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의 단상] 부동산에 투기하면

존경스런 배우 차인표 씨와 형제들

홍경석 편집위원 승인 2023.08.11 16:15 의견 0

서울 - 양평 고속도로 신설 구간 공사의 원안과 대안 논란이 점화되면서 부동산을 둘러싼 잡음까지 덩달아 시끄럽다. 부동산(不動産)은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으로 주로 토지나 건물, 수목 따위를 통칭한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이 많으면 부자가 된다. 과거 친일로 부와 명성까지 쌓았던 인물을 살펴본다.

친일파 거물로 조선을 팔아먹은 이완용(李完用) 외에도 공주 출신 갑부였던 김갑순(金甲淳)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빈농(貧農)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열세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소년 가장이 되었다.

그가 처음 취업한 곳은 지금으로 치면 공주 교도소에서의 교도관 심부름꾼이었다. 그러다가 그와 의남매를 맺고 있는 여인이 관찰사의 애첩으로 들어가면서 팔자가 바뀐다.

이어 운이 트이면서 많은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는 일찌감치 부동산의 가치에 주목했으며 이를 핑계로 공주와 대전 등에 닥치는 대로 땅을 사기 시작했다.

1930년대 대전읍 면적은 1,907,400㎡(57만 8,000평)이었는데 김갑순 소유의 땅은 22만 평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전에서는 김갑순의 땅을 밟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그 무렵 대전을 포함한 김갑순 소유의 땅은 무려 3,300만㎡로 1,000만 평에 이르러 충청도 최고의 갑부로 올라섰다고 하니 현대인들로선 상상도 불가능할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송곳 박을 땅도 없다’는 속담처럼 지금도 부동산은커녕 남의 집에서 세를 살고 있는 서민이 많다.

세벌이(맞벌이부부 중 어느 한쪽이 짬을 내어, 또 하나의 일자리에서 돈을 버는 일)를 해도 부족한 서민은 홑벌이(가정에서 한 사람만이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벎)라고 한다면 말할 나위조차 없을 정도로 궁핍하다.

하물며 이들에게 있어서 서울 - 양평 고속도로 신설 구간 공사와 연관된 잡음은 가뜩이나 더워서 짜증이 나는 판에 스트레스까지 가중시키는 단초일 따름이다.

이런 와중에 인기배우 차인표 씨가 작고한 부친 차수웅 우성해운 전 회장이 생전에 물려주고자 했던 물경 371조의 경영권 승계에도 초연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인들의 관심이 고조되었다.

국내 업계 4위이자 전 세계 10위권 수준까지 오르기도 한 우성해운의 경영권을 두고 "평생 우성해운에 몸 바친 분들이 계신데 해운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와 형제들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는 부분에서는 커다란 존경심이 발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마치 “우리가 부동산에 투기하면 애먼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논리와 동격의 고운 마인드가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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