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백의 복지이야기] 우리할머니 신혼여행지 유성호텔, 10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유성호텔은 철거된 뒤 호텔과 주거, 상업시설을 갖춘 20층 이상의 고층 호텔로 거듭날 것

조병무 편집위원 승인 2024.04.08 16:28 의견 0

1915년에 문을 연 대전의 대표호텔 유성호텔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3월 31일 오후 1시에 영업을 종료한다.

유성호텔은 인근 리베라와 아드리아 호텔이 문을 닫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영업을 이어온 대전의 대표 향토 호텔이다. 현재 190개의 객실과 연회장, 수영장, 유성에서 시민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온천탕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유성과 대전 서구 등을 찾은 전국 각지의 시민들은 물론, 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고 김종필 전 총리 등 거물 정치인들도 즐겨 찾았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대전 선수촌을 지정되는 등 국제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1994년 관광특구 지정으로 ‘유성온천 특수’도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유성호텔은 최근 몇 년 사이 온천 이용객이 감소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행정안전부의 ‘2022 전국 온천 현황’에 따르면 유성 온천지구 이용객은 2010년 252만 명에서 2020년 93만여 명으로 3분의 1 가까이 감소했다. 유성지역 호텔 객실 이용률도 2019년 66%에서 2021년 54.7%로 눈에 띄게 줄었다. 유성호텔은 이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성호텔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이듬해까지 누적 3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유성호텔 소유주 (주)유성관광개발은 버티다 못해 2022년 10월 말 호텔 자산을 담보로 수도권 신탁회사로부터 수백억 원을 빌렸고, 그해 말 호텔 소유권을 결국 해당 신탁회사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폐업 뒤 유성호텔은 헐리고, 해당 용지에 24층짜리 호텔 1동과 주상복합 건물 2동이 들어설 전망이다.

호텔 측은 영업 종료를 앞두고 이용객들을 위한 ‘추억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숙박 예약을 하면 100년 전 유성호텔의 모습이 담긴 플라스틱 목욕 바가지를 제공한다. 어린이 손님들에게는 유성호텔에서 지낸 추억을 간직하고, 체험학습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유성호텔 방문 기념학습지(슬기로운 호텔생활)’를 준다. 온천수 수영장, 대온천탕 등 호텔 주요 시설을 찾으면 학습지에 도장을 찍어준다. 학습지에는 유성온천의 유래와 역사, 호텔 이용 예절과 건축기행 등도 담았다. 대온천탕 입구에는 ‘늘 함께해줘서 고마워, 유성호텔 1915’라는 글귀가 써진 포토존을 마련했다. 로비 벽 곳곳에는 호텔 스케치에 색칠을 하고, 숙박 소감이나 남기고 싶은 말을 적은 엽서를 모아 놓았다.

인근 상인들은 유성호텔이 폐업하면 상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한다.

유치원 꼬마 때부터 새벽 5시 문 여는 시각에 부모님 따라 눈을 비비면서 손잡고 왔던 유성관광호텔 대온천탕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주 찾는 공간이기도 했는데 언제 다시 그 영광을 되찾을지는 모르겠으나 다시금 영업을 재개하여 명실상부한 대전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유성호텔 자리에 5년 후에 들어서는 24층짜리 건물에는 호텔 1동과 주상복합 건물 2동으로 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5년 까지 유성호텔 인근에 온천문화공원에 온천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 다각적인 온천지구 활성화 대책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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