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잡초와 선생님

군사부일체 소고

홍경석 편집위원 승인 2023.10.13 14:12 의견 0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 텐데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2009년에 발표하자마자 단숨에 히트곡으로 부상한 나훈아의 <잡초> 가사이다. 잡초(雜草)는 사람이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다. 그러나 워낙 생명력이 강해서 농작물 따위의 다른 식물이 자라는 데 해가 된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안타까움의 절정으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 선생님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등 심각한 교권 침해를 당했음에도 학교 등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건 1960년대 후반이다. 그때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은 여교사 채○숙 선생님이셨다. 지금도 존함을 기억하는 까닭은 친엄마 이상으로 다정다감한 ‘진짜 선생님’이셨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엄마가 부재하였기에 늘 그렇게 모정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한 부모 가정의 불우한 아이(학생)였지만 공부 하나만큼은 그야말로 똑소리 나게 잘한다는 이유로 나는 그 선생님으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그 선생님은 여전히 존경과 그리움의 커다란 보름달과 같다. 이러구러 세월은 여류하여 선생님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변한 현상과 팩트는 선생님은 학생들의 지식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생님은 교실에서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들을 지식의 세계로 안내하며, 동시에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를 가르치는 리더 역할을 하는 미래 동량의 양성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취재를 갔다가 모 초등학교 정문 앞에 조화가 즐비하게 도열 돼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 따지고 보면 나는 사실 잡초처럼 살아온 가시밭길 점철의 인생이었다.

그렇지만 과거에 실천했던 대로 지금도 여전히 스승의 그림자는 두려워한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하여 ‘임금, 스승, 아버지는 동급이다.’라 하였으며, 제자거칠척 사영불가답(弟子去七尺 師影不可踏)이라 해서 ‘제자는 스승에게서 칠 척이나 떨어져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다시는 선생님의 극단적 선택이 없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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