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백의 복지이야기] 인생이모작

김동백 교수 승인 2023.05.10 15:07 의견 0

퇴직은 새로운 시작이다.

이모작은 같은 경작지에 1년에 두 번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으로 학문상 이모작의 대상경지가 논과 밭 어느 것에 한정된 것이라고 하기는 곤란하지만 대체로 논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 논은 일모작·이모작 논으로 구별하고 있지만 밭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논 이모작에 관한 기원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아마도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에 인구증가와 더불어 식량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된 것 같다.

백세시대를 맞이한 우리는 두 번의 인생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인생이모작이 불가피해졌다. 이모작이라는 어원은 본래 인구 대비 농지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행하는 경작기법으로 단위 면적당 농산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집약적 농사 방법이다. 예컨대 같은 농지에서 6월부터 11월 까지는 벼농사를, 그리고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는 보리농사를 짓는 것을 이모작이라 한다. 따라서 인생이모작 역시 정년퇴직 후 또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학자들은 인생이모작은 어쩌면 삶에 대한 시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인생 2막으로 전개 되는 삶에 대하여 무게를 더 두는 경향도 있다.

그렇다면 신중년들의 인생이모작은 어떤 세대들이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우선 인생이모작의 대표 주자들은 5060세대들이다. 일명 베이비부머 세대들인데 산업화와 민주화시대를 겪어온 세대들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정년퇴직 했거나 정년을 앞두고 있는 세대들이다. 이들은 현직에 있는 동안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정말로 후회 없이 일을 했다. 그러나 이제 여유를 갖고 취미 생활이며 건강관리를 해야 할 나이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아직도 부모와 미 취업한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이기 때문이다. 일은 더해야 하는데 전문직종이 아닌 일상적 사무일만 해 왔고 준비 없이 퇴직을 한터라 앞날이 캄캄할 뿐이다.

요즘 중년 세대들은 흔히 인생은 삼박자라 한다. 즉 트리플30이다. 사람의 수명을 길게는 90년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 데 처음 30년은 부모의 보호아래 성장기와 인간으로서의 본성과 교육, 미래의 독자적 경제 활동을 위한 수련 기간이다.

다음 30년은 독립된 개체로서의 가정을 꾸리고 후세를 양육하고 경제활동을 통한 재화를 창출하는 기간이다. 마지막 30년은 퇴직 후부터 생을 마감하는 기간인데 조기퇴직하는 요즘의 추세로 볼 때 적게는 20년에서 30년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세월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일없이 기존에 벌어놓은 재화를 축내며 살 것인가 아니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70대까지 노동을 해야 하는지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멋진 제2의 인생이모작을 위한 치밀한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계획은 정년을 앞둔 10여 년 전부터 촘촘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로 정한 것은 건강상태를 체크해 보고 직업군을 화이트칼라 혹은 블루칼라로 할 것인지를 경정한다. 그것은 직업군에 따른 자격증과 경험, 경력, 육체적으로 견딜 수 있는지 여부를 자가진단해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화이트칼라 직업군의 경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자동차, 해운업체의 선박, 가전제품, 보험 등 영업이라든지, 건축, 토목, 배관설계, 사회복지, 부동산 컨설팅, 행정사 유튜버 등이 있다. 반면 블루칼라의 경우에도 현장 일을 주로 하는 택배, 물류센터, 조경공, 도로포장, 용접, 선반, 청소용역, 선원, 전기전자 수리공, 경비용역, 노인요양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렇게 직업군이 정리가 되면 목과 어깨에 힘을 빼고 눈높이를 낮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고거 고위 관료나 대기업 임원을 역임했을 경우 신분과 직책에 얽매인다면 차라리 벌어 놓은 재화를 축내며 편하게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샘이 솟지 않고 고여 있는 우물은 당연히 마르게 되어 있으며 매년을 놀다보니 노는 것도 지루하고 곳간은 점차 비어갈 수밖에 없다. 그때서야 어디 허드렛일이라도 하며 용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욕심에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보편적으로 퇴직 후 시작하는 인생이모작의 설계 시 참고 할 것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이 들이 기피하는 직업과 아르바이트 등 틈새 자리를 공략해 적은 급여라도 몸과 마음이 편한 일자리를 택해야 된다는 것이다. 고액의 일자리는 일의 강도가 높아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리가 가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인생이모작은 취미나 휴식,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는 행복 추구의 기회로 삼아야 성공할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은퇴 대비를 위한 생애 설계, 중장년 일자리 찾기 등 많은 기관과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중장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인생 2모작을 할 수 있는 대학원도 있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은퇴 후 행복한 삶을 누리며 인생 2막의 도전을 위해 각 지역에서 많은 안내와 교육이 있으니 정보 탐색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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