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백의 복지이야기] 교권추락

김동백 교수 승인 2023.08.11 16:12 의견 0

예전에 ‘제자는 석 자 떨어져서 걸으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요즘의 교사들은 오희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말이 교권침해이며 교권 추락이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교권보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학년 담임을 맡았던 A씨는 지난해 임용된 2년차된 초임 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학급에서 학생끼리 다투는 사건이 있었는데, 학교폭력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A씨에게 한 학부모가 찾아와 "교사 자격이 없다"며 항의를 받기도 동료 교사에게 '학교생활이 작년보다 10배정도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소식을 듣고 “교권 강화를 위해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도 “학생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며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면서 “시도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생인권조례로 인하여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것이 곤란하고, 학생 간 사소한 다툼 해결도 나서기 어려워지는 등 교사의 적극적 생활지도가 크게 위축됐다”고 했다.

민주주의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이라는 가치를 기본가치로 만든 사회다. 인권(人權)이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평등 등의 기본권’으로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이 침해되는 상황을 정의롭게 개선하려는 인간의 부단한 노력으로 형성되고 발전되어온 개념’이요,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사람이 누릴 당연한 권리다. 학생의 인권, 여성의 인권, 노인의 인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차별금지법도 아닌 조례로라도 침해받는 학생들의 인권을 살리자고 만든 게 학생 인권조례가 아닌가.

세계인권선언 제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고 하고 우리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또 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전문 130조 안에 학생이 국민의 기본권인 인권을 축소해야 한다는 조항이 어디 있는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교육의 3주체라고 한다. 교육은 교사 혼자서만 하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오늘날 교실현장은 학생 중에는 교사를 폭행하는가 하면 수업 중 교실 바닥에 드러누워 수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극성 부모들 중에는 툭하면 교실을 찾아가 담임교사를 윽박지르고 법적 대응을 운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교실붕괴, 교권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인가? 교실이 붕괴되고 교권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면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지 않는 11개 시·도에서는 교권이 존중받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공부에 몰두하는가.

교권이 추락되고 교실이 붕괴된 원인은 학교가 교육을 팽개치고 입시문제를 풀이하는 학원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목표는 학생과 학부모는 적성과 능력에 맞게 선택권이 넓어지고 그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만들었지만 일반학교는 물론이요, 인재양성을 한다고 만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자율고..등도 따지고 보면 일류대학에 몇 명을 더 입학시키느냐 여부로 서열이 가려지고 있지 않은가? 사람의 가치까지 한 줄로 세우는 수학능력고사를 두고 헌법도 법률도 아닌 학생인권조례만 폐지하면 추락된 교권이 살아나는가? 윤 대통령은 물론 교육부장관도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하라는 억지는 부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198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서슬 퍼랬던 교권과 교사의 권위를 똑똑히 기억하는사람, 적어도 그 당시에는 교사라면 절대권력에 학생과 학부모는 절대복종해야 하는 존재였다.

세상이 보다 투명해지고 민주적으로 바뀌면서 짓밟히고 억눌린 학생의 인권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 공감하고 동조하면서 학생인권을 강화하는 정책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생인권교육도 하고 ‘학생인권조례’등도 만들고 홍보하며 ‘학생도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와 사상이 실현되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 졌나? 애석하게도 아니다. 그결과가 요즘의 현실이다.

사회구성원의 대다수는 선량하다. 학부모 악성 민원인도 소수이고 불량교사도 소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숫자가 사회에서 감당하지 못할 비율이 되면 여기저기서 심각한 문제가 불거진다. 어쨌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합리적이며 아이들과 교사 모두 존중받으며 행복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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