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칼럼]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교육이 답이다

이창기 교수 승인 2023.10.12 15:03 의견 0

이창기 교수(한국장애인멘토링협회 중앙총재)

아마 여러분도 보이스피싱을 한두 번, 아니 수십 번은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천만 다행이다. 피해를 입은 노인들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들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돈도 돈이지만 자존감이 무너져 내린 것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도 얼마 전 모르는 전화번호가 와서 무심코 전화를 받았더니 부천경찰서 모 형사란다. 다짜고짜 이창기 씨가 맞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최근에 부천을 다녀간 적이 있냐는 것이다.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이라고 여긴 필자는 ‘50년 내에 부천을 다년 간 적이 없다.’고 했더니 내 통장에서 1억을 누가 인출해 갔다는 것이다. 내 통장에 1억이 있지도 않지만 보이스피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형사님! 내가 보이스피싱 예방강사요.’하고 끊었더니 그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와서 받지 않았다. 이때 더 좋은 방법은 계속 웃는 거란다. ‘하하하―’, 그러면 상대가 ‘왜 웃어요?’ 하고 짜증 난 어투로 묻는단다. 그러면 ‘나 어제도 이런 전화 받았어. 하하하―.’ 이쯤 되면 상대가 지쳐서 전화를 끊는다는 게 보이스피싱 전문 강사의 조언이다. 그렇지 않고 상대를 혼내거나 욕을 하면 그는 내 전화번호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가끔 보복을 한다는 것이다. 한 사례로 모 공공기관의 공무원이 ‘나 모모기관의 과장이야!’하고 신분을 밝힌 뒤 혼내주고 끊었더니 다음 날 자기 앞으로 50인분의 피자가 배달되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보이스피싱의 범죄형태가 다양하고 범죄수법이 날로 지능화되어 가는 상항에서 우리는 매일 보이스피싱에 노출되어 있다. WEB발신으로 비싼 대출이자를 싼 대출이자로 전환해준다는 금융기관을 사칭한 문자 받아 보지 않은 분이 거의 없을 것이다. 솔직히 비싼 대출이자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혹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한 대금이 결제가 이루어졌는데 확인하라는 문자를 받고 클릭하면 피해를 입는다. 지인을 사칭한 사례가 더 많단다. ‘아빠 나 핸드폰 액정이 깨져 수리비가 필요하니 이 번호로 전화 줘.’, ‘아무개 아빠! 엄마! 아무개가 다쳐서 병원에 가야 하니 입원보증금을 이 계좌로 입금해주세요.’라고 하면 정신줄을 놓아버린 부모들이 입금하지 않고 배겨날까? 자식이 내 목숨 보다 소중하다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인데 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국적으로 2019년에 6,720억 원을 정점으로 2023년에 1,451억 원으로 감소했으나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활동위축에 따른 것으로 언제 범죄가 증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범죄유형별로는 가족이나 지인, 또는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비율이 78.6%로 가장 높고 대출빙자형이 21.4%이다. 특히 충청권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한 상황인데 아무래도 순박한 충청인들의 속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상대적으로 시골이 많은 충북의 피해액이 큰 편인데 대전도 2019년에 252억 원에서 2023년에 126억 원으로 감소했으나 감소율이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어 예방교육만이 피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물론 피해대상은 대부분 노인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제법 똑똑하다는 젊은 층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젊은 층들이 피해를 많이 입는 이유는 아직 험난한 사회생활의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보이스피싱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상존해 있고 그 수법은 날로 지능화되어가니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정부의 적극적이고 반복적인 교육과 홍보가 매우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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