다… 공갈방지턱 넘기

‘근육이 연금이다.’라는 말이 예삿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삶의 균형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운동이 우선순위임에 틀림 없다면 렛미요가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생활체육의 밑그림으로 질 높은 요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해준 이진숙 강사의 발걸음이 음성 여인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요가가 일상의 즐거움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훌륭한 매개체가 되었다. 인터뷰 현장에서 유경 씨가 넌지시 내민 하얀 봉지 안에 든 추억의 꽈배기. 배배 꼬여서 꽈배기라는 이름을 얻었고 몸에 안 좋은 하얀 설탕이 솔솔 뿌려져 있지만 우리는 꽈배기를 거부할 수 없다. 그녀의 평소 습이다. 사람들과 베풀고 나누는 여성 CEO의 기질이 생활화되었다.

현대인들의 수많은 근심, 걱정거리를 그녀들의 루틴을 보면서 줄일 수 있다는 마침표를 찍어본다. 제주도에 가면 공갈방지턱이 있다. 관광객들의 과속을 방지하려는 공갈방지턱. 우리들에게 걱정이나 근심들이 어쩌면 공갈방지턱이 될 수도 있다. 조심하고 염려하되 거기에 얽매이지 마라.

몸의 근육과 마음의 근육을 같이 키워야 우리 삶의 공갈방지턱을 사뿐히 넘을 수 있다. 요가로 행복에너지를 나누고 싶은 이진숙 강사의 의식도. 마음 근육과 몸 근육이 동반성장된 건형 씨도. 여장부로 이웃의 언니로, 동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갱년기를 우습게 넘기는 유경 씨의 행보도 아름다운 발걸음들이다.

이웃 간의 단절과 소외가 사회적인 화두로 도마 위에 올라와 있고 숨쉬기 운동이 전부라는 바쁜 현대인들. 그녀들이 몸을 만드는 과정이 단순히 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요가를 통해서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는 혼자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 나누는 힘의 원천이다.

음성의 이방인들인 그녀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순히 요가매트 위에서의 유려한 곡선이 아니다. 스스로 균형 잡힌 사람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여성들의 모습이다. 강원도가 고향인 유경 씨가 속한 ‘강원도의 힘’이라는 강원향우회의 이름처럼 요가의 힘이 바로 삶의 질을 높이는 에너지원이다. 유경 씨가 들고 왔던 그 꽈배기를 한입 베어 물던 그 맛을 기억한다. 달달하고 식감 좋던…….

삶에서 만나는 공갈방지턱을 사뿐히 넘는 그녀들이 가진 힘의 원천을 다시 새겨본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삶의 방향성이 유경 씨가 들고 온 꽈배기만큼 달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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