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청룡처럼 대전 수소트램도 비상할 수 있을까?

육심무 기자 승인 2024.01.05 15:31 의견 0

청룡의 해를 맞아 대전 시민들의 관심사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화제는 최첨단·친환경 수소 기술의 완전 무가선 방식으로, 단일 노선으로는 세계 최장 노선이 될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과연 순조롭게 착공식을 할 수 있을지이다.총연장 38.1km인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정거장 45개소, 차량기지 1개소를 포함한 순환선으로, 총사업비 1조 4,091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건설사업을, 올해 착공해 오는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해 기자 브리핑을 통해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의 급전 방식에 대해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수소트램으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소트램은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해 차량 내 수소탱크에 저장된 수소와 공기 중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 전력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트램으로, 외부 전기 공급설비(대규모 급전 및 변전시설) 설치가 필요치 않아 완전 무가선 방식으로 주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수소트램은 현재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제작돼 충북 오송 철도종합시험 선로에서 성능평가를 마쳤고, 울산 시험선에서 연비 등을 고려한 최적 주행패턴 검증 등을 위해 시험운행 중이며 내년부터 양산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 시점에서 참고가 될 울산시의 수소 트램 추진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지하철(도시철도)이 없는 울산시의 도시철도 1호선 건설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1997년 7월 광역시 승격 후 26년 만에 도시철도 사업을 추진할 근거를 마련했다.울산시가 계획 중인 도시철도 1호는 전국 최초 상용, 대중교통이라는 이름표가 붙는 친환경 수소 트램으로 대전시가 채택한 방안이다. 보통 트램은 도로에 레일을 설치해 주로 전기나 배터리를 에너지로 운행한다. 하지만 울산 트램은 수소를 열차 탱크에 담아 전기로 바꿔 움직이는 방식으로 공해·소음·진동이 거의 없다고 한다.울산시는 3297억 원을 들여 태화강역(울산 도심)~신복로터리(울산IC 인근) 총연장 10.99㎞ 구간에 트램(15개 정거장)을 설치할 계획인데, 2026년 착공해 2029년 준공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이 만드는 트램은 5량이며 총 길이는 35m(승객 245명)로, 한번 충전으로 200㎞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소 트램은 2500km를 실제 주행하는 실증사업이 울산에서 시행되는데, 울산에는 수소차 2700여 대가 운행 중이다.

울산시는 지역에 중화학공업 관련 업체가 몰려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에 연결하는 LPG 등 가스나 석유 이동을 위한 배관이 울산 지하에 촘촘히 깔려있어 지하 공사가 어렵다는 특색이 있다. 울산시는 대전시와 달리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소 배관이 도심에 잘 깔려 있고, 지역에 대규모 수소 생산공장이 가동 중이어서 손쉽게 동력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다.

대전시가 확정한 수소트램 급전방식은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전 구간 무가선 트램 도입’ 방침에 따라 국내외 트램 차량 제작사(15개 사)를 대상으로 한 사전 기술 검토 요청과 CEO 간담회, 전문가 자문, 기술제안 공모 및 심사를 통해 결정됐다.

그동안 대전 트램 급전방식은 민선 7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배터리 기반의 유·무가선 혼용방식(가선 10.5km)으로 결정된 바 있으나, 도심 내 가선 설치에 따른 도시경관 저해가 우려됐다. 이에 전 구간 무가선 트램 구현을 전제로 한 이번 기술제안 공모는 지난 7월 기술제안 제출안내 공고를 시작으로 약 2개월의 공모기간(7월 31일~10월 4일)을 거쳐 진행됐으며, 접수 마감 결과 국내 대표 철도차량 제작 3사로부터 수소트램, 정거장 급전방식의 LTO 배터리 트램과 하이브리드 트램 3가지 방식의 기술 제안을 받았다.

기술제안 설명회 당시 국내뿐 아니라 국외 제작사들도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최종 기술제안 접수 마감 결과 ① 기술제안이 최종 입찰 단계가 아닌 점 ② 국내 제작사와의 파트너십 구축의 어려움 ③ 제한된 예산 등의 이유로 해외 제작사들은 이번 기술제안에 참여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전시는 기술제안 접수 후 진행된 심사는 1차 기관평가, 2차 외부 전문가 평가 순으로 진행한 평가 결과 가장 비교 우위에 있는 수소트램이 ‘우선협상 기술’로 선정됐고, 이후 기술 제안자인 현대로템과 차량 가격, 수소 공급 방안 등에 대한 협상 과정을 거쳐 수소트램 도입을 최종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은 바이오 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시설 및 수소충전 시설에 대한 900억 원 규모의 민간투자 계획과 함께 수소트램 운행에 필요한 수소를 시중 공급가격의 절반 수준인 1kg당 4,344원에 30년 간 대전시에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수소 관련 인프라는 지방비 투입 없이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인데, 공공 기관의 투자에 비해 민간 기업의 투자는 경기 여건 등에 따른 변수가 많은 것이 약점이다.

수소트램 도입 결정에 따라, 대전시는 현대로템에서 제안된 수소트램의 차량 가격 및 제원을 기준으로 현재 진행 중인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차량 부문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작성 중이며, 최종 사업자 선정(트램차량 제작업체)은 향후 공개경쟁입찰로 진행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현대로템으로부터 제안된 수소트램은 철도전문가로 구성된 2차 외부 평가에서 운행 안전성, 노선 확장성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효율성 측면에서도 타 방식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수소 1회 충전으로 227km 주행 성능을 갖추고 있어 대전의 38.1km 장거리 순환 노선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무가선 운행이 가능하다고 내세운다.

특히 정거장마다 별도의 고압 충전 시설이 필요한 배터리 방식과 달리 안전사고 위험이 없고, 주행에 필요한 전기를 자체 생산함으로써 도로 침수, 결빙 등 외부 환경에 따른 운행 제약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궤도만 부설되면 운행이 가능해 장래 노선 확장이 필요한 경우 큰 비용 없이 유연하게 확장 가능한 점도 높게 평가됐단다.

대전시의 이번 수소트램 도입 결정은 트램 건설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타 도시(22개 도시 35개 노선, 총연장 456.33km 계획 중)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수소트램 선정이 철도분야 세계 수소시장 개척에도 향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돼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수소경제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장우 시장은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첨단 과학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해 온 과학수도 대전에서 미래 철도 기술인 수소트램의 국내 최초 도입은 편리한 대중교통 활성화 차원을 넘어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번 급전방식 결정으로 트램 건설 관련 모든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내년도 착공을 위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은 염홍철 시장 당시 고가 자기부상열차로 건설 방식과 차종을 선택했었다. 정부가 예산을 통제함에 따라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지하철로 건설하기 어려워지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고가도로 건설을 선택했고, 과학도시의 위상에 걸맞는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추진했다. 같은 시기에 도시철도 2호선을 추진하던 광주광역시는 당시 박광태 시장 등이 후손에게 불편을 주고, 역사에 죄인이 될 수는 없다며 오직 지하철로 2호선을 건설하겠다고 고집했다.

결국 정치력의 차이로 광주는 예산이 많이 들지만 1호선과의 연계 운영도 당연히 쉽고, 주민들의 이용도 편리한 지하철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관철시켰다. 일부 지상 구간을 활용하는 등으로 인해 100% 지하철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안 하면 안 했지 주민들이 불편한 도시철도 건설은 하지 않겠다는 자치단체장의 뚝심과 시민들의 지지에 지역 정치인들이 합세해 원하는 바를 달성한 셈이다. 반면에 대전시의 경우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모두 정부의 방침에 너무 쉽게 순응했고, 시민들도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 지금처럼 도시철도 2호선이 착공조차 못 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전시의 조사단이 시드니와 프라하 등 고가철도와 트램이 운영 중인 도시를 견학하고 와서 고가 자기부상열차의 타당성을 염 시장 퇴임 회견에서까지 강조했었다. 하지만 염 전 시장이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같은 당 소속 권선택 시장이 당선됐지만,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는 일치하지 않았고, 권 시장은 선거 운동 기간부터 고가철도에 대해 노약자 등 교통약자의 이용에 불편이 크다며 노면 전철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권 시장은 고가 철도를 노면 트램으로 바꾸고 이에 필요한 입법과 예산 승인 등을 받았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함에 따라 허태정 시장으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과제가 주어졌고,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한 채 민선 8기로 넘어왔다.

민선 7기에서 발표했던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비 7000여억 원은 민선 8기 들어 거의 두 배인 1조 4000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허 전 시장이 대시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올해 착공을 공언한 대전도시철도 2호선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대전시와 관계 당국의 노력은 물론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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