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 칼럼] 서대전 공원과 세이 백화점 폐점 공간 재창조 방안

강대훈 대표 승인 2024.01.09 15:29 의견 0

적극 행정이 필요한 도시 공간 창조

​대전 유일의 향토 백화점인 ‘백화점 세이’가 매각되었다. 1996년 개점 후 IMF 외환위기도 넘겼던 세이는 유성구 도룡동에 개점한 신세계사이언스콤플렉스와 현대아울렛 등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과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매출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이로써 원도심인 중구에 유일하게 남았던 백화점인 세이 폐점은 중구 경제와 인근 상권에 직격탄이 되었다. 인근 오류동 상권은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합쳐 1일 8,000명 정도로 추산한다. 폐점이 장기화하면 상권의 매출 하락은 물론, 인근의 상가 공실, 인근 아파트값에도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백화점 세이를 매입한 투게더투자운용은 세이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48층 주상복합건물을 신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면적 62.13㎢에 107,418세대, 233,067명(2021년 기준)이 사는 대전 중구에 이렇다 할 백화점이 없는 도시가 되고 만다.

백화점은 인근 아파트와 지가에 영향, 백화점과 아웃렛은 지역의 민간 SOC

​현대 도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백화점, 아울렛, 쇼핑몰 같은 상업 시설이다. 그만큼 시민의 애정도 관심도 높다. 도심에서 백화점이 갖는 기능은 다양하다. 백화점은 쇼핑 뿐이 아니라 시민의 만남과 영화, 전시, 서점등 문화 공간으로써 공공적 역할을 한다.

둔산 갤러리아 타임월드 백화점은 둔산 상권의 중심이다. 서점 대교와 롯데 시네마가 들어왔고 패션 브랜드 H&M, 유니클로가 둥지를 틀었다. 주말이면 논산, 청양, 예산의 젊은이들이 둔산에 온다. 이들 브랜드들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총선에서도 하지 못하는 상시 집객을 한다. 사람을 모으는 집객으로 쇼핑, 식당, 주점, 숙박 등 도심 상권이 산다.

사창가에서 경제 혁신 지구로, 백화점이 구한 영등포 역세권

백화점이 있어야 지역 상권도 산다. 서울의 변두리였던 영등포 역세권은 사창가, 철강 대리점, 공장이 뒤섞인 난개발의 대표 지역이었다. 그러나 애경 백화점이 영등포 시장권 그 아수라장 속으로 들어오고, 뒤를 이어 신세계 백화점, 롯데 백화점이 입점함으로써 사창가는 없어지고 슬럼화된 지역이 살아나 대한민국 벤처 일번지 구로디지털단지의 모태 도시가 되었다.

대전 서구 용문, 괴정동 롯데백화점 인근의 상업지역은 백화점 하나가 상권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견본이다. 지구 개발에 주의해야 할 관점은 백화점의 구조 형태는 인근 상권, 상인 업종과 관계있다. 그래서 상호 상생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상 민간 상업 시설을 유치해야

(필자의 페이스북에 달린 페친의 댓글)​

(일부 생략) 대전은 그리고 항상 공공기관유치에만 힘쓰고 사기업유치에 큰 흐름을 놓칩니다. 하이닉스 유치 실패도 그렇고 여튼 중구에 살아본 입장으로서 일단 서대전역 SRT 유치랑 고속철 유치가 상권의 성패가 달린 일 같습니다. 공공기업 공무원만 유치하는 세종·대전 일부한테만 좋은 동네 노잼도시로 가는 길 아닐까 싶네요​.

제 친구들도 초중고 친구들이 대전에서 할 수 있는 게 공무원이랑 자영업 두 개 외에 크게 선택지가 없습니다. 크게 봐서 좀 중요한 것들은 실행해야 하는데 매번 무슨 환경오염된다 하면서 사기업유치도 안 하려고 하고 실행할 건 해야 하는데 양반이야 예전이나 양반이지 의견만 많고 항상 중요한 건 제대로 안 되는 게 아쉽습니다. 너무 직설적이라 죄송하지만 매번 답답합니다. 공무원이나 공조직이 인센티브 제도로 가야 하는지 거의 세금만 걷어다가 그런 데에만 쓰고 정작 글쎄 시민들한테는 머가 이익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공직자들이 사업하는 사람들보다 재산 공개해보면 더 많은 나라, 이게 정상인가 의문입니다.

국민의 세금, 국가 예산은 적게 들지만 효과가 큰 지역 개발은 민간 자본이 주체가 되어 하는 상업 지구 개발이다.

​나고야 오아시스21, 지역 재개발과 공원 개발의 모형

​나고야 오아시스21 옥상은 하늘 산책로, 지상은 잔디가 깔린 휴식 공간, 지하는 쇼핑몰, 반지하에는 버스정류장으로 구성한 물과 빛을 소재로 만든 입체형 복합 쇼핑몰이다.

오아시스21은 옥상층의 물의 우주선, 지상층의 녹색의 대지, 1층의 버스터미널, 지하층의 은하 광장, 점포로 구성되어 있다. 오아시스21의 심볼인 물의 우주선은 일본을 대표하는 경관이며 녹색의 대지는 도심부의 귀중한 휴식 공간이다. 오아시스21은 많은 버스가 운행하는 버스터미널뿐만 아니라 지하철 사카에역·메이테츠 사카에마치역과도 직결되어 있어, 나고야 교통의 거점이라 할 수 있다. 연결 통로나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로 주변 시설 및 지상·지하로도 이동이 편리하다. (출처: Oasis21)

나고야 오아시스21(이미지 출처: nagoya-info.jp)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다목적 공간

​오아시스21에서는 주말마다 다채로운 이벤트가 개최된다. 광장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게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지하철 사카에역, 아이치 예술 문화센터, Central Park 등과도 직결되어 있고, 관광 안내소와 나고야의 매력적인 정보를 발신하는 대형 디지털 전광판도 설치되어 있다. 사카에 지역을 돌아보기 위한 거점으로서도 편리하다.(출처: Oasis21)

서대전공원과 연계할 수 있는 개발 모형, 오아시스21(이미지출처: space-design.jp/en/oasis21)

(이미지출처: 오아시스21, chillchill-trip.com/oasis-21)

전략없는 도심 고층화, 교통과 공공 경관권에 대한 우려

(주)투게더대전문화피에프브이 측이 세이 백화점 폐점 지역에 계획하는 지상 48층, 아파트 4개동 507세대, 극장 5관,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교통과 공공 경관권에 대한 우려가 높다. 최근 대전에 단조롭고 층고 높은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 공공의 자산인 경관권을 침해한다는 걱정들이 많이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없다.

속초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뒤 한 해 1,700만 명의 관광객이 밀려들었다. 이 수요를 맞추어 43층, 135m 높이의 주상복합이 들어서자, 시내에서 더는 설악산을 볼 수 있는 틈새가 사라졌다. 이렇게 되면 도심에 그늘이 생기고, 겨울에는 시베리아같은 칼바람이 부는 동토가 된다. 그늘이 기는 곳에 상권은 죽고, 도심 모텔도, 게스트하우스도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런 맘모스건물은 앵커 시설이 아니라 오히려 지구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

대전 가양동, 선화동, 문화동(세이 백화점 폐점 부지, 예정), 도마동 일원에 올라가는 주상 복합은 48층 내외의 고층 주상 복합들이다. 속초가 당한 문제가 대전시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토지는 사유재이더라도, 지상의 경관, 주요한 산과 하천의 차경, 교통, 디자인은 공공의 영역이다. 이러한 고층은 한번 세워놓으면 100년을 간다. 따라서 적극행정을 하고, 경관, 교통, 건축(디자인 포함) 심의를 튼튼히 해야 한다. 개발사는 팔고 가면 되지만, 주민은 이 지역에 살아야 한다. 지구 단위의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는 도시 개발의 철학과 도시 디자인의 기준, 도시 개발의 내용과 전략을 명확히 해 놓아야 한다.

민간지구 개발에 돋보이는 서울시의 적극 행정

서울 성동구 삼표 레미콘공장 부지(이하 삼표 부지)에 최고 56층 높이의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2023년 12월 17일 ‘삼표 부지 및 성수 일대 첨단산업 분야 글로벌 미래업무지구 조성을 위한 국제 설계공모’ 결과, 미국 SOM이 제안한 ‘서울숲의 심장’이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SOM의 설계안에 따르면, 성수동1가 683번지 대상지(2만 2,770㎡)에 총 3개 동의 업무·상업·문화·숙박·주거 등 다기능 복합 용도 건물을 짓는다. 해당 건물 용적률은 800% 이하로, 삼표 측은 최고 높이 56층 내외의 초고층 건축물을 검토 중이다. 저·고층부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열린공간으로 제공하고, 100년을 내다보는 친환경 건축물로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출처: 한국경제 12월 29일)

SOM이 설계한 삼표레미콘공장 용지 일대 미래업무지구 조감도 (제공: 서울시)

서울시는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를 글로벌 업무지구로 조성하기 위한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다. 삼표레미콘 부지는 서울시의 ‘건축혁신형 사전협상’ 사례이다. 서울시는 제도에 대한 유연한 해석과 지구의 다기능 용도 복합화, 국제설계공모 등을 통한 혁신적인 지구 개발 방식을 도입했다. 인근 서울숲·수변 공간과 주변 연계성을 위한 저층부,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최상층, 서울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 가이드라인 등을 건축계획에 제시했다. SOM(Skidmore, Owings&Merrill)은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건축설계 및 엔지니어링 회사로 부르즈 할리파(두바이), 텐진 CFT 파이낸스센터(중국), 35 Hudson Yards(미국) 등을, 한국에서는 63빌딩과 해운대 LCT를 설계했다.

지역 자원의 가지는 연결에서 생긴다. 대전시 중구 문화동을 강남 압구정으로 만들자

​대전시는 도심재생사업으로 대전 중심부를 활성화하고 있다. 대전 원도심과 중심부의 문화재 보존과 활용, 상권 활성화, 주거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대전역세권과 보문산 개발, 충남대병원이라는 앵커 시설과 연계하는 통합적 시각, 융합의 기술, 종합 계획을 가져야 한다. ​

중구도 오아시스21 같은 방식을 참고하여, 서대전 공원 활용과 주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주거가 들어간 상업복합 공간으로 개발한다면 사업성은 충분하다. 세이 폐점 공간에 주상 복합으로 주변 경관을 가리는 방식이 아닌, 공공의 이해를 투영한 상업성 높은 랜드마크로 재창조할 수 있다.

현대 도시에 앵커 시설은 상업 복합 시설

서울 강남의 현대 백화점은 국내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 구성된 쇼핑 공간이다. 멀버리, 드리스 반 노튼, 클로에 등 고급 인기 브랜드로 구성된 상품과 로열 부티크, 문화 센터 등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가 모여있어 의·식·주·문화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있어 강남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것을 인근 아파트값과 지가에 절대적 영향을 준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곳도 없다!

세이백화점 인근 지도, 대전시와 중구는 이 지역을 경관 특별 지구로 지정하여 적극 행정을 해야 한다. 보행 거리 인근 15분 안에 보문산과 연결되는 도심 앵커 시설인 충남대병원, 서대전공원, 서대전역이 다 들어와 있다.

세이 폐점지역과 서대전 시민공원, 서대전역까지 연계하는 통개발하여 타임스퀘어로 만들자​

뉴욕의 타임스퀘어는 도심에 있는 교차로 광장으로 가장 뉴욕 다운 곳이다. 화려한 광고 전광판이 사방에 있고 집채보다 큰 전광판에서 폭죽을 터트리듯 한 이미지가 쏟아진다. 글로벌 기업들은 여기에 광고를 걸며 사람들은 몰리는 인파에 각성이 된다. 다정한 연인들, 광장 계단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서로가 구경하려고 몰리는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에너지를 받고 즐거워한다. 이 타임스퀘어라는 공간이 브로드웨이에 이어져 문화산업이 탄생한다. 관객 없는 공연이 어디 있겠는가? 타임스스퀘어를 만든 주체는 지역 상인들이다. 이들은 치안과 안전, 환대(Hospitality)와 위생을 비롯해 전반적인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상업지구개선(Business Improvement District·BID)사업을 시작했다.

​쇼핑 벨트와 문화 시장은 한 벨트이다. 뉴욕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 도시에 타임스퀘어가 있다. 홍콩에서도 타임스퀘어는 청춘 남녀의 약속 장소이며 쇼핑의 핫 플레이스이다. 그런데 둔산 타임월드 주변을 아무리 돌아보아도 타임스퀘어를 만들 부지를 찾지 못했다.

창의적 도시개발을 위한 전제

전체의 일관된 개념을 잡는다
지구와 지구, 앵커 시설과 상권, 주거지역, 생태 자연을 연결
상권과 문화 창조의 융합

일본 사례를 참고한 이유​에는 인구와 도시 공간의 밀도가 한국과 유사하다. 높은 지가와 개발비용, 주민의 이해와 민원을 해결하는 법제적 절차에 공동점이 있다. 또한 도시 노후와에 따른 도시 재생과 개발은 일본에서도 뜨거운 이슈이기 때문이다. 제3섹터 개발 방식을 눈여겨 보자. 일본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국가와 지방정부, 민간기업 등의 다양한 주체간의 연계를 통해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합자방식으로 지구 단위 개발을 하고 있는 사례를 연구해보자.

필자 메모, 도심 공원 보문산을 중심으로 중구의 앵커 지역을 연결하는 그린웨이

서대전시민공원은 전체 면적 3만 1,513㎡ 으로 서대전네거리 서대전광장에 있다. 1975년 도시계획상 미관광장으로 지정되었고, 93년 대전 엑스포에 대비해 도심 휴식공간으로 공원화했다. 시민의 산책과 다양한 공연, 축제, 행사가 연중 열리고 있다. 세이백화점은 대지 면적 3,890㎡(약 1170평)으로 서대전역과 지하로 상가로 연결하는 통개발을 한다면, 대전의 타임월드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낼수 있다. 이렇게 하면 상업복합 시설을 통한 관광, 문화, 쇼핑의 도시형 플렛포홈으로 서대전공원 일대를 재구성할 수 있다.

지역 개발에 경제적 이해가 지속 가능성의 기초

​지속가능한 민·관 개발은 지역 경제 활성화, 상권 발전, 투자자의 이해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 개발에 공조직이 중심이 되는 것이 이나라, 개발사가 마스터 플랜을 내고, 환지개발 또는 지자체와 공동출자 방식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민간이 투자를 하는 상업적 이해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롯본기 개발, 오모테산도 지구 개발등이 사례이다. 공공과 시민이 기준을 만들고, 투자가들이 들어갈 틈도 열어야 공공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을 지구 개발이 가능하다.

개발사 측에 합당한 권리를 주되, 중구와 대전도시공사가 제3섹터 합자 방식으로 법인을 출범시키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세계 일류 도시들이 도시 디자인 혁신에 나서고 있다. 세이 페점 공간을 서대전 공원, 서대전 역세권, 보문산 개발, 충남대 병원과 연계하여 공공형 상업시설로 재창조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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