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칼럼] 2023년을 보내며

김종진 작가 승인 2023.12.11 16:16 의견 0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

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

이 나이 먹도록 사람을 잘 모르나 보다

사람은 보여도 마음은 보이지 않아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나는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라고 말을 할 사람이 있는가, 또는 누군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있는가 생각해 보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고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이 나이 되어서 당신을 만나서 지겹소.’ 또는 ‘고통스럽소.’라고 할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가.

고맙소는 2017년에 발표된 노래로 작곡가는 알고 보니 혼수상태와 김지환이고 작사가는 알고 보니 혼수상태와 사마천이다.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잘 표현한 곡으로 조항조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멜로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본문에 가사를 적은 이유는 2023년의 마무리를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하려고 애썼던 말이 고맙다는 말이었고, 2024년 새해에도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고맙소’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또는 노래를 하면서 배우자에 대한 고마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변에 고마운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참으로 고맙다. 나의 꿈을 이루게 해 준 스승이다. ‘종진이는 글을 잘 쓰고 책을 참 잘 읽는구나, 작가나 아나운서가 되면 좋겠어.’ 하시며 책 읽기도 많이 시키시고 글쓰기 대회도 나가게 해주셨다. 그 말씀의 힘으로 나는 동화작가가 되고 사회를 보는 사람이 되었고 시낭송가가 되었다. 또한 크리스마스 전에 다 쓰러져가는 조손 가정에 선물 보따리를 아무도 몰래 갖다 놓으라는 심부름을 하면서 나도 선생님 같은 천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는데, 지금 장학금을 주는 사람이 되었고, 2030년 10월 10일에는 좀 더 크게 장학금을 줄 계획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선생님을 찾으려고 했지만 일본으로 가셨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가수 김호중은 자신을 잘 성장시킨 선생님을 고맙다고 했다. 어떤 이는 자기를 키워준 부모님께 고맙다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노래의 가사처럼 배우자에게 고맙다고 할 것이다. 김호중이 이 노래를 부를 때 노랫말이 어찌나 가슴 속을 파고들던지 지금도 생생하다. 내게 어떤 사람이 고마운지를 생각하게 하고 나 자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를 생각하게 하였다.

한해의 끝자락 12월, 평상시에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하는지 되돌아보자.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어떤 경우에도 고마워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꼭 고맙다는 답변을 들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고마움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이루어지는 생활이어야 한다. 고맙다는 말은 가슴 속에서 절로 우러나와야 한다. 상대를 위해 예의를 차리는 형태로 억지로 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작은 일 하나에도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은 표정이 다르고 인상이 다르고 인생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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