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의 단상] ‘첫’의 중요함

당신만을 사랑海

홍경석 편집위원 승인 2023.11.08 16:09 의견 0

든 것에는 ‘첫’이 존재한다. 첫사랑, 첫 등교, 첫 출근 등. ‘첫’은 그 뒤에 오는 단어와 함께 우리에게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하지만, ‘첫’은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순간을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첫’을 함께한 사람, 장소, 물건 등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 나의 첫사랑은 며칠 전 결혼 42주년을 맞은 황○○ 여사이다. 그녀를 처음 만날 즈음에 나는 정신적 공황을 맞고 있었다.

삶에 무기력했고 딱히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그녀가 발군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첫눈에도 빙기옥골(氷肌玉骨)의 소문난 미녀였던 그녀는 마음씨까지 천사였다. 그녀는 엄마 없이 자라 성정이 꽤 삐뚤어져 있던 나의 마음가짐까지 차차 정상으로 치환시켜 주는 데도 아낌이 없었다.

엄마가 없이 자란 사람의 성정이 가리산지리산하다는 주장은 물론 다분히 주관적이고 고정관념과 편견일 수도 있다. 엄마 없이 자라는 아이는 엄마의 부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는 아이의 성격이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내성적이며 다소 독단적이기까지 했던 나의 옹고집은 그녀를 만나면서부터 시나브로 긍정과 안정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약속한 우리는 내가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작수성례(酌水成禮)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돈이 없었기에 돈이 별로 안 드는 충북 보은의 속리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싸구려 여관에서 1박을 한 뒤 이튿날 법주사에 들어갔다. 그리곤 부처님께 우리 부부의 백년해로(百年偕老)를 발원했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사돈 어르신께서 대전에 오셨다. 코로나19의 습격 전에는 매달 만나 흉금을 터놓곤 했는데 어언 3년 만에야 비로소 과거처럼 정상화의 모임을 가진 것이었다.

대전역까지 마중을 나가 영접한 뒤 소문난 횟집으로 모시고 갔다. 중간에 내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사돈 어르신께서 셈을 치르시길래 카운터로 달려갔으나 이미 늦었다.

“사돈의 결혼 42주년과 여섯 번째 저서의 출간을 축하해 드리려고 온 건데 당연히 제가 계산해야지요!” 다시 마주 앉은 사돈 어르신과 나는 서로 사위(내 아들)와 며느리(사돈 어르신의 딸) 자랑에 침이 튀었다.

듬직한 사위와 알토란 며느리는 사돈지간의 자랑이자 우뚝한 자부심이다. 그 배후(?)엔 물론 첫사랑의 아름다움이 여전한 아내 황○○ 여사가 있었다. 건강이 안 좋은 황○○ 여사님~ “앞으로도 나는 첫사랑의 기조 그대로 당신만을 사랑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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