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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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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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
한 시절 군부 권력이 한 인간의 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 어찌저찌하여 풀려난 후 남은 기력을 쥐어짜 수백 편의 글을 남긴 시인은 가고 없으나 그의 시는 우리의 가슴에 꽃초롱 하나로 남아 천 리 밖까지 길을 밝히게 한다.
박정만 1946~1988
<잠자는 돌>, <맹꽁이는 언제 우는가>, <무지개가 되기까지는>, <서러운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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