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칼럼]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이창기 총재 승인 2023.11.09 15:11 의견 0

요즘 젊은 세대가 약어를 너무 많이 사용해 나이든 사람들은 그 의미를 찾기에 바쁘다. 한번은 누군가 ‘걸살누죽’이라는 말을 아냐고 묻기에 잘 모르겠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말뜻은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의 약어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딱 맞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걸을 수 없다면 나에게 참인생은 없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면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그야말로 걸을 수 있는 지금이 내 인생의 봄날인 것이다. 일찍이 의사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걷기는 보약’이라고 설파했다. 걷기는 간편한 운동으로 뼈에 미세한 자극을 주어 골밀도를 높이고 관절을 유연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심장병, 고혈압, 비만예방 및 성기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손쉬운 운동이 걷기가 아닌가 싶다. 특별히 준비할 도구도 필요 없고 시간을 정하거나 동반자를 찾지 않아도 된다. 아무 때나 혼자서 걸으면 되고 돈도 들지 않는다. 물론 운동효과를 따지면 달리기가 걷기보다 낫다. 그러나 걷기는 달리기에 비해 근골격계 손상위험이 낮아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그러나 무작정 걷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걸어야 운동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걷기는 빨리 걷되 보폭은 좁게 유지하는 게 좋다. 연구에 따르면 빠르게 걷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사망위험이 24% 감소했고 보통속도로 걷는 사람은 사망위험이 20% 감소했다는 비교결과가 나와 있다. 걷기자세도 중요하다. 시선은 10-15도 상방을 지향하고 허리는 곧게 펴야 한다. 또한 양발은 11자 형태를 유지하면서 뒤꿈치,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디뎌야 한다. 땅을 바라보고 걸으면 거북목증후군이나 목디스크의 위험이 증가한다. 걸을 때 배를 내밀고 걸으면 상체의 무게가 허리와 하체에 그대로 가해져 부담을 준다. 약간 배를 당긴다는 느낌으로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하게 걸으면 남들 보기에도 좋고 자신의 건강에도 좋다. 시간적으로는 언제가 좋을까? 하루 중 걷기운동을 하기 좋은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라고 한다. 이때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운동효과가 배가된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걷는 게 별로 좋지 않은 이유는 신체가 아직 이완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새벽공기가 낮은 기압으로 대기오염상태가 나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학자들의 지적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햇볕이 쨍쨍한 오후에 대기오염상태가 좀 더 낫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직장이라든지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벽이나 아침에 걸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걸으면 대기오염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안전하다면 밤에 걷는 것도 수면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일주일에 몇 번 정도를 얼마나 걸어야 운동효과가 있을까?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걷고 시간은 30분 이상을 걸으라고 추천한다. 걷기단체에서 추진하는 운동 중에 일명 ‘1530캠페인’이 바로 그런 의미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매일 1시간 이상 걸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전에 걷기 마니아가 몇 분 계시는데 그 분들은 하루에 2만 보에서 3만 보를 걷는다고 한다. 하루에 12km에서 18km를 걸으려면 서너 시간을 걸어야 할 텐데 그 분들은 무조건 대중교통이용에 시간만 나면 걸어서 목적지에 간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 분들 말을 빌리면 승용차를 버리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니 그동안 지나쳤던 도시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보물들을 재발견할 수 있어 재미있단다. 가끔은 승용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이나 걷기를 통해 내가 사는 도시의 진면목을 마주 할 기회를 가져 보는 것도 멋진 인생살이가 아닐까 싶다. 대전은 걷기에 너무 좋은 도시다. 3대하천은 물론 수목원, 둘레산길, 계족산 황토길, 대청호오백리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걷기 좋은 길들이 많이 있다. 여행기자들이 꼽은 다시 가고 싶은 길에 계족산 황톳길이 1순위였다. 대전 사람들은 게으름 때문에 외지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길들을 지척에 두고도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2012년에 조성된 대청호오백리길도 대전의 명품길일 뿐 아니라 전국에 걷기 좋은 길로 소문 나 있다. 금년에 11번째를 맞는 대청호오백리길 걷기대회는 대전시민은 물론 전국의 걷기동호인들이 찾아와 꿈돌이와 함께 걷기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아름다운 가을의 끝자락에서 걸어야 산다는 일념으로 여유를 느끼며 가족과 함께 걷기의 매력에 푹 빠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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