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칼럼] 민주주의의 위기, 그 해법은?

이창기 교수 승인 2023.12.08 15:34 의견 0

정치체제 중에서 민주주의는 인류가 가장 선호하는 정치 체제임에 틀림없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체제가 사랑을 받는 건 너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만능은 아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만큼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변질되어 경제적 양극화를 가져오기도 하고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의 결탁으로 부의 분배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민주주의에 반하는 정치체제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 또는 전체주의체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나라들도 있다. 주로 공산주의 국가들이 전체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반대되는 경제체제가 공산주의인데 공산주의는 집단주의 사상에 바탕을 둔다. 집단주의 사상 속에서 개인의 가치는 집단의 가치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산주의는 평등의 가치를 지향하면서 개인은 모두를 위해, 그리고 모두는 개인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그 과도기로 공산독재가 허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산주의 국가들이 전체주의체제를 유지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20세기에 민주자본주의와 공산전체주의 사이의 경쟁에서 민주자본주의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평가한다. 그렇다고 민주자본주의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지나친 경쟁 속에서 패배의식을 만연시키고 지나친 효율추구로 인해 형평성을 상실하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자본주의와 결합된 민주주의는 정치에 있어서 재력과 권력의 유착으로 경제력이 없는 서민들의 이익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은 표를 갖고 있는 서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입으로는 서민을 위한다고 떠들면서 서민의 이익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 만연해 있다. 소위 네오막시스트들의 국가론에서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가 지속되는 이유는 서민들에게도 복지를 베푸는 정당화의 기능 때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민정책은 껍데기뿐이다. 그런데도 서민들은 자신의 이익과 배치되는 정부를 선택하는 데서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부자들을 위한 정당에 서민들이 표를 던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부자들이 잘나가야 서민의 삶도 편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민주주의의 종주국인 미국도 트럼프의 등장으로 나라의 근본은 물론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위상마저도 흔들렸던가 하면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국민들의 극단적 선택에 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두려움과 기회주의, 그리고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고 진단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점진적으로 무너지는 징후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야당과 언론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으며 각종 국가 권력 기관을 장악하는가 하면 각종 민주적 규범을 행정명령 등으로 회피하는 것 등이다. 민주주의제도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다. 3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지 못하면 법의 지배원리도, 언론의 견제기능도 무디어지고 민주주의는 허망하게 무너진다. 이럴 때 민주주의는 국민을 가난과 불행으로 끌고 가는 급행열차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제도 못지않게 구성원들이 양보적 이기심을 발휘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모두가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면 만인은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몫을 조금씩 내어놓는 것이다. 그럴 때 협력이 가능하고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협동의 미학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견제는 불편하고 양보적 이기심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견제가 무너지면 권력이 남용되게 마련이고 양보적 이기심이 작동되지 못하면 탐욕이 가득한 사회적 혼란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하고 구성원들이 양보적 이기심을 발휘하여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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