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의 시평] 선운사에서 / 최영미

박승일 승인 2023.07.10 14:26 의견 0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처다 볼 틈도 없이

아주 잠깐 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그래, 꽃 지는 건 순간이다. 오죽하면 찰나일까. 잊는 것 또한 꽃 피는 것처럼 힘들다.

영영 한참이란다. 그래서 시인은 잊는 것 또한 그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순간이었음 한다.

사월 동백과 시월 꽃무릇, 미당 선생의 생가. 더구나 송창식의 선운사를 들으며 추억 많은 이들. 한참을 그 골짝에 버려져 있어도 좋을 거기.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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