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용 목요칼럼] 가정의 달 배려의 소중함

한평용 회장 승인 2023.05.08 15:04 의견 0

“이 세상에서 가정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이며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다.” 영국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가정에 대한 명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각 가정은 다 이런 모습일까.

이발소나 여관 현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었던 액자가 바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었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런 액자를 건 접객업소가 없다.

조선 숙종 대 우암 송시열 선생은 대전 회덕 송촌이 낳은 최고의 유학자이다. 가정의 달 5월만 되면 나는 우암을 생각하게 된다. 우암이 출가하는 딸에게 여성이 지켜야 할 도리를 저술한 ‘계녀서(戒女書)’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딸에게 필요한 행동을 조목조목 적은 것이다. 부모 섬기는 도리, 남편 섬기는 도리, 시부모 섬기는 도리, 형제간 화목 하는 도리, 친척 간 화목 도리, 자식 가르치는 도리, 말조심하는 도리, 재물 아껴 쓰는 도리, 일 부지런히 하는 도리, 의복, 음식을 만드는 도리 등이다.

‘부모 앞에서는 개나 닭을 꾸짖지 말며 자식을 가르칠 때는 잡된 장난을 못 하게 해야 한다. 하루 세 번씩 책을 권하여 읽히고, 친구와 언약한 것은 꼭 실행하여 신의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15세가 되면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도록 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손님을 대접할 때는 정성을 다하라고 했다. 그 이유는 한두 번 박대하면 손님이 안 오며 차차 다른 손님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 가문이 무식해지고 남편과 자식이 주인 노릇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손님 대접 도리는 노소는 분간하여 대접하되 귀천과 빈부는 구별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영의정까지 오른 우암의 고매한 인격을 알려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암은 특히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기를 가진 어머니는 신체적 건강은 물론 감정적인 상태도 태아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하였다. 우암의 자상한 가정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딸을 시집보내며 이렇게 교육하는 아버지가 있을까. 비록 4백 년 전 유학자의 딸에 대한 도덕적 가르침이지만 지금 시대에도 취할 점이 있다.

한국영화 ‘우리 집’은 현대 가정의 위기를 신랄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엄마 아빠의 대화를 듣는 초등학교 5학년 딸의 표정이 어둡다. 말이 더 오고 갈 때마다 긴장은 고조된다. 엄마는 아빠가 못마땅하며, 아빠는 엄마가 불만이다. 급기야 서로 험한 말까지 주고받는다. 아이는 가운데서 눈치만 살핀다. 한국의 많은 가정이 이 영화처럼 위기에 빠져 있으며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누구의 책임일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70년대 줄곧 1만 건을 조금 넘겼던 이혼 건수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1998년 급기야 10만 건을 넘었다. 이후 2003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16만 건을 상회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혼 사유로 경제적 문제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서 기혼자 60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혼 사유로 경제적 이유(2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부화합’이 바로 ‘가화만사성’의 길이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서 갈등은 해소되는 것이다. 이달은 가정의 달이면서 5일은 어린이의 날이다. 우리 주변 모든 가정이 허버트 조지 웰스의 말처럼 ‘사랑이 싹트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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