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公廉으로 나라의 중심 잡자

이창기 교수 승인 2023.06.12 15:22 의견 0

요즘 정치뉴스가 나오면 TV 채널을 돌린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정치인들의 막말과 거짓말, 그리고 부정부패에 관련된 뉴스를 보다 보면 정치가 우리 사회를 철저하게 망가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를 극도로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아마도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해서 무관심해지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그래야 나쁜 정치인들이 재선이 되어서 자기들 멋대로 세상을 또 말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멀쩡한 사람도 정치에 입문하면 그때부터 비정상이 되는 건 정치의 토양이 본래 그런 곳이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하기야 선진국조차도 정치인은 거짓말의 대명사처럼 쓰이기도 한다. 오죽하면 어느 엄마가 자식이 입만 열면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 걱정이 된 나머지 하버드대의 유명한 심리학교수를 찾아가 상담했더니 장래에 정치인으로 키우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를 정치인에게 맡길 수 없다면 나라의 중심은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 국민이 주인이라고는 하나 생업에 바쁘다 보니 나랏일을 일일이 챙길 수 없어 공무원을 대리인으로 내세우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나라의 중심인 공무원들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말고 중심을 잡아 주어야 국민이 마음 놓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 어차피 정치인은 4년이나 5년 뒤면 바뀌는 것이니 공무원이 정치인의 눈치를 보지 말고 公廉을 무기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가면 된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선생은 28세에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정조대왕에게 올린 임헌시(臨軒詩)에서 ‘공정과 청렴으로 충성을 바치겠노라.’고 다짐을 했었다고 한다. 따라서 공무원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공정과 청렴을 준수하면 국민에게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물론 공정과 청렴을 준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국민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공무원은 축복받은 직업에 종사하는 셈이니 이를 떠올리면 공렴을 지켜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공렴은 공정과 청렴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먼저 공정을 살펴보자. 요즘 공정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공정을 제대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공정하지 못한 사람도 공정을 갖다 끌어 쓰니 공정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헷갈린다. 본래 공정은 자원과 가치의 분배가 잘 이루어진 상태를 말한다. 그에 비해 정의는 분배적 정의를 포함하여 행동, 제도 등을 포괄하는 올바름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정의로운 사회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가치라고 한다면 공정은 현실 속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합의를 이루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때 상대를 배려하고 자신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손해를 감수한다는 것이 자신의 존재근거를 말살하는 손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손해를 받아들일 때 타협이 가능하고 객관적으로 공정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타협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일찍이 소크라테스도 정의는 타협해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설파했으니 타협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무원은 중재자의 입장에서 서로 이해가 충돌할 경우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양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아내는 타협의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양자에게 만족할만한 해법을 찾지 못했을 때는 손해를 입는 측에게 먼저 배려하고 설득하는 진심어린 자세가 필요하다. 끝으로 청렴이란 깨끗하고 거짓 없는 자세를 의미하는데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음을 말한다. 다산선생이 말씀하기를 ‘청렴은 큰 장사’라 했으니 작은 욕심을 탐하다가 공무원이라는 큰 직업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경고에 다름 아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2년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한국은 180개 국가 중에서 63점으로 31위에 머물고 있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여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불편한 형국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은 소위 ‘때 없는 생각(思無垢)’과 부정부패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무원들이 공정한 역할과 정직한 자세로 나라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공렴세상이 열려 국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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