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용 칼럼] 힘든 일 역사에 묻고 새해 맞자

한평용 회장 승인 2023.12.07 15:56 의견 0

한 해가 저문다. 계묘년 올해도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고 해야 하나. 이제 계묘년도 얼마 있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나이를 한 살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한 해를 보내며 신나고 즐거운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하루에도 수백 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 금방 끝나지 않을 듯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론에서도 잊혀가고 있으나 수많은 군인, 시민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왜 휴전도 없이 끝까지 전쟁을 해야 하는지 이유마저 아리송하다.

북한 김정은은 정찰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 평택기지 등 미 군사시설을 거울 같이 보게 됐다고 기뻐하고 있다. 주민들은 밥을 굶고 고난의 겨울을 보내는데 김은 병정놀이에 해가 지는 줄 모른다.

정치는 여야가 모두 내년 총선에 매달리고 있으나 국민의 마음은 정치에서 멀어져 있다. 여당측은 당을 혁신해야 내년 총선에 승리할 수 있다고 인요한 교수를 혁신위로 모셔왔지만 기득권에 안주해온 4~5선 정치인들은 물러날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다선 원로들은 대통령 눈치 보느라 입을 꾹 다물고 ‘어디 한번 해 봐라.’ 태세 같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야당도 진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일전을 벌이고 있는 형상이며 언젠가는 탈당, 신당 등 합종연횡을 예고하고 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올인하는 탓에 국회가 민생을 챙길 여유가 없다. 여야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네 탓 공방으로 12월을 맞는다.

신문에는 야당이 자당에 유리하게 예산을 통과시켰다고 여당이 거품을 물고 있다. 참으로 이런 국회가 있나 답답할 지경이다.

교수협의회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2021년 사자성어가 단연 압권이었다. ‘묘서동처(猫鼠同處)’라고 했다. 고양이와 쥐가 같이 산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것’을 비유한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이들을 감시해야 할 감시자들도 한통속이 돼 뒤로 이익을 챙긴다는 뜻이다. 이러니 국민이 정치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정치를 멀리하는 것이다.

올해 필자는 상대방을 존중해 주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정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정치, 정치인들이 국민 입장에서 바라보는 자세가 돼야 대한민국의 정치가 발전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 충남 아산시에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예장(禮葬) 시연 행사가 있었다. 예장 행렬이 409년 만에 재연된 것이다. ‘사즉생 생즉사’. 장군은 픙전등화에 놓인 조선을 구한 성웅이다. 12척의 배로 일본 전선 3백 척을 수장시켰다.

끝내 임무를 다하고 왜군을 하나라도 더 없애려고 독전하다 흉탄에 쓰러졌지 않은가. 장군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부산 엑스포 유치가 사우디 오일머니에 밀려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재계는 엑스포 유치 불발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민관이 협력해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발굴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산업 전반을 알리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얻은 것도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민족은 위기에서도 강하며 화를 복으로 바꾸는 지혜가 있지 않은가.

이제 힘든 일은 계묘년 역사 속에 묻고 새 각오로 용의 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