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용 칼럼] ‘대전 0시 축제’에 붙여

한평용 회장 승인 2023.09.06 16:49 의견 0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흔히 18번이라고 하는 애창곡은 개인의 성품과 기호에 따라 다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알지 못하는 흘러간 노래를 18번으로 삼고 있다. 필자는 18번이 여럿 있으나 제1번이 ‘대전부르스’다. 이 가요는 ‘대전발 0시 50분’으로 널리 불린다. 인기스타 최무룡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올드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이 가요의 주인공은 남자다. 사랑하는 연인 곁을 떠나면서 말도 없이 대전발 0시 50분 목포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나이.

얼마나 멋진가. 오늘날 같으면 ‘죽겠다.’, ‘만나달라.’, ‘복수하겠다.’면서 스토커로 변하는 세상, 아무래도 연애는 옛날이 깨끗하고 지저분하지 않은 세상이 아니었나 싶다.

여러 가수가 부른 노래이나 나는 조용필 노래가 좋다. 흐느끼듯 쉰 목소리로 부르는 대전발 0시 50분 가요는 다른 맛이 있다. 사나이의 가슴에 깊은 실연의 한이 서려 있다. 필자도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부를 땐 제2의 조용필이 된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분 /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 밤 / 나만이 소리치며 울 줄이야 / 아 아 붙잡아도 뿌리치는 목포행 완행열차

기적소리 슬피 우는 눈물의 플랫폼 / 무정하게 떠나가는 대전발 영시 오십분 / 영원히 변치 말자 맹세했건만 / 눈물로 헤어지는 쓰라린 심정 / 아 아 부슬비에 젖어 가는 목포행 완행열차

대전부르스는 최치수 작사, 김부해 작곡으로 1956년 안정애가 발표했다. 이 노래의 역사도 7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1999년에 와서 대전역 광장에 노래비가 건립되었다고 한다.

‘대전 영시 축제’는 이장우 대전시장이 2009년 민선 4기 동구청장으로 재직할 때 처음 추진한 사업이다. 전국에서 2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아 성공공적인 사업이란 평을 얻은 바 있다.

이 시장은 2022년 7월 5일 취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전 0시 축제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축제를 모델로 부활시켜 원도심 활성화의 기폭제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전 구도심의 경제회복은 역대 대전시장의 공통된 과제였으나 해결책이 없었다. 이 시장이 에든버러 축제를 벤치마킹한다고 선언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EIF)은 세계 최대의 공연 축제다. 오페라, 클래식 음악, 연극, 춤, 등 여러 나라 최고의 공연 팀들을 초청한다. 여러 공연 분야 중 클래식 음악의 비중이 가장 높으며 한국의 국립교향악단, 국립극단, 창극단도 참여하고 있다.

여러 테마에 따라 100여 개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간다. 관람객 수도 수십만 명에 이르며 한국에서도 많은 예술인 관광객들도 찾아가 감상한다.

축제 기간 중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은 밀리터리 타투(Military Tattoo)다. 스코틀랜드의 전통복장인 킬트를 입은 수백 명의 경기병이 백파이프와 북을 연주하며 군악 퍼레이드를 벌인다.

다시 부활한 ‘대전 0시 축제’는 지난 8월 11일에 개막했다. 여름 축제로 우선은 원도심 경제 활성화 기치를 걸고 역동적 행사로 막을 올렸다.

이번 축제는 자정을 전후 주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마치 프랑스 파리의 자정 문화를 연상케 하는 아이디어다. 잠이 없는 젊은이들을 유치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낮 시간대를 활용한 다른 축제와 차별화하고 추억의 댄스, 트로트 뮤지컬 ‘대전발 0시 50분’, 추억의 동창회 등으로 1960~1970년대 추억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승화시켰다.

이장우 시장은 ‘대전 0시 축제는 대전시가 일류 경제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0시 축제는 관광도시 대전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이 축제를 통해 100만 명 이상의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여 세계적인 축제로 키우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대전 0시 축제’를 무더운 한여름을 색다르게 보낼 수 있는 길거리 문화예술 축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든 사업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번 대전 0시 축제도 해를 거듭할수록 알찬 대회로 성장해야 한다. 대전은 지리적으로 교통의 요충이다. 국토의 중간에 위치하여 전국에서의 진입이 가장 용이하다. 전국을 아우를 수 있는 멋지고 흥겨운 축제를 만든다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는 무엇일까, 노래와 먹거리, 그리고 볼거리 등이 풍성해야 한다. 소문만 요란한 축제가 된다면 생명력이 짧다.

한국인의 DNA 속에는 ‘풍류’가 있다. 그것은 수천 년 민족의 가슴속에 내재 된 흥겨움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들도 즐길 수 신바람 문화라 할 수 있다.

에딘버러 축제를 벤치마킹한다면 대전의 전통인 국악도 외면해선 안 된다. 외국인들이 가장 흥미를 끌고 있는 새로운 한류는 한국의 전통적인 음악이다.

세계적인 가수 한국의 BTS가 세계를 열광시킨 음악은 바로 ‘아리랑’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선정된 아리랑은 우리뿐 아니라 세계 젊은이들을 한데로 모을 수 있는 명곡이다.

지난번 세계 잼버리대회를 통해 한국에 온 젊은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날도 잊고 한국에 머물러 있기를 희망했을까. 무엇에 열광했는가를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 0시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이끌 수 있는 역량과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힘을 모을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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