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요소수 대란과 과즉불탄개

에너지 대란 극복에 여야 손잡아야

홍경석 편집위원 승인 2024.01.10 13:50 의견 0

동네에 유독 주유소가 많다. 지척의 경부고속도로 대전 IC로 나가는 차량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주유소 이용 고객 중 트럭 등 경유 차 운전자의 화두는 단연 요소수다.

요소수(尿素水)는 요소(尿素)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물이다. 차량에 연료와 별도로 주입하는 촉매제로, 경유 차에서 나오는 유해한 질소 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여 매연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요소는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로 제조하는데 경유 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외에도 농업용 비료, 석탄발전소 탄소 저감장치 등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요소의 부족은 차량 운행은 물론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억하겠지만 지난 2021년 10월에도 중국이 요소 수출을 규제하자 당시 수입량 97%를 중국에 의존한 국내에서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해 큰 혼란이 벌어졌다.

정부는 이후 요소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을 66.5%까지 떨어뜨렸지만 올해 들어 다시 90%대로 돌아섰다. 한 마디로 당시의 위급 상황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소수 생산과 유통업체들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에서 요소를 수입해 오는 게 가격의 인상을 막는 방법이었다고 강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건 ‘경우의 수(境遇의 數)’를 상정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앞으로도 요소수를 가지고 우리나라 수출을 막는다면 가격은 더욱 천정부지로 오를 것은 자명한 이치다. 작금 이러한 소위 ‘요소수 대란’을 보자면 과즉불탄개(過則不憚改)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이는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으로, 논어의 학이편에 나온 공자의 일갈(一喝)이다. 공자는 이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이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빠르게 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내린 것은 2019년 7월이다.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파동’이었다.

그러자 그때 여당은 ‘죽창가’까지 내세우며 국민적 반일 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야당이 된 뒤에도 여전한 건 반중은 아예 묵과한다는 것이다. 당시, 중국의 동북공정 즉, 우리의 문화강탈 정책에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던 것이 바로 그 방증이다.

요소수 대란의 극복에도 여야가 갈리는 것은 국익에도 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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