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백의 복지이야기] 그린에서 OK, 컨시드

육동환 편집위원 승인 2023.05.10 15:08 의견 0

대부분 아마추어 골퍼들은 컨시드 허용범위를 퍼터 그립 끝까지 홀인으로 인정한다.

아마추어 골퍼는 골프경기 시작 전 티잉그라운드 첫 순서로 뽑힌 사람이 티잉 구역에 오르기 전 동반자들의 의사를 물었다. 그린에서 컨시드 방법을 정하려는데 난데없이 일행 중 “갈치로 하자.”는 말이 나왔다.

그린에서 갈치가 뭐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핀에서 퍼터 길이 이내에 공이 놓였을 때 컨시드를 허용하는 범위란다. 먹갈치는 그립 끝까지, 은갈치는 그립을 제외한 샤프트 길이 안에 붙였을 때 홀인을 인정한다는 이야기다. 생선 먹갈치는 검은색 바탕에 흰 점이 많고 은갈치는 은분이 많아 은빛이 나는 데서 유래했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립은 검은색, 샤프트는 은색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은어란다. 먹갈치는 보기 이상, 은갈치는 파 퍼트 이하에 적용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제야 한 타라도 줄이려는 골퍼의 심리를 담은 ‘먹갈치 은갈치’ 규정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골프에 의외로 먹거리와 관련한 은어가 많다. 은어 구사 능력만 봐도 구력과 실력이 드러난다.

벙커는 모든 골퍼를 불안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전’은 벙커전이고, 튀김 중에서 최고는 벙커 튀김이고, 모래에 반만 묻히면 에그후라이로 공이 가다가 벙커 앞에 멈췄거나 모래를 맞고 공이 벙커 밖으로 튀어나갔을 때의 행운을 말한다. 그만큼 벙커는 공포의 대상으로 최악은 벙커 무침이다. 벙커에 공이 묻혔을 때다.

해저드에선 수제비라는 은어가 등장한다. 공이 수차례 물 표면을 튀기면서 전진하다가 급기야 페어웨이나 그린에 올라갔을 경우 당사자는 기쁘지만 동반자는 탄식한다. 밀가루 음식 수제비와 돌이 물 표면으로 닿았다 두세 번 튀기면서 날아가는 물수제비의 형국이다. 아일랜드 숏 홀에서 동반자의 공이 연못 끝 바위에 맞고 거꾸로 튕겨 물수제비를 일으켰다. 이때 놀란 잉어가 물 위로 튀어 오르는 장면을 보기도 한다.

오른쪽으로 심하게 휜 도그렉홀에서 티샷으로 공을 잘 날렸는데 캐디가 막창 난 것 같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구의 별미 막창인가 싶었다. 공이 너무 잘 맞아 코스 휜 부분 너머로 아웃오브바운스(OB) 낸 것을 뜻했다. 막창은 소의 마지막 위(제4위)를 고기로 칭할 때 사용하는데 홍창이라도 한다. 마지막 경계를 넘겨버렸다는 의미다. ‘가로질러 넘기다’를 표현하는 영어 ‘크로스 오버(Cross over)’가 정확한 용어다.

금방 포장을 벗긴 새 공을 물이나 숲으로 날려 보냈을 땐 짜장면 한 그릇을 날렸다고 내뱉는다.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12개들이 한 박스의 인터넷 가격 6만 5000원을 고려하면 5400원이 단 10초 만에 사라졌다. 물가가 오른 요즘 짜장면값 7000원 선을 넘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비슷했다. 달걀 한 판 값을 날렸다고도 말하기도 한다.

한 번은 그린에서 4퍼트를 범한 동반자가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너무 맵다.”고 해서 어리둥절했다. 파 4홀에서 더블 파를 몹시 맵다는 양파로 표현한 것이다. 여성 골퍼들이 퍼팅이 홀컵을 빗겨 지나가면 깻잎 한 장 차이라고 아쉬워 한다.

식재료 양파와 더블 파를 의미하는 양(兩) 파의 동음이의를 사용한 은어다. 정식 용어는 쿼드러플(Qudraple) 보기다. 파(Par)는 주식 용어 액면가(Par figure)에서 유래했다. 원래 기준타수는 보기였는데 1911년 미국골프협회가 파를 공식 기준타수로 인정했다. 파는 ‘정상적인 날씨에 매 홀 2퍼트로 흠 없이 플레이한 스코어’로 정의된다.

멀리건 대신 ‘씨 없는 수박’이라는 말도 사용한다. 스킨스 게임에서 멀리건을 사용하되 해당 홀에서 이기더라도 상금은 못 챙긴다는 뜻이다. 부화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정란’으로도 부른다.

초보 골퍼가 먼 거리 두 번째 샷을 앞두고 캐디에게 감자를 달라고 요청하자 바로 하이브리드를 건네줬다. 캐디가 하이브리드의 은어 고구마로 즉각 이해했다. 하이브리드는 롱아이언과 페어웨이 우드 등 샷 하기 어려운 클럽을 대체하는 신무기다. 아이언과 우드의 장점을 합쳐 만든 것으로 우드를 반 토막 낸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고구마란 애칭이 붙었다. 참고로 페어웨이 우드 대용으로 사용되는 유틸리티는 넓은 페이스에 낮은 우드 모양이지만 길이는 상대적으로 짧아 편하다. 하이브리드와 유틸리티는 서로 기원은 다르지만, 요즘은 혼용해서 사용된다.

평생 알까기를 한 번도 저지르지 않은 골퍼가 있을까. 알까기는 동반자가 보지 않는 곳에서 잃어버린 공 대신 다른 공을 몰래 놓고선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경기를 진행하는 속임수다. 한 번도 알까기를 하지 않은 골퍼가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OB나 페널티 구역으로 미세하게 넘긴 공을 살짝 옮겨 놓고 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사 알까기 행위다. 큰 승부에서 알까기 유혹은 너무나 강렬하다. 아무도 모르는 알까기로 설령 그 승부에서 이기더라도 다음 홀부터가 문제다. 그린에서 볼 마크한 동전 치기도 마찬가지로 대다수가 원위치보다 홀컵 가까이 옮겨 놓고 퍼팅하지만, 양심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멸한다. 몰래 급하게 알을 까서 먹다가 체한 것으로 십중팔구는 다음 홀에서 그 이상 점수를 먹게 된다.

골프경기 중 동반자를 속이면서 플레이하다 보면 스스로 양심 가책을 받아 다음 홀에서 그만큼 점수를 먹게 된다. 골프는 감독자가 없어도 스스로 플레이하고 스코어를 기록하고 경기하므로 신사 스포츠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금 필드에는 겨우내 잠자던 누런 잔디가 새싹이 돋아나 골프 하기 좋은 계절로 친구들과 적당한 내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18홀이 끝나 아쉽게 느껴진다.

지나친 내기는 가까운 친구들과 얼굴 붉히는 일로 발전할 수 있어 경비 내기 정도에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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