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의 시평] 소년 / 하상만

박승일 승인 2023.10.10 15:54 의견 0

연락이 닿은 친구들은

만나보면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커피보다는 술을 좋아했고

책보다는 돈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당신들처럼 되고 싶어서

흔들리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귀여운 것은

약한 사람이라서 그런데

약한 어른은 귀여워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 나와

따뜻한 봄볕을 쬐다 보면

내 속엔 아직

소년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미상불. 센척하지만 누구보다도 빠르게 굴복한다. 나는 그저 친구들처럼 되고 싶을 뿐인데 세상은 나를 어쭙잖게 바라볼 뿐이다. 돈과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세지고 싶은데 그 짓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약한 어른인 나는 그저 봄볕 속 한 사람 소년일 뿐이다.

하상만

시집 <간장>, <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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