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칼럼] 버릴까, 쌓아둘까

김종진 작가 승인 2023.07.11 16:35 의견 0

한 번 물건을 가지게 되면 그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세월이 지나면 오래된 책이나 유행이 지난 옷은 버려야하는데, 모든 것이 다 중요해서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심지어 쓰레기까지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현상을 호더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나는 버리는 편인가? 쌓아두는 편인가? 생각해보자. 집안 가득 잡동사니 물건들로 채우고, 마음 가득 별별 복잡한 것들을 담아두고 살지는 않는지, 김종진의 ‘호더스’ 시를 읽으며 버릴 것들을 찾아보자.

그의 유일한 취미는

쓰레기 수집이다

수집한 그놈들은

집안 구석구석 차지하고

화려하게 비웃고 있다

먹구름 같은 욕심을 채우고

검은 소나기 퍼붓던 날 상관없이

보물로 쌓아놓은 수백 수천 톤의 욕망

버려진 말들을 주어 담고

떠다니는 문장들도 가로채며

겁 없이 문단까지 훔쳐온다

틈나는 대로 끼워 넣어 구겨진 한숨

경고등이 깜빡이는 컴퓨터 저장 공간

허기진 흰색 무표정

꽉 채워진 하드디스크로는 부족하다

사용여부 흐려놓고 집을 늘리며

아무리 소유해도 성에차지 않을

그것들을 모은다

쓰레기 옹벽에서 죽을 것을 알지만

빠져나오지 못한다

저장 강박의 병은 고칠 수 없다

쓰레기 바이러스

숨 막혀 헉헉 거린다

그러나 그의 쓰레기 수집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이렇듯 사람들은 욕심이나 욕망, 시기심과 질투, 화나 분노 등 많은 감정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살아간다. ‘방하착’은 ‘내려놓아라.’, ‘놓아버려라.’라는 의미로 불교 선종에서 화두로 삼는 용어다. 인간의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탐욕을 버림으로써 무소유를 통한 인간의 자기회복이의 시간을 창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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