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칼럼] 내가 마지막 봉사하고 싶은 일

이창기 교수 승인 2023.05.10 14:41 의견 0

지난 4월 20일은 마흔세 번째를 맞는 ‘장애인의 날’이었다. 필자가 봉사의 대상을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고 싶다고 말한 지 3년이 지났다. 아직은 어떤 성과를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돌이켜 보면 필자는 학창시절에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배려하고 그들과 친하게 지냈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그들을 연민해서가 아니라 좋은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1985년 대전대 교수로 부임한 이래 지역과 국가사회발전을 위해 개인적으로 봉사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건강한 사람들이 그 대상이었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한편으로 낙후된 중구발전을 위해 중구포럼을 창립해서 수석대표를 맡았다. 그러다 청소년동아리와 인연이 되어 대전총재에 이어 중앙총재를 맡아 충청권에서만 전국대회를 여섯 차례 치러 냈다. 2004년엔 행정수도이전문제로 지역사회가 어려울 때 상임대표를 맡아 세종시 쟁취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싸웠다.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회장, 대한민국가족지킴이 총재 등 주로 건강한 사람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헌신한 세월이었다.

이제 필자의 관심은 장애를 갖고 있으나 꿈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한 번 뿐이 살 수 없는 인생은 누구에게나 참으로 아름답다. 비록 인생이 험난하고 고통의 연속일지라도 극복이 가능하기에 아름답다. 그러나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체적 고통은 극복할 수 있어도 차별과 혐오는 극복하기 힘든 심리적 고통이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으므로 서로를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명제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현실에서 장애인은 혐오, 차별, 배제, 동정 등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욕망, 매력, 섹시함이 있는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장애인의 반대말인 비장애인은 운 좋게도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지도 않았고 후천적인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가 생기지도 않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일 뿐이다. 심지어 후천적 장애비율이 80%를 넘는 것만 봐도 우리 모두 잠재적 장애인일 뿐 아니라 나이가 들면 장애인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더구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한다면 그 범위는 더 넓어진다. 다문화 아이들은 물론 비문해자, 탈북자 가족들까지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주변에 널려 있다. 그러므로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하며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해야 한다. 또한 모든 장애인에게는 국가·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기타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의 발생을 예방하고 장애인 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자립을 지원하며 필요한 보호를 실시하여 장애인의 복지를 증진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법적, 재정적 제약 등으로 장애인들의 복지를 전부 아우를 수는 없다. 그래서 민간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하다.

필자가 최근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멘토링협회는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지원하기 위해 그들의 꿈을 키워주고 그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여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는 꾼으로 만들어 주기 위하여 인간적 끈을 이어 주려는 민간단체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멘토로 선정하여 멘티인 장애인들에게 꿈과 사랑을 선사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아울러 그들의 자활도 지원할 것이다.

‘행복이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지금 하는 일이 있으며 희망이 있다면 행복하다.’는 칸트의 말처럼 장애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일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또한 장애인들이 편리한 사회라면 비장애인에게는 더 편리한 사회일 것이고 장애인들이 행복하면 우리 공동체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이에 필자는 한국장애인멘토링협회와 함께 우리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더 낮은 자세로 봉사할 것을 힘주어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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