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칼럼] 폭력 없는 봄날

김종진 작가 승인 2023.04.07 14:30 의견 0

춘분이 지났고 청명도 지났다. 절기는 거짓말을 못한다. 개나리 진달래는 이미 졌고, 벚꽃도 떨어지고 있다. 4월의 이파리는 하루가 다르게 진해지고, 의상도 밝아지고, 사람들의 마음도 화사해지는 완연한 봄날이다.

나는 얼마 전, 가정폭력 100시간 교육을 받았다. 가폭 공부를 하면서 나 또한 가정폭력 가해자였다는 것을 알았다. 밥 먹기 전에 억지로 기도를 하라고 하는 것도 폭력이라고 한다. 나는 억지 기도는 시키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아침에 가끔 괴롭힌다. 아이가 자는 방에 음악을 크게 틀거나 밥하다 차가운 손을 몸에 댄다고 협박(?)을 한다. 나는 차가운 손을 아이의 몸에 진짜 댈 것도 아니면서 댄다고 말만 하는데 아이들은 잠결에 공포에 떨게 된다. 폭력이다.

힘이 센 아빠가 화를 내며 아이를 때리려고 손을 번쩍 들었다면 아이는 얼마나 겁이 날까?

아이들이 부모를 신고하면 판사로부터 사회봉사 명령이 떨어진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요즘은 부모를 신고하는 자식들이 많다. 경찰도 바로 출동을 한다. 가정폭력, 성폭력 긴급신고는 112로, 여성 긴급 전화는 1366이다. 자신에게 폭력이 일어났거나 폭력 현장을 목격했을 때 바로 신고해야 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데, 꽃으로 맞는 부인이 있었다. 꽃을 좋아해서 꽃집까지 경영을 하고 있는데, 의처증과 편집증이 있는 남편이 아내가 남자 손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시비를 걸고, 술을 마시면 꽃집의 화분들을 집어 던지고 장미꽃이든 줄기가 있는 꽃들을 집어 아내를 때리곤 했다. 던지는 화분에도 다치고 꽃 가시에도 상처를 입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꽃집은 접었지만 지금도 남편과 같이 살고 있는 상황.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이혼을 할 수 없고 이혼 후 경제적인 면도 걱정이라는 아내. 참 딱한 일이다.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상담을 받으러 온 부인들이 매를 맞는다는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이 말을 꺼내기까지는 실제로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제가 남편한테 맞고 있어요. 어제도 맞았습니다.’ 이런 말은 수치심과 무기력 때문에 평생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가정폭력이 있는 집안은 봄이 없다. 어떤 꽃도 피지 않는다. 가정폭력이 없으면 언제나 봄이고, 가정폭력이 있으면 봄날처럼 살 수 없다는 말이다.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아야 한다? 몇 대 때려도 되겠지?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맞을 짓이란 없기 때문이다.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폭력, 모든 가정이 폭력 없는 봄날로 웃음꽃 피우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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